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취향 -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책 읽기
고나희 지음 / 더블: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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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취향(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책읽기)             -고나희
2018.12.12  ***



 가끔 책을 많이 읽고 사유한 사람들이 추천한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책을 읽고 내가 알지 못했지만 숨겨진 보물 같은 책들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나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은 수많은 책중에서 나와 코드가 잘맞는 보석같은 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이 아니고 소수의 사람들이 애정하는 책들을 발견하면 그건 더욱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마치 보물이 표시되어 있는 보물지도를 소수의 몇 명만이 비밀스럽게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다.
 책은 4파트로 나누어진다. 읽는 이의 취향, 여행하는 이의 취향, 쓰는 이의 취향, 품은 이의 취향.



 사실 책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을 잘 나타내주는 지표이다.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책이나 서평을 읽으면 어떠한 감흥도 느껴지지 않고 책의 매력도 또한 떨어진다. 이 책의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이 좀 되었다. 솔직히 그렇게 마음에 와 닿은 책도 없었고 저자의 글도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 저자와의 주파수가 맞지 않아서 일지도 몰랐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왠지 나이가 많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초,중반. 읽으면서 저자의 나이를 괜시리 짐작했다.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코드가 잘 맞는 친구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그것처럼 책도 저자와 나와의 대화와 소통이다. 그런데 코드가 잘 맞지 않으면 저자가 하는 말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깊은 공감도 나오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느낌이 들었다.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
 흥미있게 다가온 책들은 몇 권 있었다. 조지 오웰이 이런 소설도 썼구나 하면서 생소하게 다가온 소설이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이 실제로 그런 생활을 체험하면서 쓴 르포르타주이다. 실제로 그 생활로 들어가서 직접 경험한 것이기에 아마도 생생하게 남겼을 것이다. 인간은 삶이 극단적으로 변화를 겪게 되면 혼란한 감정들이 마음을 어지럽히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진정한 가치와 소중한 것들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사유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어느 정도 허구적인 르포르타주임에도 이 책을 긍정하고 싶은 이유는 그 시선과 방식 때문이다. 변두리 삶과 그 안의 인물들 밖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자신과 다름없는 대상으로 대하고 보았던 움직임(시선)이었다. '다름'이 주는 곁눈질을 경계해야 한다. 변두리를 대하는 시선이 자신과 다르고 동떨어진 것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된다면, 그 인식과 시각에는 선입관과 편견이 들어서게 된다. ....(중략)....그런 까닭에 그의 시선이 머문 자리를 따라 눈이 움직였고, 그가 비추는 방식에 따라 마음이 움직였다."            -본문 44~45쪽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이다. 주인공 콩스탕스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책을 읽고 좋아하는 작품과 작가를 지닌 감성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독자다. 그녀가 사랑하게 되는 사람은 '밑줄을 긋는 남자'이다. 그 남자는 책에 밑줄을 그으며 텍스트를 과감하고 자의적으로 읽어내는 독자다. 밑줄 긋는 남자를 콩스탕스는 뒤쫒고 콩스탕스를 사랑하게 된 클로드는 개성과 취향이 분명한 독자이다. 이들 셋 모두 밑줄 긋는 것을 통해 텍스트를 재해석하고 새로이 배치하면서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이들의 텍스트 훼손이 아닌 텍스트(책)를 대하는 태도와 텍스트를 이끄는 방식이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때 앞선 독자의 밑줄이 성가실 때가 많긴 하지만, 때로는 그 밑줄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밑줄 그은 이의 감각과 수준이 나보다 우위에 있다면 그 도움은 더욱 커진다."              -본문 172~173쪽


 우리에게는 '비포 선라이즈'의 잘생긴 청년으로 기억되는 에단 호크이다. 그는 작가로서 세 권의 책을 냈는데 '이토록 뜨거운 순간', '웬즈데이', '기사의 편지'이다. 


"배우,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그 너머의 복합적 크리에이터로서 호크의 행보는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자신이 다루고 대하는 텍스트를 경계 없이 자유로이 인식하고 해석하며 고정된 자리에 멈춤 없이 창작자의 지평과 포부를 넓히는 태도는 글과 책, 영상과 영화, SNS 등 텍스트의 상호 혼용과 혼재가 일반적인 지금에 창작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에디터 그 너머의 크리에이터로의 욕구와 바람 때문에 에단 호크의 태도에 그렇게 집중했던 게 아닐까."           -본문 203쪽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셰익스피어&컴퍼니)' 제레미 머서의 책이다. 셰익스피어&컴퍼니는 분명 서점이지만 일반적인 서점과는 다르다. 도서관처럼 운영되기도 하고, 많은 작가가 그곳에 머물려 숙식도 하고 작품도 쓴다. 머서도 서점에 머무른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숙박비는 자서전을 쓸 것, 하루에 책 한 권 읽을 것, 서점 일을 조금 돕는 것이었다. 


"이 공간에서의 삶이 머서에게 모험이 아니면 무엇일지. 그리고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삶의 방식은 어른도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리는 법이다."             -본문 219쪽


"서점에서의 생활이 글쓰기에 완벽하거나 그에 가까운 환경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공동생활이라 신경 쓰일 것도 많지만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쓰게' 된다. 글을 쓰는 이에게 멈춰선 펜을 다시 잡게 되는 것만큼 의미 있고 큰 변화는 없다. 그 변화는 곧 그의 재기를 의미한다. 낡은 서점에서의 여행이 그를 작가와 인간으로서 다시 나아가게끔 한 것이다."                 -본문 220쪽
 
 이제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바뀌어야 겠고 책을 팔기도 하고 도서관처럼 빌려주기도 하는 유연한 운영방식을 택하는 것도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책만 사러 오는 것이 아닌 책을 읽다가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보증금과 약간의 대여료를 받고 빌려가고 그들이 또 다시 반납하러 오면서 책을 놓지 않는 좋은 환경과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도 참 괜찮은 방식인 거 같다. 내가 그런 서점을 하나 차리고 싶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사랑하게 만드는 서점을 말이다.

 이 책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깊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건지 아니면 단순히 내 취향이 아닌었던 건지 말이다. 나중에 읽으면 뭔가 또 새롭고 생각이 달라지겠지? 하는 여지를 남기고 서평을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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