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한 사람 끌레마 위즈덤 시리즈 2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박윤정 옮김 / 끌레마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랄프 왈도 에머슨,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내 영혼에 누군가 귀 기울여주는 듯한

위로가 되는 사람,

 

 

랄프 왈도 에머슨, <<스스로 행복한 사람>>,끌레마

이 작은 책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삶의 무기력을 길어내는, 깊은 우물이 되기를,

 

 

 

 

그대 안의 작은 거장을 존중하라

 

우리는 시인이나 현자가 보여주는 천상의 광휘를 찾는 대신 우리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우리 안에 있는 반짝이는 불빛들을 알아보고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것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무시해버린다. 그러다가 자신이 무시한 자신의 생각을 천재들의 작품에서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 가까이 할 수 없는 위엄을 안고 우리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위대한 예술 작품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감동적인 교훈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이 온통 반대편에서 소리칠 때일수록, 자신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일 어느 낯선 사람이 나타나, 우리가 항상 생각하고 느껴왔던 것을 제법 아는 척하며 그럴 듯하게 말하고, 우리는 결국 부끄러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통해 우리 자신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나를 기만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기만당할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평생을 괴로워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에게 기만당하면 당했지, 타인에게 기만당하는 일은 없다. 그것은 어떤 물건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사람은 자기 일에 온 마음을 쏟고 최선을 다할 때 괴로움을 잊고 쾌활해진다. 다른 어떤 것도 우리에게 평화를 주지 못한다. 구원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믿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어떤 영감도, 창조도, 희망도 없다.

 

빛을 얻으려면 그림자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위대해지고자 한다. 관직과 부와 명예와 권력을 얻고 싶어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의 한 가지 단면만 얻는 것을 위대해지는 것으로 착각한다. 쓴맛은 빼고 닷맛만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분리와 나눔에는 끊임없는 반작용이 뒤따른다. 지금까지 이것을 시도했다가 조금이라도 성공을 거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어떤 것의 반만 취하고 감각적으로 좋은 것만 소유하려는 것은, 외부가 없는 내부만을 혹은 그림자 없는 빛만을 얻으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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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을 지키는 사람 - 한 남자와 5억 마리의 꿀벌들이 어떻게 세상을 지키는가
한나 노드하우스 지음, 최선영 옮김 / 더숲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한나 노드하우스, 꿀벌을 지키는 사람, 더숲, 2011.

1. ‘벌들이 사라진다

벌들이 사라진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막연히 두려웠을 뿐 그 한 줄의 기사가 사실,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벌들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꿀벌 관계자, 무슨 전문가, 각분야의 석학들이 모여서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하고(살충제, 악천후, 불량옥수수과당, 고압 전선, 무선 전화, 다양한 다이러스와 박테리아, 곰팡이균, 그리고 벌처럼 고귀한 생명들이 천국으로 돌아갈 때 보여주는 황홀경에 빠진 징후....p.22), 기자들은 애매한 억측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황당한 근거들을 끌어모아 벌집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에 대해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가장 두려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겁쟁이들의 수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벌들이 사라지는 것을 단편적인 문제로 환원시켜서 우리의 책임을 무마시키려고 하거나, 끝없는 수다에 지쳐서 벌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 일어날 대재앙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을 미루려고 하거나, 자신의 지적 허세를 인정받으려는 나약한 자화상일 뿐이었다.

벌들이 사라진 후에 벌어질 일을 나름대로 상상해 보자면, 우선 인간이 처음 맞게 되는 상황은 벌들의 수분을 매개로 열매를 맺는 과일과 채소를 더이상 식탁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농작물의 수확량은 현재 수확량의 극히 일부분에 머무를 것이다. 농부들은 90가지 다양한 과일과 채소의 씨를 받기 위해 꿀벌에 의존한다p.39). 이런 상황이 되더라도 인간은 벌들을 살려내려는 노력하기보다는, 당장의 이익을(경제적, 효용적)을 보장하지 못하는 식물들을 보호하기보다는, 눈 앞에 이익을 보장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거대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리는 현대의 농업 생산 방식은 사회적 비용(개인이 지불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과 과학적 성과(현대인들의 종교이자, 무법의 만병통치약이되는)를 무기 삼아 기업농의 이윤 창출을 보장하는 대체 식물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인류의 식량을 책임진다는 명분을 앞세워 더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인 생산 방식에 골몰할 것이다.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비운의 식물은, 이렇게 인류 역사에서 사라질 확률이 크다.

한 종류의 식물이 멸종된다는 것은, 그 식물과 공존했던 새, 곤충, 작은 동물, 그것을 먹이로 하는 다른 동물, 박테리아도 함께 멸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블랙홀처럼 복잡한 상호 공존의 먹이 사슬을 집어삼키고, 결국에는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제 인간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굶주림, 약탈과 전쟁, 자연 재해 앞에서 태초의 모습 그대로, 나약한 자신을 탓하고, 후회하면서 지구 뒤편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아니 그런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 시간에도 인간은 살아남으려고 발악을 하면서, 지구 자체를 파괴할 극단의 방법을 선택할지도 모르니)

그러나 다행히도 이러한 상상은 인류의 멸망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구는 자신을 병들게 했던 결정적인 원인(인간이라는 이름을 가진)을 제거하고 난 후에, 남은 자원만으로도 다시 아름다운 생태계를 복원할 것이다. 그곳에서는 벌들보다 더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다른 생명체가, 꿀보다 더 달콤한 먹이를 저장하고, 온전히 자신의 종족만을 위한 향연을 펼치게 될지도 모른다.

2. 한나 로드하우스, 꿀벌을 지키는 사람, 더숲, 2011

- 이 책은 세밀화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밀러라는 양봉업자를 주인공으로, 그가 꿀벌들을 어떻게 지키고, 꿀벌들과 어떻게 살아가는지, 세밀한 붓터치처럼, 그려내고 있다. 5년간의 취재를 통해,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밀러라는, 꼴통(그의 삶이 꿀벌인지, 꿀벌이 그인지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자,)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꿀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씨만으로도 이렇게 섬세하게 이야기의 대상을 형상화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로 훌륭한 책이라고 아낌 없이 찬사의 말을 건네주고 싶다. 나는 이 책에서,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해할 수 있고, 알고 싶었던 부분만을 확대해서 이기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꿀이란, 꽃꿀을 증유한 것이다

일벌 한 마리의 하루= 50에서 100송이의 꽃을 방문하고, 자기 몸무게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꽃꿀과 꽃가루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꽃꿀과 꽃가루를 삼켰다, 뱉고, 삼켰다 뱉으면서 자연의 꽃꿀을 벌꿀로 만든다. 그러면 다른 일벌이 날개짓으로 벌꿀에 포함된 수분을 증발시킨다. 처음에 53% 정도의 수분이, 40%이하로 내려가면 꿀저장소에 넣고 밀봉한다. 밀봉된 꿀은 숙성되면서 수분 함유량이 18.6% 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꿀은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인간을 위한 tip

좋은 꿀 구별 법 : 좋은 벌꿀은 나이프에서 곧게 흘러내리며 바닥에 닿을 때 구슬 같은 방울을 형성한다. 꿀 줄기는 각각의 방울로 나뉘어야 하며, 두 번째 흐르는 줄기는 이미 떨어진 꿀방울 위에 잠시 머무르며 층을 형성한다. 좋은 벌꿀은 병 안에서 절대로 분리되지 않는다......숙성되며 크림색 알갱이 모양의 고체로 결정체를 이루긴 하지만 말이다...p.320

꿀벌 한 마리의 평생 = 1/12 스푼의 꿀 생산

벌꿀 1파운드(452g)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5만 마리에서 8만 마리의 꿀벌이,

55천 마일(8,851km)을 여행하고

200만 송이 이상의 꽃을 방문하면

벌꿀 1파운드가 만들어진다.

아몬드 농장에서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4. 죽음의 대가로 이익을 얻는 악마와의 거래)

부제의 섬뜩함에도 불구하고, 아몬드 나무를 보는 순간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꽃을 떠올렸다. 꿀벌들이 청순한 분홍빛 아몬드꽃 사이를 옮겨 다니며 수분을 도와주고 꽃들은 감사의 의미로 꿀벌들에게 꽃꿀과 꽃가루를 선물하는 그런 풍경을 떠올렸다. 벌들은 자신의 노동의 댓가로, 봉분을 황금빛 꿀로 채우는 동안 꽃들은 눈송이처럼 떨어져, 대지에게 연분홍빛 무도회를 선사하는 몽환적이고, 평화로운 그런 풍경말이다.

하지만 그런 풍경은, 아몬드가 아몬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뿌리내렸을 때 가능한 일이고, 아몬드나무의 고향에서 사는 벌, 딱정벌레, , 들만으로도 아몬드꽃이 충분히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곳에서나 가능했던 일이고, 아마도 고흐의 모델이 되었던 그 아몬드나무가 누렸을 평화는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산만이 미덕이 되는 지금은, 지구를 돌아 켈리포니아에 강제 이주된 아몬드와 트럭에 실려 거칠게 끌려온 꿀벌의 만남은 악마의 거래로 변질되었다.

아몬드는 새롭게 부상하는 환금 작물이다.

아몬드의 인기가 얼마나 좋은지, 캘리포니아에서 농부들은 건포도, 양상추, 아보카도, 딸기, 면화, 복숭아, 살구, 포도밭을 갈아엎고 아몬드 나무를 심는다. 아몬드는 저장과 유통이 편리하고, 게다가 기계식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머니가 풍족한 자본농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

아몬드에게는 공급 과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나 로드하우스는 말한다. ‘더 많은 생산량은 더 많은 돈을 의미한다’. 호주와 중국에서도 아몬드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 캘리포니아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위그르족을 강제 징집해서 아몬드 나무를 심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직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에서도 아몬드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돈 많은 농업농들은 과학과, 마케팅의 힘을 빌어 아몬드 생산과 판매를 늘이기 위해서 자본을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에, 아몬드 수요는 아직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몬드 농장을 좀 살펴 보자면,

아몬드나무를 다이아몬드 격자 무늬를 이루도록 줄지어 심고

바싹 마른 토양에 질소+인산염이 풍부한 비료를 뿌리고

땅에는 제초제를, 나무 줄기에는 살진균제와 살충제를 뿌린다.

풀 한 포기도 함께 살 수 없는 정갈한 아몬드 사막에서 아몬드 나무가 꽃을 피우면

벌꿀값이 하락하여, 농장에서 지불하는 가루받이 비용에 생계를 의지하는 전국의 양봉가들이 꿀벌을 실은 트레일러를 몰고 모여든다.

3주간의 광란의 가루받이가 끝나고 나면

벌레 한 마리, 새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는 아몬드 사막에서 아몬드 혼자서 열매를 맺고 키운다.

열매가 익으면 쇽 웨이브라 불리는 네모난 트랙터가 등장해서 나무 몸통을 잡고 지진이나 전기 의자에 버금가는 힘으로 나무를 흔든다. 열매는 1분도 지나지 않아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다음에는 납작한 청소차 탱크 모양의 스위퍼가 등장해서 열매, 나뭇잎, 쓰레기를 길 위로 밀어내고, 뒤를 이어 진공청소기의 회전기를 닮은 픽업이 와서, 쌓인 열매, 나뭇잎, , 쓰레기를 삼키고 분류해서 열매만 걸러낸다.

열매들은 컨베이트벨트에 실려, 연기 소독을 당하고, 겉껍질이 벗겨지고, 크기별로 분류되고, 등급이 정해지고, 1톤짜리 나무 상자에 포장되어 전세계로 팔려나간다.

(p.138-9)

아몬드의 개화와 수확까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은 오직 가루받이뿐이다. ‘아몬드의 꽃가루는 너무 무거워서 스스로 바람으로는 이동을 못하기(p.18)’때문이다. 아몬드 농장이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대지를 잠식할수록, 가루받이를 위해 필요한 꿀벌의 개체수도 늘어난다. 가루받이에 의존하지 않으면 파산 지경에 이를 정도로 영세한 양봉업자들은 무리를 해서라도(지구 반대편에서 꿀벌을 수입하고, 꿀벌의 행복 따위는 염두에 둘 여유도 갖지 못한 채) 이 짧은 개화의 시기를 맞춰서 꿀벌의 대대적인 출격을 준비한다.

문제는 비인간적으로 효율적인 아몬드 농장의 대규모화나, 첨단 농법이 아니라

아몬드 대량생산을 위해 비참하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꿀벌의 삶이다.

아몬드는 1년에 22일 동안에만 꽃을 피운다.

그것도 낭만적으로, 발렌타인데이 즈음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아직 추위가 남아 있고 비가 많이 오는 이시기는 북반구에 사는 꿀벌은 제정신이라면 벌통 깊숙이 모두 모여 웅크린채 조용히 겨울을 (p.154)’ 나야 한다. 꿀벌에게 겨울이란 휴식을 취하면서, 다가올 꽃들의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양봉가들은 봉분을 따뜻한 곳으로 옮겨 꿀벌을 깨운다. ‘겨울이나 마찬가지인 환경에서 대규모로 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벌 개체수를 여름만큼 늘리려면, 양봉가들은 벌들에게 봄이 이미 왔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옥수수나 비트, 혹은 설탕 시럽을 플라스틱 먹이통이나 드립 보틀에 붓고 꽃가루 패티를 준비해 벌통 프레임 위에 놓고 단백질 공급을 늘린다. 이것이 바로 상업 양봉가들이 아몬드 농장에서 벌들이 곡예를 펼칠 수 있도록 흥분시키는 방법이다.(p.154-5)

그렇게 깨어난 벌들은 비몽사몽간에 빈약한 음식으로 연명하면서 개체수를 늘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피어 있는 아몬드꽃 사이에서 흥분하고,

나무 한 그루당 25천 송이의 꽃이 핀다.

1에이커당 135그루 이상의 나무가 있다.

아몬드꽃은 솎아내지 않아도, 모두 열매가 된다.(p.146)

비틀거리고, 전국에서 모인 벌들과 경쟁하며, 날개가 닳아지도록 혹사당한다. 꿀벌은 꽃이 피어있는 한 게으름을 부릴 수 없는 태생적으로 성실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때 전국에서(혹은 전 세계에서, 개체수를 충당하기 위해서 벌을 수입하기도 한다) 모여든 꿀벌들은 좁은 지역에서 서로 부딪히며 온갖 전염병, 기생충, 수만 가지의 화학 약품에 노출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아몬드농장의 가루받이는 흔히 사창가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렇게 화려한 흥분의 시간이 지나면, 벌들은 다시 트럭이나 기차에 실려 먼길을 떠나 사과꽃이 피기를 기다려 가루받이를 해야 하고, 바람이 강한 북부로 실려가 클로버 꽃이 피기를 기다려야 한다. 특정 작물만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지금의 농업 구조에서 꿀벌의 고유한 생체 리듬은 철저하게 파괴된다. 이렇게 비참하리만치 떠도는 노예생활은 강한 흥분과 결핍을 초래하고, 어느 시점에는 그 모든 상충되는 신호들이 봉분 개체에 지장을 주게 될 것이다p.155'라는 저자의 말을 떠올려 볼 때, 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그 어느 시점에 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꿀벌에 대한 나의 낭만적 상상이 이제, 부끄러워졌다

<<꿀벌을 지키는 사람>>을 읽는 동안 꿀벌에 대해 갖고 있던 모든 낭만적인 상상(향기, 색깔, 날개짓소리,바람)는 사라지고, 내게 남은 것은 비참한 꿀벌의 위기이다. 꿀벌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척박한 지구에 남겨진 나의 위기이다.

겨울 동안의 달콤한 휴식을 빼앗기고

형편없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개체수를 늘리고,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거칠게 다뤄져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며,

자신이 만든 노동의 댓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빼앗기고,

그 와중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운 나쁜 지역(씨없는 고귀한 감귤 생산을 위해서)에서는 달콤한 향을 뒤로한 채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치고 나약해진 꿀벌들의 면역력은 한없이 약해졌을 것이고,

전자파 한 줄기, 살충제 한 톨, 대수롭지 않은 기생충이나 벌레도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스럽고 파괴적인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것은, 위기의 상황을 대처하는 그들만의 행동일지도 모른다. 종족 앞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꼴을 보여 주는 것보다, 집단적으로 죽음을 찾아 떠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꿀벌들만의 판단일지도 모른다.

현재 꿀벌들이 처한 상황을 그득하게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쉴 곳이 없어서 익사하는 북극곰의 고단한 헤엄과 철새의 비행이,

벌목으로 사라지는 밀림과 자신의 서식지 파괴를 도와 묵묵히 목재를 운반하는 코끼리가,

앙상한 팔을 늘어뜨린 채 배고픔의 눈물을 달고 있는 아프리카의 어린아이가,

가까운 곳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황금털을 입은 소가,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정쩡한 나이에 회사에서 밀려난 누군가의 아버지가 겹쳐지는 것이,

더 비참하고, 끔찍했다.

3.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생산 활동에 자연을 함부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만을 고마운 마음으로 빌려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꿀벌이 자신의 고향에 안전하게 머물면서,

어떤 계절에도 새롭게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을 만나고,

자신의 종족을 위해서만 꿀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단일 식품에 집착하지 않는 것,

먼 거리를 달려온 식품을 외면하는 것,

소규모 농가를 보호해서 다품종 소생산이 가능하게 하는 것

(농작물의 다품종 소생산이 가능해지면, 벌들을 혹사시키고 대량으로 개체수를 늘리는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토종벌, 다른 곤총, , 바람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 가능하다)

그리고 더 길게는 한 국가 안에서,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그 순한 눈망을을 가진 소를, 모두 살처분하겠다고 날뛰는 것이 아니라, 근본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 한우의 수가 늘어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사료값이 상승한 것이 문제이다. 육류 소비를 줄이거나, 수요에 맞춰 살아 있는 생물을 죽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자급자족의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국제적인 식량/사료 의존도를 낮춰서, 국내에서 수요-공급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지역 농가가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겠지만,

불필요한 소비(체리라든가, 멜론이라든가, 특히 아몬드, 등)을 외면하는 것이겠지만,

정말로 핵심은, 이것이 꿀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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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토종벌들도 모두 사라졌다.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려 92% 이상의 벌들이 사라졌다.

이번에 전라도에서는 햇빛을 받은 봉군은 피해가 덜 심각했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벌들의 면역력 저하를 핵심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면역력 강화 약품 구입비 14000만원을 토종벌 사육 농가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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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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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노하라.

2012년을 점령하라.

이 명///들 너무 아름답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명령문이라고 해 봤자, 물러나라...정도였다면,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면 미약한 청유문인 타도하자...정도였다면,

(물귀신 작전)

그러니까 너는 나쁜놈이니까 물러나 줬으면 좋겠고,

나는 혼자서 겁나니까 착한 친구랑 손을 잡았으면 좋겠고,

이렇게 확실하게 편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면죄부를 주고나서야, 안심하고 외쳤다면

올 해를 울리는 명령문은

나의 심장을 겨냥합니다.

내가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나를 보호할 수 없다는,

분노해야 할 때도 분노하지 못했던 찌질한 나를 더 이상 용서하지 말라는,

찌질한 세상이 바로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그런 울림과 각성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2.

스테판 에셀, <<분노하라>>, 돌베개, 2011.6.

얇은 책 한 권 권합니다. 가격도 착하구요(6,000), 본문은 50페이지밖에 안 되는데,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살아 있는 글이라 읽기 쉽구요, 부록까지 다 해도 86페이지밖에 안됩니다.

(책을 사서 보는 것은, 저자를, 출판계를, 문화계를 결론적으로는 우리의 목소리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빌려서 볼 책, 빌려서 보는 것도 아까운 쓰레기같은 책들이 더 많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진짜로 좋은 책만 골라서 사는 행동이 저자를, 출판계를 문화계를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정리하자면,

세계가 광활해지고 상호의존적으로 변하면서 예전보다 분노의 이유를 정확하게 찾기는 힘들지만,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두 가지 도전이 있는데

첫번째는 점점 심화되는 양극화

두번째는 인권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이때 개인(국민)

인간의 책임이라는 이름을 걸고 참여하느냐,(레지스탕스의 정신)

역사를 재앙으로 이어지는 저항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는가(발터벤야민)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것도 하지 않는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분노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결과인 참여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길은 평화적 봉기입니다

그것은 비폭력적인 방법입니다.

폭력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그러니까 찬반의 문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은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스테판 에셀은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매우 가슴 아프게 바라보면서도,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빌린 시(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위치함)의 시민들이 폭력없는 항의 시위를 벌이는데, 이러한 비폭력적인 참여가 세계적으로 더 많은 지지와 이해, 후원을 불러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위를 이스라엘은 비폭력 테러리즘이라고 부르는데 과연 그들 답습니다, 촛불집회 이후에, 그때의 공포를 잊지 못하시는 가카의 섬세하고 꼼꼼한 치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하핫;;)

스테판 에셀은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면서 몇 번이나 죽음의 순간에서 살아남은 운 좋은 노투사입니다.

(그는 그 후에 레지스탕스 평의외와 유엔의 인권선언문 작성에 참여합니다.)

그는 레시스탕스의 기본 동기를 분노로 설명하면서 레지스탕스의 유산과 그 이상(理想)을 되살려달라고, 전파하라고, 이제 총대를 넘겨받으라. 분노하라!”젊은 세대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

21세기를 만들어갈 당신들에게 우리는 애정을 다해 말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라고

그의 호소에는, 한 세기를 온전히 살아온 노투사의 지혜와, 당부, 그리고 변하지 않는 원칙과 가치가 고스라니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분노하라!!고 아름다운 조언을 해 주는 노투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반세기를 관통한, 고 김근태 선생과 나꼼수가 있습니다, 하하하!!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정의롭지 못한 일이 자행되는 곳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나 나름으로 어떻게 문제해결에 참여할 것인가.”

이 참여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

-스테판 에셀

……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낫다. 미국보다 금융이 정치에 비해 권력이 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굳이 증권사가 많은 동여의도를 점령할 필요는 없다.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 청와대가 있는 종로를 점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

-고 김근태

3.

마지막으로, 고 김근태선생님이 쓰신 마지막 글 전문을 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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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tcamp.tistory.com/category/김근태의%20요즘생각

세계는 격동하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상징되는 잔혹한 유럽의 여름, 월가를 점령하자는 뉴욕의 가을, 그리고 월가점령에 대한 다른 도시들의 공감, 급기야 1015일 전 세계 곳곳에서 월가점령시위 동참......

월가점령시위가 확산되자 미국의 언론, 학계,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보수 쪽에서는 폭도라는 말까지 사용해가면서 월가점령운동을 폄하하고 있고, 진보 쪽에서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알리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역사의 순간으로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점령에 나선 사람들이 폭도로 여겨지지도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가 당장 붕괴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양 진영의 주장이 워낙 강력하고 방대하게 쏟아져 나오는 관계로 자칫 생각과 판단의 길을 잃을 확률이 높아졌다. 월가점령운동에 대한 양극단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차분히 묻고 냉철하게 대답해야 한다. 우선 미국인들은 왜 월가를 점령하자고 외치고 있을까.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왜 월가점령에 공감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1%를 향한 99%의 분노 때문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정의롭지 못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1%인지 5%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처럼 전 세계가 공감한다는 것은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제패했었다는 증거다. 선진국과 후진국, 강대국과 약소국, 민주국가와 비민주국가의 구분 없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세계적 대세였던 것이다. 그리고 2008년의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인 월가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희생도, 반성도, 징벌도 없는 불공평함에 분노한 것이다. 금융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월가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하지 못한 오바마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티파티의 압력에 굴복해 길을 잃은 공화당과 의회에 대한 절망의 몸짓이기도 하다.

드디어 미국인들이 기존 정치를 불신하고 스스로 정치를 시작했다. 그들은 티파티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마지막 발악에 맞서 어깨에 어깨를 걸고 있다. 너무나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는 냉혹해서 그들이 공화당을 장악한 티파티 정도의 성공을 이루지 못한다면 미국은 한 치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부자감세가 중지되거나 약간 다시 오르거나 다음 선거에서 오바마가 재선되거나 일뿐이다. 이런 사실을 2008년 촛불집회를 했던 우리는 너무 잘 안다. 2008년의 촛불국민들은 2009년엔 조문행렬을 이었고 지금은 희망버스를 타야한다.

흔한 말로 정치권의 위기, 야당의 위기, 민주당의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비난은 비난일 뿐 비난이 승리는 아니다. 방법은 두 가지다. 미국 티파티나 한국의 뉴라이트처럼 경선에 뛰어들어 직접 후보를 내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해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정치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전자가 쉽고 확률도 높다. 비호감일지 모르지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미국의 티파티나 한국의 뉴라이트의 공통점은 적극적 참여와 정당과의 연계다.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낫다. 미국보다 금융이 정치에 비해 권력이 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굳이 증권사가 많은 동여의도를 점령할 필요는 없다.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 청와대가 있는 종로를 점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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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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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아름답게 퀼팅하는, 아티스트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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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다이어트식으로 먹는 영양죽 Cooking Sense 3
배태자 지음 / 예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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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골라서 전해 줄 수 있는, 사랑의 죽 끓이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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