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부 -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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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이 나오면서 우리의 관심은 미래를 향해있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후에 꽤 많은 책들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 또한 그런 책들에서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이전의 변화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두려움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살펴보았다.

'좋은 정부'는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어떻게 정부가 바뀌어야만 하고 어떻게 바뀔지 예측해본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이 사회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고위공직자와 대학교수, 언론인, 대기업 임원의 대화가 맨 처음에 등장한다. 무기력한 정부와 관료주의에 찌든 정부를 비판하며 정부가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들이 자리를 파하려는데 옆자리에 있던 시민이 한마디 건든다.

"정부는 잘못을 시인할 줄 알아야 합니다. 힘에 부치니 국민들더러 도와달라고 겸손하게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발 우리 서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정책을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정부가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봐야한다.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이 책은 두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오늘의 정부와 내일의 정부.

PART1 오늘의 정부에서는 현재의 정부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실상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날카로운 비판한다. 관료제와 관료주의의 위험과 폐해 그리고 제도와 법의 틀로 재벌 같이 재정만 부풀리며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렇다면 좋은 정부로 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또 건강한 정부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변화시켜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PART2 내일의 정부에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핵심이 들어있다. 제 4차 산업혁명은 엄청나게 빨리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몸집만 부풀려서 둔한 지금의 정부는 그런 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현재의 제도와 틀만 고집하고 관료주의에 젖어서 혁신을 꾀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의 뿌리는 국가이고 정부는 이 뿌리에서 자란 줄기이다. 정부는 신과 같다. 인간이 신에게 의지하고 기대며 살듯이 우리는 정부에게 의지하며 정부가 우리를 도와주기를 바란다. 정치 또한 신이다. 가치를 통제하고 배분하는 일로 국민의 구원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흔히 정부를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생에 비해 얻는 대가가 크고 안정적이면서 시간이 갈수록 위로 올라가기만 한다. 또한 퇴직후에도 연봉이 높은 자리로 이어지니 신의 자리보다 더 좋은 거 같다.

"공직자는 매사에 신중한 편이다. 두루 살펴 공정한 판단을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를 풀기보다 말썽이 일어나지 않도록 몸을 사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본문 42쪽

세상에는 반드시 틀이라고 하는 법이 필요하다. 제도화시킨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감옥이다.

"감옥 안의 악과 감옥 밖의 선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조차 자신이 틀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본문 46쪽

"감옥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이상적 학교" -정치인, 작가 밀로반 질라스

"제도 속에서 참과 거짓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틀에서 벗어나면 불편부당함이 조금은 더 보일 것이다." -본문 49쪽

"일리히는 가치가 제도화됐다는 것을 끈질기게 비판한다. 도구가 일상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각 분야는 각기 단일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병원은 건강을, 학교는 공부를, 경찰은 안전을, 교회는 신앙을, 언론은 소통을 구하는 도구가 되었다는 뜻이다." -본문 55쪽

"한국 정부의 최대 약점은 거죽만 건드리고 본질을 천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본문 65쪽

"민주주의 정부들이 범한 가장 큰 실책은 단기적인 번영을 대가로 국제금융 시스템에 권력을 넘겨준 것인지도 모른다." -본문 67쪽

민주주의 국가는 끊임없이 변하는 적응력을 길러야 하고, 인간과 사회가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당한 간섭을 뿌리치고 독자적인 구조와 관행을 도출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포기하면 삶은 처절하게 위축된다.

"정부가 개혁을 외면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의 업무는 다른 곳에서는 손 댈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본문 87쪽

정부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은 대개 엘리트들이 많다. 그들은 명석한 두뇌로 그 어렵다던 시험에 통과해서 안정적이라는 철밥통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좌뇌가 발달한 그들은 정답을 골라내는 머리는 좋지만 큰 그림, 깊은 생각, 멀리 보는 여유 등의 혜안은 상대적으로 결핍되어 있다. 흔히 정부의 관료는 표정이 없고 영혼도 없다라고 말한다. 물혼만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우리가 관료와 소통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만 교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언어는 우리가 쓰는 언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생활양식을 공유하지 않아서다. -본문 119쪽

"사회 정의란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엇인가를 포기한다는 뜻이다."라는 것을 엘리트들은 배우지 못했다." -본문 130쪽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쾌락의 추구가 아니라 중요한 모든 것에 대한 포기라는 사실만 알아둬요." -파울로 코엘료, 본문 130쪽

정부는 재벌처럼 돈이 많다. 화폐 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는 국민의 귀한 돈을 잘 써야 하는데 이리 저리 새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그것은 자기 번 돈처럼 생각하지 않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한 해의 쓸데없이 들어가는 예산이 70%이고 정말 써야할 곳에 쓰인 돈은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회나 전문가 집단이 맡을 일인 공론조사도 정부가 맡아서 한다며 한 번에 50억씩 쓴다.

정부가 만든 법과 제도는 정부를 운영하는 판단의 기준으로써 기본 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정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가? 규칙과 규정이라는 틀안에서 우리가 보호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질서도 웬만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키며 유지된다. 하지만 이 틀은 권력이 되어서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틀 속에는 항상 관료주의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틀을 만들고 틀을 확 바꿔야 한다.

좋은 정부, 건강한 정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문명국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격이 인격이듯이 나라에도 국격이 있다. 국격이 아름답고 당당하며 자랑스러워야 한다. 사람의 면역체계 시스템이 망가지면 병에 걸리듯이 정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부를 사람의 인체에 비유해보면, 청와대는 뇌, 기획재정부는 심장, 환경부는 폐, 감사원과 국가정보원은 간, 법무부는 신장, 국세청은 위와 같다. 건강하고 좋은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부이다. 문명국은 지식과 기억만 잘해서는 안되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운데로만 모으려는 집중에서 벗어나 중심을 잡는 집중이 필요하다. 가운데 거머쥐기가 아니라 양쪽으로 펼치는 인식의 대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관료주의는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균이다.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들은 그 문제를 발생시켰을 당시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본문 283쪽

"이런 변화의 기본이 되는 빅데이터의 관한 바른 인식인데, 자료가 방대하면 얽힘 현상이 일어나고, 쓸데없는 정보가 자가 증폭되며, 기계가 오작동할 여지가 충분히 있고, 한번 구축된 디지털 시스템은 환경이 변해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본문 298쪽

"효율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낭비와 무지의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역사학자 테너, 본문 298쪽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을 외치지만, 통합이야말로 구름 같아서 짧은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공동의 정원을 가꾸어 공존의 길을 찾는 것이 순리인데 공동의 정원 꿈도 꾸지 않는다." -본문 308쪽

"국민총생산GDP 대신 국민총문명지표GCI(Gross Civilzation Indicator)를 만들어야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새 시대 문명국이 된다." -본문 314쪽

"굳이 학문을 하고 학위를 취득하고 싶으면 분석과 종합의 세계, 창조의 세계, 그리고 실천의 세계를 섭렵해야 지식이 몸에 배고 남이 존중한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하야 할 중요한 요소가 있다. 이들 세계 가운에서 겹치는 교집합의 영역에 있는 리듬이 있다. 리듬 없이, 또는 리듬이 뭔지 모르고 세 가지 세계를 섭렵해봤자 지식은 무용지물이 된다. 모든 정책이 허구가 된다." -본문 323~324쪽

#미래정부

유발 하라리는 문명사회가 문자사회로 전개된다고 했다. 우리 머릿속에만 저장했던 모든 정보와 지식들이 이제는 컴퓨터에 기록, 저장됨으로서 데이터화된다. 새로운 종교 데이터이즘이 탄생한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사람이 하는 일들을 인공지능이 맡아서 한다고 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과 그 방식이 존재하는 한 관료주의는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된다. 그렇다면 밝은 미래를 위해서 관료주의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몸과 뇌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만이 21세기의 주인이 된다. 인간의 뇌가 컴퓨터가 되고, 컴퓨터도 뇌가 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뒤쳐지면 절멸한다." -본문 335쪽

"테크늄은 실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하드웨어를 넘어 문화, 예술, 사회 제도, 법과 철학 및 모든 지적 산물을 포함하는 대규모 상호 연결된 기술계를 가르키는 용어다. 기술 스스로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기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테크늄은 독립적이고 자율적 존재로 생물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성장한다고 한다." -본문 346쪽

"과학의 시대가 열리면 인간의 삶은 세계를 주관적으로 경험해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감각의 인간, 즉 호모 센티언스가 된다고 한다." -본문 339쪽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고하는 기계'는 우리보다 빠르고 낫게 생각하는 그런 기계가 아니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기계다." -본문 347쪽

모든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는 지금 이 시대의 신이고 관료주의는 지금의 종교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해서도 그대로 존치할 수 있을까? 새 시대의 정부의 구조 틀은 공유정부와 플랫폼 정부다. 화폐보다는 데이터가 더 큰 가치를 가질 것이며 더 큰 힘과 권력을 발휘하게 된다.

"공유정부에서 권력은 지배가 아니라 협연이다. 협치라는 표현을 쓰지만 치자는 다스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 승자, 지배, 전유 같은 단어를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 지능적 네트워크가 부를 생산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스타인은 단순, 직관적 사고를 S1, 사려 깊은 것을 S2라고 했다. 정부는 목표를 세워놓고 가급적 빠른 시간에 달성하려는 습성을 버리지 못해 많은 것을 간과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 핵심과 더욱 멀어진다. 늦더라도, 느리게라도 여러 요인을 고려하고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는 '느슨한 연결'과도 통한다. 공공 행정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인 능력에 대한 재고가 요구되는 이유다." -본문 397쪽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이 뒷받침되어 그저 판을 깔고 기본적인 것(교육, 복지 등)과 핵심적인 것(외교, 국방, 안보)만 관리하고 나머지는 이용자들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연결하고 풀고 해결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를 두고 멜레는 '작은 것들이 느슨하게 연결된다'고 말했다." -본문 405쪽


"데이터교의 계명은 '알고리즘에 귀 기울여라'이다. 데이터교도들은 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믿지 않고 오직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신뢰한다. 알고리즘이 곧 관료이고, 시스템의 손이며, 조직력이다." -본문 409쪽

"감수성과 사색 능력을 겸비하고, 창조적 파괴를 감행할 수 있으며,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력을 지닌 인재상을 수립해야 국민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고 기계가 해내기 어려운 윤리적 판단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본문 418쪽

기술이 발달하면 정부를 통하지 않고도 우리는 무료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예전에 유료전화를 쓰다가 이제는 카카오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무료로 전화를 한다. 개인 미디어 시대를 열면서 점점 이제는 정보와 지식을 학교가 아닌 인터넷상에서 볼 수 있다. 대학 같은 기존 체제가 무너지면서 좀 더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빠르고 급격한 변화속에서 정부만이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인다.

"좋든 나쁘든 여유를 가져야 한다. 빠른 생각이나 반응이 위트이고, 느린 생각이나 반응이 유머다. 정부를 맡은 높은 사람들이 반드시 위트나 유머감각을 키워야 할 이유다." -본문 440쪽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조는 마지막 계몽의 기회라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고 억압, 지배, 편견 등으로부터 해방돼 인간과 AI가 서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할 것이다." -본문 441쪽

#사회정치

예전에 [주토피아]애니메이션에서 경찰관이 된 주디가 행방불명된 수달은 찾기위해 차번호판의 소유주를 찾으러 공공기관에 가는 장면이 나온다. 주디를 돕는 닉은 세상에서 제일 빨리 일을 하는 자기 친구가 그곳에서 일을 한다며 주디를 그곳으로 데리러 가는데 관공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모두 다 나무늘보였다. 공무원을 나무늘보에 비유한 것은 아주 쉬운 행정일도 어처구니 없이 아주 느릿느릿한다는 것을 비꼰 것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가 습관처럼 몸에 배었지만 이상하게도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저자는 정부의 공직자와 공무원들의 행태를 낫낫이 들쳐내어서 하나하나 칼같이 비판한다.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저자의 말에 공감을 표하거나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점은 저자의 핵심은 '내일의 정부'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의 정부'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는 것이다. 핵심만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을 여러번 반복해서 말을 늘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 간결하게 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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