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모리 에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모리 에토는 나오키상 수상작가이다. 나오키 상,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작품들은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겸비하기에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늘 실패가 없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인지라 <초승달>이라는 책을 어떤 망설임도 없이 선택하였다.




 이 책은 일본의 50년의 교육 현실을 비추는 일본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이자, 진정한 교육을 이루기 위해 문부성이라는 일본 교육부에 맞서 자신들이 꿈꾸는 교육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오시마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일본의 교육제도와 학교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군국주의 아래 아이들을 교육해 온 뿌리가 같아서 일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과 한국의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고 학구열 또한 그 어느나라보다 높다. 그래서 공교육의 폐해로 사교육이 발달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라고 한다.
 일본과 한국은 다르지만 교육 부분에서는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교육에 대한 생각과 꿈꾸는 교육에 대한 부분들이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초등학교의 조무원(행정, 관리를 맡은 기능직)을 맡고 있는 오시마 고로는 가끔씩 아이들이 조문원실에 놀러와서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자상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 조무원 아저씨가 공부를 잘 가르쳐 준다는 소문이 나자 아이들은 교사보다는 고로에게 가서 공부를 배웠다. 어느 날, 후키코라는 아이가 와서 모르는 문제를 가르쳐 준 적이 있는데 고로는 이 아이가 아는 문제를 묻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조무원 아저씨가 어떻게 공부를 가르치는지 보고 오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후키코의 엄마, 아카사키 지아키가 찾아온다. 그리고 자신은 진정한 교육을 꿈꾸고 있다고,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이끌어낼 때까지 기다리는 오시마 고로가 자신과 학원을 함께 꾸려나가는 데에 적임자라고 말한다. 얼떨결에 지아키의 지략으로 오시마 고로는 미혼모인 그녀와 결혼을 하고 후키코의 동생들, 란과 나나미를 낳고 학원의 원장이 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든 밀어붙어 꼭 이루어내고 마는 야망을 가진 지아코와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기의 소신껏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고로는 학원을 운영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꾸 갈등이 생기고 싸우는 날이 많아진다. 후키고, 란, 나나미 세 딸도 장성하여 자신의 길을 찾는데 교육관련 일을 맡게 되고 대를 이어 후키코의 아들 이치로 또한 진정한 교육을 실천하는데 분투노력한다. 삼대에 걸쳐서 교육계에 종사하게 된 오시마 가족의 난관과 역경, 그리고 가정사가 교육이라는 씨실과 엮여져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카자키 후키코가 처음 오시마 고로를 만나고 함께 진정한 교육가의 길을 걷자고 설득하는 장면에서 후키코는 이런 말을 한다.

"전 학교 교육이 태양이라면 학원은 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의 빛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는 아이들을 어둠속에서 고요히 비추는 달. 지금은 아직 여럿한 초승달에 불과하지만 반드시 둥글게 차오를 거예요."                       -본문 34쪽


지아키와의 갈등속에서 마음이 답답해진 오시마 고로는 단골 서점에서 서점 주인 가즈에가 추천하고 선물한 책에 완전히 심취하게 된다.

"아이는 천성적으로 지식욕이 왕성한 탐험가요, 세계의 발견자다."
"나는 깊이 믿는 바, 스스로에 대한 교육을 촉고하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다."
"벌을 주는 것보다 용서하는 것이 보다 거센 양심의 목소리를 일깨우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본문 138쪽


지아키의 어머니가 수술을 앞두고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 고뇌하는 오시마 고로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준다.
"어떤 아이든 부모가 해야 할 일은 하나야.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는 걸 자기 인생으로 가르쳐주는 것뿐."                 -본문 177쪽
 

 어릴 적 후키고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문이 생겨서 질문을 했지만 꾸지람만 받자 후키코의 아버지는 어린 후키코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라. 아버지는 그때 전에 없이 엄격한 눈빛으로 말했다. '누구에도 현혹되지 말고 계속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거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남이 말하는 거짓 정의가 아니라 너만의 진실이 가리키는 길을 가렴.'"            -본문 204쪽


"학급 붕괴. 집단 따돌림. 등교 거부. 요새 문제시되는 교육 병리는, 전후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아이들에게 시간을 쓸 수 없게 된 가정이 학교를 전적으로 의지해 인격 형성도 공부도 모조리 교사에게 맡기면서 생긴 부정적인 여파라고 볼 수도 있다. 앞으로는 그 부분을 바꿔서 지역 공동체가 한 덩어리로 뭉쳐 아이를 기른다는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본문 284쪽

 후키코의 아들 이치로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집안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교육의 길을 가게된다. 하지만 이치로의 외할머니 지아키와 외할아버지 고로가 설립한 지바 전진 학원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신만의 교육의 길을 개척한다.
"우리 최종 목표는 아이들이 자주적으로 학습하는 자세를 익히도록 도와주는 거야.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스스로 정한 과제를 한다. 그게 가능하게 된 아이, 다시 말해 자립심을 갖게 된 아이는 그 뒤 무슨 일이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지. 반대로 무작정 외우는 식으로 지식을 쑤셔넣기만 한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서 똑 부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본문 253쪽


"교육은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부조리에 저항하는 힘, 쉽사리 통제되지 않기 위한 힘을 주기 위해 있다."             -본문 512쪽


항상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는 아내를 과거에 자신은 영원히 차지 않는 초승달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렇게 설명을 덧붙인 다음, 고로는 말을 이었다.
"그때 아내는 이런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시대, 다양한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안 사실이 있다. 어떤 시대의 어떤 저자도 하나같이 당시의 교육 사정을 비관한다는 것이다. 요새 교육은 틀렸다, 이래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없다고 누구나 개탄하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개혁이 필요하다 하고 부르짖는다. 읽고 또 읽어도 부정적인 목소리밖에 없어서 처음에는 진저리가 났는데, 점점 그건 그것대로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늘 어딘가가 이지러져 있는 초승달. 교육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지러져 있다는 자각이 있기에 사람은 차자, 차오르자 하고 연마를 거듭하는지도 모른다, 하고 말이죠."



일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은 이곳 저것의 학원을 다니며 배우느라 놀 시간이 없다. 진짜 교육이란 무엇일까?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이 진정한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자녀가 학원을 여러 군데 다니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와 학원을 다니느라 아이의 얼굴을 보기도 힘든 부모들, 아이들의 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imanagei/22144716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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