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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소담 클래식 3
제인 오스틴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오만과 편견을 오랜만에 다시 펼쳐 들어 만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그들의 티키타카에 한없이 폭 빠져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다시 봐도 그들의 티키타카는 솔직하고, 주저함 없고, 치열하며 팽팽하다.
그래서 이 작품이 '고전'이구나... 싶었다.
이 시대적 배경도 독특하다. 현재의 연애 감정과 정략결혼이 혼합된 느낌이랄까?
남성들의 태도가 굉장히 꼴불견이다 싶지만, 그 당시에는 아주 당연한 듯이 여겨졌다.
그에 반기를 든 사람이 바로 엘리자베스이기도 하고.
살아 있다는 건 끝없는 오해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오해를 풀어내는 정직한 말과
조용한 용기가 결국 관계를 이어간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사실을 반복해 증명해 온 작품이다.
사랑과 오해, 계급과 자존심, 감정과 이성의 충돌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우스우면서도 매력적인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 이 이야기는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단순한 연애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들은 자존심과 선입견이라는 시대의 언어를 몸에 지닌 채, 그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를 묻는 인물들이다.
또한 단단한 껍질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의 진실을 찾기 위해 버둥댄다.
당시의 여성은 혼인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야 했고, 남성은 지위와 체면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오스틴은 이 구도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는 인물들을 통해 끊임없이 관습을 묻고, 결국은 진정한 성숙과 이해의 과정을 조용히 그려낸다.
또한 그 단단한 껍질들이 어떻게 부서지고, 진심이 얼굴을 드러내는지를 고요하고도 치열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성숙과 자각에 대한 정교한 심리극이다.
📖 아~ 끌린다!
엘리자베스는 총명하고 자존심 강한 인물이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중시하고, 남성 중심 사회의 관습에 선뜻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 역시 결코 완전하지 않다.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하고, 자신이 내린 결론을 굳게 믿어버리는 습성이 있다.
다아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거만하고 냉담한 상류층 남성으로 보인다.
그의 첫인사—
“그런대로 봐 줄 만은 하군. 하지만 나를 유혹할 만큼은 아니네.”—는
엘리자베스의 자존심을 찌르고, 그녀는 그 말 한마디에 다아시라는 사람을 편협하게 규정한다.
반면 다아시는 진실한 사람이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에 서툴다.
그는 타인과의 거리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인물이다.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않고, 사회적 지위와 교양을 지닌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특히 엘리자베스를 향한 첫 청혼은 그의 오만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다.
“당신의 가족과 처지는 나를 괴롭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은 사랑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마치 ‘당신을 사랑해 주는 나’라는 자기중심적 고백이다.
엘리자베스는 단호하게 그를 거절한다.
그녀의 거절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존중과 대등한 관계에 대한 요구이다.
이 거절은 다아시를 변화시킨다.
그는 자신이 가진 오만을 돌아보게 되고, 그녀가 품은 편견을 이해하려 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녀의 가족을 돕고, 다시 청혼할 때는
“당신이 아니라고 한마디만 하신다면,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라며 그녀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그는 이제 오만한 상류층이 아니라,
그녀의 내면과 인격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으로 변모해 있다.
엘리자베스 역시 자신의 편견을 반추하게 된다.
변화는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복잡한 춤이다.
이 책은 고전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인간은 시대가 달라져도 본질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자존심이 사랑을 방해하고, 오해가 관계를 멀어지게 하며,
우리는 늘 늦은 깨달음 앞에서 멈칫거린다.
그런 점에서 『오만과 편견』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도 우리는 나와 타인의 다름 앞에서 머뭇거리고,
그 다름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길을 찾고 있다.
🎁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
자신을 방어하느라 타인을 미워해버린 사람에게
사랑하지만 여전히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에게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스스로를 자주 오해하고 마는 사람에게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오해하고 상처 주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관계 속에서 자존심과 진심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인 『이성과 감성』, 『맨스필드 파크』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또,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이야기를 영화로도 만나보길 권한다.
2005년 개봉한 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은
두 사람의 심리와 감정선을 정교하게 담아낸 걸작이라 인정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