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냉소,고독,재현이라는 생존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 이룸 해외문학 3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추미옥 옮김, 이승덕 감수 / 자음과모음(이룸)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침묵이며 질문이다-

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내가, 그렇게 수많은 시인들의 이름과 그들이 낸 책들의 이름과, 그 책들의 발행 순서까지도 기억했던 것은, 시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이 끝나고 난 지금, 또 다시 거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번에는 수없이 이름을 기억하려고 했다, 게다가 이방인의 이름이다,
클라리시 리스팩토르,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그녀의 이름도, 책의 이름도 이제 기억한다
그건,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수선하고 갈팡질팡한다, 그런데도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느끼는 배신감 때문이다

1. 처음은, 그냥, 나의 호기심이었을 뿐
한 브라질 북동부 출신의 ‘발에 밟힐 정도로 많’은 ‘무해한 처녀’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살아가고만 있다는 사실 외에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 거의 없’는, 아무도 '그녀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하기에’, 누구도 ‘그녀의 미소를 알아차리지’못하는 그녀가 궁금했다 그저 천박한 호기심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배신감이라니, 이 이야기는 ‘무해한 처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작가의 이야기이다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알아챘어야 했다, 읽은 페이지를 읽고 읽는다,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눈을 감아도, 책장을 덮어도 귓속에서,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문장들 때문에 지지부진한 읽기를 지속한다, 단지 몇 개의 문장들 때문에, 불현 듯 알아차리고 만다, 이런 이런, 이것은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이야기다
배신감, 불편함, 때문에 소설의 처음을 읽고, 덮고 또 읽는다, 일주일 째 같은 곳을 읽는다

2. 다행이야, 섣불리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 거야 
나는 그녀의 다른 작품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가 ‘중산층 지식인 여성의 내면세계를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하여 독백의 형식’으로 그려내는 데 뛰어나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감수의 글>에서 얻은 정보일 뿐이다,
미리 알았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세상을 콜라주처럼 찢고, 덕지덕지 붙여서, 또 하나의 세상으로 형상화하는 소설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을 때 처음에 힘들었던 이유도, 호드리고 S.M이라는 작가(화자)가 ‘무해한 여자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 늙고 지친 화자의 장황한 서설이, 읽는 나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무례하고 장황한 언술에 감춰져 있는 별 것 아닌 진실을 폭로하겠다는 오기로 읽는다, 그러나 달려드는 문장들, 나를 향해 돌진하는 고백들이 내가 눈뜬장님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으로 들뜨게 한다, 그래서 읽는다, 그리고 발견한다,  그녀, 클라리시 리스팩토르의 순진한 거짓말을
 

3. 순진한 거짓말, 
이 소설에서 화자인 호드리고 S.M은 남자 작가로 설정되어 있다, 아마도 클라리시 리스팩토르가 의도한 것은, 남자가 여자를 관찰한다는 구조를 이용해 주인공인 ‘무해한 처녀’, 마카베아에 대한 작가 자신의 진심을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화성에서 온 남자가 금성에서 온 여자’에 대해 알고 있는 어설픈 진실처럼, 마카베아에 대해 이해는 물론, 어설픈 공감도 불가능한 남자 화자의 입을 통해서, ‘무해한 처녀’가 실제로 무가치한 존재라는 사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 주려는 의도였지 않을까? 그러나 작가의 어설픈 트릭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이야기의 화자가, 작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런 이유로 이 불분명한 이야기가 명료해질 때까지, 끝까지 읽을 확실한 동기를 얻게 된다

몸을 파는 여자들이 있다.......그 여자들은 자신이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는 실체를 판다. 하지만 내가 이제 이야기하고자 하는 여자는 팔릴 만큼 변변찮은 몸뚱이도 아니다. 아무도 그녀를 탐내지 않는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무해한 처녀다. 나 역시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은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글인 셈이다. 물론 그 ‘누구’는 작가일 것이고 또한 남자여야 할 것이다. 여자가 쓴다면 가슴이 미어지고 말 테니까. p.22

  당신, 클라리시 리스팩토르 할머니(그녀의 마지막 소설이다, 할머니라기에는 젊지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정겨우니까)의, 어설픈 거짓말을 눈치챘는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나 고통을, 친구 이야기인 것처럼 돌려서라도,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작가의 마음이 만져지는가?
 

만일 실제로 작가가 남자였다면, ‘무해한 처녀’ 이야기를 ‘여자가 쓴다면 가슴이 미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남자처럼 굴고,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라고 할지라도, 여자이기 때문에, 오직 여자들만이 그 이야기가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4. 그녀를 알 것만 같아

지식인과 거리가 한참 먼 나는 몸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내가 쓰는 것은 축축한 안개와 흡사하다, p.28

한데 갑자기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 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현실에 대해 쓰기로 마음 먹었던 때였다. 현실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나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p.29

  반어법, 그래, ‘지식인 여성의 내면’에 관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서 현실에 존재하는 무수한 그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지식인이 아닌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자신이 지식인이 아니라, ‘지식인과 거리가 한참 먼’ 사람인 것처럼,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것처럼,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글을 씀으로써 숨을 쉬지 않으면 난 매일 죽어 갈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라도 뒷문으로 조용히 사라질 준비도 되어 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었고 열정과 절망까지 다 맛보았다. 이제 내게 남은 소망은, 있었을 수도 있었으나 결코 있지 않았던 것을 가져 보는 것이다.p.36

작가는 ‘이 이야기는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객체로 다시 태어나게 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속해 있던 지식인 세계(특권층의 세계이며, 현실의 지극히 작은 부분이기도 한)를 떠받드는, 지상부 여인들의 삶을, 그들의 눈동자를 보고 만 것이다 죽음이라는 뒷문으로 사라질 준비가 되어 있는 클라리시 리스팩토르에게, 비록 전혀 질이 다른 고통이라고 해도,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녀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너무도 질이 다른 고통이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현실에 대해 쓰는 것, 자신의 한계를 넘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 남은 소망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자신이 관심을 기울이던 익숙한 대상이 아니라, 낯선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들 안에 진실들, 그녀는 그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는 듯한, 행복이라는 단어가 사치가 되는, 브라질 북동부의 그녀들, 그녀들 중에 한 명인 마카베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변명이면서, 나에게도 충분한 변명이 되어 준다,

클라리시 리스팩토르의 마음이 내게 전해진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또 다른 그녀의 손을 잡는다 나와 경험이 다르고, 신분이 다르다고 해서,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물질과 기회가 풍부한 곳에서 태어나고, 아등바등 살아간다고 해서, 죽음이나 삶으로부터 내 삶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해서, 내가 그녀의 삶을 위로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5. 그러니까, 나의 이야기였어

그녀 이야기는 아직도 나의 취향은 아니다
그녀 이야기에는 별다른 사건도 갈등도 화해도 결론도 없다
그녀 이야기의 대부분은 독백이다
그녀 이야기에는 
 

그들은 자신들이 남아도는 인간들이며 아무도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그들은 불만을 말하지도 않고, 내가 알기로는 반항하는 법도 전혀 없다. 누구 하나 들어 줄 이가 없기 때문이다.p.23
 

그녀는 암캐처럼, 오로지 저 혼자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살았다.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축소해 버렸다.p.31'
 

무수한 그녀이며, 단 한명의 그녀가 등장한다
그녀는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동안 '현란한 형용사와 탄탄한 명사와 공기를 가를 듯 유연하게 헤엄치는 동사‘들을 버리고, 누더기만 걸친 고행을 선택한다 현실 속의 무수한 그녀들의 삶과 가까워지려는 그녀의 노력이다

“난, 괴물인가, 아니면 이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의미인가?”

  과연 브라질 남동부 출신의 가난한 그녀들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저,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스스로 ‘난 누구지?’라고 질문할 정도만 되었다면, 여자는 그대로 땅에 코를 처박고 말았을 것이다. ‘난 누구지?’라는 질문은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갈망을 어떻게 채우겠는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은 곧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난 누구지?’라는 질문에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당신 일상의 대부분은, 저 질문에 대한 구차한 변명이거나, 도피가 아닌가?

  그녀 이야기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이다
그녀 이야기에는, 배제된 기회와 가난 속에 웅크린, 정체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고, 그런 추상어를 들어 본 적도 없는 그녀가 있다, 그러나 그녀의 삶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는 내가 있다, 그런 수많은 복제품 같은 그녀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 하는 그녀들이, 삶이란 무엇인가? 하고 질문을 던지는 그녀들이, 연민과 공감이라는 감정으로 떨리는 무수한 그녀들이, 클라리시 리스팩토르, 그녀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 이룸 해외문학 3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추미옥 옮김, 이승덕 감수 / 자음과모음(이룸)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과장된 내정함에 숨긴 연민, 세상 모든 그녀들의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러비드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문장 하나마다 멈춰서서 숨을 골라야 한다, 한 숨에 읽어내리기에는 너무도 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The Human Stain (Hardcover)
Roth, Philip / Houghton Mifflin Harcourt / 2000년 5월
44,850원 → 36,770원(18%할인) / 마일리지 1,840원(5% 적립)
2009년 01월 09일에 저장
절판
White on Black (Paperback, Reprint)
Ruben Gallego / Mariner Books / 2007년 1월
22,420원 → 18,380원(18%할인) / 마일리지 920원(5% 적립)
2009년 01월 09일에 저장
절판
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9년 01월 09일에 저장
절판

The Woman in White (Paperback)
Collins, Wilkie / Modern Library / 2002년 1월
20,700원 → 16,560원(20%할인) / 마일리지 83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01월 09일에 저장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