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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유성호

저자는 죽음 기록을 통해 그 사람의 지나온 삶을 더듬어본다. 죽음기록이 어떻게 한 사람의 온전한 삶을 다 드러낼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거의 책 한 권의 분량으로 느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법의학이란 법률의 시행에 관련된 의학적 ,과학적 사항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의학 분야이다. 영어로는 포렌식 메디슨(forensic medicine)이라고 하는데 광장을 뜻하는 포럼, 라틴어 포렌시스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광장에서 재판이 열리면 과학자가 의견을 제시해서 재판에 도움을 준 것으로 기인되었다.
2013년 <궁금한 이야기 Y> 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으로 28개월 아이의 사망사건을 맡았다. 사망당시 아이의 시신은 화장을 한 상태라 병원기록만 남았는데 사망원인이 머릿속 출혈 중 경막하출혈이었다. 신장이 1미터가 되지 않으면 넘어지더라도 경막하출혈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법의학자는 확실한 증거로써만 진실을 추구한다. 그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든,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든 서사에 관심을 두기보다 명확한 증거에 입각해서 추론하는 것이다. 경험으로 쌓인 느낌이라든지 감각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정적 판단은 오롯이 백퍼센트 과학적 증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법의학이다." -본문 55쪽
"시체얼룩은 사망 후 2~3시간이 지나야 빨간 점처럼 중력 아래 방향으로 얼룩덜룩 나타난다. 시체얼룩이 생긴 후 7~8시간 정도 지나면 얼룩을 눌러봐도 색깔 변화가 없지만, 사망 후 7~8시간 전에 눌러보면 하얗게 밀린 자국이 나타난다." -본문 64쪽
언제부터 사람으로 인정할까? 카톨릭교회에서는 수태, 즉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했을 때부터 보고 생태근본주의자들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순간부터 사람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어떻게 볼까? 형법에서는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태아를 사망하게 하면 낙태법이 적용된다. 진통이 시작된 후에 태아를 사망하게 하면 살인죄가 된다. 자손에게 내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다하는 것은 민법이 관장한다. 그래서 아기가 자궁경부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전부 노출했을 때부터 사람으로 본다.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를 수정시켜 수정란을 만들어서 그것이 배아상태일때 줄기세포를 꺼내쓴다. 줄기세포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줄기세포로 자신의 장기세포를 자라나게 해서 장기를 배양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배아상태일때를 생명으로 보느냐 보지 않으냐 때문에 많은 논란이 되고있다.
" 지금은 죽음의 순간을 가족이 모여 함께 하기가 어렵다.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의료 행위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처분당하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 죽음의 대세가 아닌가 싶어 쓸쓸한 심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본문 142쪽
안락사는 삶을 의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은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더 많이 존중하여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곳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이렇게 일찍 미국에서 안락사에 대해서 논의가 일어났던 이유는 미국이 병원비가 비쌌기에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과연 환자와 그의 가족들을 위해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1997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 존언사법을 만들면서 존엄사라는 것이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자살을 허용하는 법이다. 안락사에 관한 마지막 논쟁은 적극적 안락사이다. 만약 내가 루게릭 환자라면 움직일수 없으니 의사에게 죽을 수 있도록 주사를 놓아달라고 하는 것이다.
"법의학자로서 특별히 죽음과 인연 깊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인연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욱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아닌 삶이다. 죽음을 생각하고 살피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삶의 경건함과 소중함이 더욱더 절실해지는 것이다." -본문 166쪽
우리는 보통 자살하면 입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청소년 자살이 높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입시 제도가 잘 되어있는 핀란드보다도 더 적다. 오히려 노인, 젊은 여성, 가족 동반 자살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삶이 있고 100가지의 죽음이 있다. 나만의 고유성은 죽음에서도 발휘되어야 하지 않을까?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이다. 이것이 죽음으로 삶을 묻는 이유다." -본문 206쪽

저자는 매주 일주일에 한 번 시체를 보러간다. 그들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사인지를 알려준다. 매번 죽음과 맞닥드리고 죽은 사람들을 많이 보지만 그럴수록 저자는 삶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사라지고 점점 유한한 삶을 어떻게 잘 살아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CSI 과학 수사대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법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죽음을 둘러싼 사인에 대한 법의학적인 정보와 지식들도 나오고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울대의 명강의를 지면으로 옮겨와 강의를 온전히 다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지면으로나마 명강의를 접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영아, 사랑해"
https://blog.naver.com/imanagei/221471965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