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과 화진.
피를 나눈 사이.
선택할 수 없는 사이.
그리고 그런 관계.
지독하게 밉고 싫은 순간이 와도
차마 놓을 수 없는 처연한 관계.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진실을 알고 싶으면서도
너무나 비참할 것 같아
뒤를 읽고 싶지 않았다.
나의 추리가 하나는 맞았지만,
두 가지는 소름이 돋는 전개였다.
도대체 이 피를 나눈 사이에 대해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
영진, 화진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혜민과 그 아저씨도
모두 피를 나눈 사이일 뿐...
화진의 입장에서 펼쳐지는 서술 속에
영진은 무어라 생각했을까?
여전히 난 네 머리 꼭대기 위에 있어.
라고 했을까?
촘촘하게 얽힌 화진의 심리에
솔직한 그녀의 진술에
나도 느껴봤던 그 마음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구박할 순 있어도
동네 형들한테 맞는 건 절대 볼 수 없던
여동생의 오기(?)로 막아서던 패기.
내 오빠 건드리지 마!!!!
오빠 입장에선 자존심 상했으려나?
오빠의 기억 속엔 없는 추억의 한 장면인 듯
싶지만.
그냥 오빠랑 다니고,
같은 학교 울타리에 있다는 사실로 충분히
든든했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오른다.
오빠를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면,
나라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
계속되는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 또한
나의 존재감을 깎아내리진 않았을까?
덤벼들기엔 너무나 잘난, 넘사벽인
오빠였다면
나 또한 화진과 같은 삶을 살았을까?
영진의 의문, 그녀가 계속 찾던 그 물음과
화진의 마지막 선택에, 마지막 마음에
마음이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