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춘기 수업 - 사춘기 아이의 정서를 이해하고 학습력을 높여주는
이민서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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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전문회사에서 오랫동안 강의와 학습법, 교육 철학관련 전문경력을 쌓은 저자는 다양한 실 상담사례를 가지고 유려하게 글을 써내려갔다. 이 책은 하루하루 마음이 자주 변하는 사춘기 아이가 공부와 정서의 두 줄다리기에서 엄마라는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자 부담스러운 존재와 어떻게 경합하고 의존하고 함께 길을 만들어가야하는지 다시금 공부법과 정서이해/관리법의 명확한 방법론과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일상적인 용어가 된 청소년 사춘기와 대립 하면서 조응하는 엄마의 사추기를 언어화하고자 했다는데 있다. 물론 기존의 책들에서 엄마의 공부법, 엄마의 생존, 엄마도 아프다 등등의 언설을 할 수는 있으나 명확한 방법론 제시가 부족했고, 우리나라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가부장제 하의 엄마 역할의 과중이 있었다는 시대적 어젠더가 겹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그것에 공감하면서 아이와 엄마간 서로간의 정서를 이해하고 서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렸다는데 그 특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을 보며 예전 중고등학교 시절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공과대학을 마치고 처음 회사 연구소에 입사해서 회사 일을 익히고 연구개발 업무의 히스토리와 방법론을 배워야 했을 때가 기억났다. 다시금 부서를 인사팀으로 옮겨서 어떻게 다시금 업무를 익히고 경제학 석사학위를 했었는가가 기억났다. 지금 문화/인류학 박사를 하는 중에 어떻게 공부를 하고 다시금 어떤 벽에 부딪혔는가 경험이 있어 몸으로 체감이 된다. 공학 - 경제학 - 인류학으로 학문을 바꾸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왜 나는 하고 있는가,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재미있고 잘하는 것으로 점점 옮기려 했던 근자감은 아니었는가 생각해 본다.

 그 근자감의 그나마 근본에는 내가 학습해왔던 경로에서 만난 중요한 사람인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선생님들과 동료들이 있다. 그들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어왔었나. 먼저 어머니는 나를 믿어주었다. 물론 공부를 곧잘했었지만 몇 번의 위기 상황에서 나무람이 없었다. 국민학교 2학년 숙제를 못하면 학교를 못갈정도로 겁이 많던 나에게 "융통성이 있어야지, 일단 학교부터 가도록 해"라고 꾸지람 섞인 격려가 있었다. 전학을 가서 3학년 때 처음으로 두자리 등수를 받아본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무말 없이 기다려 준건 아니었는가. 국민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1학년  때 처음 학원을 다니고 저녁에 피곤해서 초저녁잠을 자고 있으면 놔두셨기도 했다. 중3때 모 학원 과학고 대비 반에 들어갔는데 고2때나 배우는 케플러 법칙과 대입 논술을 하는터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일만에 울면서 학원에 못가겠다고 했다. 내 자존심에 수업시간에 이해가 안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학원을 더 이상 가지 않았고 어머니는 허락했다. 물론 고3때 학습량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쯤 공부를 해야된다는 조언은 있었다. 

 나는 운 좋게 공부를 지겨워하지 않았었다. 필요함과 궁금함이 있었다. 타인에 대한 인정이나 마지못해 했던 적은 없었다. 물론 의무감을 가지고 해야할 일들은 많은데 그 의무를 자주 잊는 단점도 있다. 가방끈의 욕심도 아니었는데 궁금증에 회사다니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했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오랜동안 다녀왔는데도 학습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학부 때 예상했던 공부량만큼 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경제학으로 옮겼을 때는 초반에 용어를 몰라 당황하기도 했으며 지금 박사과정에서는 분위기를 이해하는데도 1년은 할애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큰 관문인 박사 논문에 있어 전전긍긍하고 현재의 학습태도로는 택도 없음이 다시금 느껴진다. 거기에서는 아내가 큰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미지, 장면 사고가 익숙한 나에게 논리적 사고를 잘하는 아내는 학습 방법에 있어 조언자이며 감정적으로 오랜 동안 학습함을 이해해주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엄마와 아이, 아이와 엄마, 아이와 주변인, 주변인과 나, 등등의 얽혀진 관계에서 이해와 학습, 성장은 평생의 키워드라고 보여진다. 인간만큼 존재와 관계의 두 축, 역설사이에서 전전긍긍하고 성찰해야하는 생물은 없다. 책 표지처럼 엄마와 아이에 애착과 대결의 넓은 강이나 좁은 실개천은 언제나 흐르고 또한 흘러야만 한다. 독립과 예속의 애매함 속에서 언젠가 서로 당당한 주체로 성장하면서 관계의 소중함은 계속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 당위성을 이해하고 방법론을 학습하는데 의미있는 이정표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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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소통법 - 일, 관계, 갈등이 술술 풀리는 커뮤니케이션의 법칙
유경철 지음 / 천그루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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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은 과정일 뿐 결과는 아니다. 게다가 내가 아닌 너와 관계, 소통, 대화를 하면서 만드는 완벽은 어렵다. 저자는 완벽한 소통이라는 어쩌면 형용 모순의 상황에 끝없이 도전한다. 나는 저자가 완벽을 계속이 아닌 순간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여긴다고 느껴졌다. 

 그는 10가지 소통의 장면을 연결, 갈등, 성격, 성향, 라포, 말하기, 경청, 공감, 질문, 피드백으로 나누었다. 이 열가지 장면을 연극의 무대로 올린다면 연결, 갈등은 무대, 무대 성립 요건이 된다. 성격, 성향은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나에게 맞춘 것이 된다. 라포, 말하기는 내가 너와 관계를 맺는 나로 비롯한 순간이다. 경청, 공감은 너로 주목해서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문과 피드백은 그 연결과 갈등의 순간이 다른 무대로 관계로 연결되는 연극의 시작과 끝이 된다. 저자는 연극 한 편과 속편이라는 삶의 끝없는 만남의 연쇄를 유려하게 구분했다. 이것은 다섯 단계라고 가르치지 않고 장면을 단어 묶음으로 면밀히 보여주고자 했다. 

 이 책을 읽은 독자 누구라도 만남은 필연이고 나와 너의 욕망은 삶의 의지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동시적 관계적 문제 해결과 조금이라도 필연을 인연으로 만든다 생각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은 저자가 말했듯 잠시나마 완벽했고 서로를 순간적 완벽과 만족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소통은 네가 아닌 내 상황으로, 소통의 방법을 너부터가 아닌 내가 먼저 해보기를 추천한다. 

 수 많은 방법론과 자기계발적 지시와 조언이 아닌 이 책을 카페테리아 식으로 살펴보며 저자가 제시한 방법론과 사례를 나의 연결, 갈등 상황과 맞춰본다면 나로서 그 순간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소통법의 힌트를 얻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한 순간이 켜켜이 쌓여서 더욱 소통의 완벽함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은근한 끈기로 불완전함 나와 너, 그리고 관계속에 잠시나마 완벽의 순간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다시금 직장인들과 만나게 되는 내 상황에도 적절한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라색 표지, 흰색 바탕체로 크게 써내려간 표지에는 소통은 붉은 욕망과 냉철한 지성, 혹은 차가운 물과 뜨거운 불이, 뜨겁지 않고 따뜻하면서도 세련되면서도 은근한 양가적, 포섭과 통합의 순간임을 알려준다. 글씨의 흰색의 순수하고 끝없는 의지도 와닿는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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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정치의 시대 - 기본소득과 현금지급이라는 혁명적 실험
제임스 퍼거슨 지음, 조문영 옮김 / 여문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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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영문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직역하면 ‘사람(남자)에게 물고기를 줘라’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예로부터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노동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는 무비판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문장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퍼거슨은 아프리카와 제3세계를 대상으로한 국제 개발 및 원조 활동에서 개발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추적하는 인류학자이다. 2차 대전 이후 끝없이 물고기 잡는 법과 같은 서구 근대화 방법 이식과 다양한 원조를 계속 했음에도 왜 아프리카는 서구처럼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는커녕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를 추적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개발’에 대한 질문은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라는 반문을 낳게 했다. 우리말로 <분배정치의 시대> 번역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개발은 어떤 의미인가’에서부터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전 지구적 사례를 제시하고 인식의 이동을 요청하는 응답 서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한국사회와 연결되는 지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저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나미비아를 중심으로 소위 기본소득이나 공적부조의 형태로 금전지원이 일어나고 있음을 제시하면서 기존 서구 복지국가와는 다른 형태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구 복지국가 운영은 4인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남성에게 지속적인 노동이 가능토록 이끄는 재분배 형태의 물적 지원이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실제 누군가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아프리카의 공적부조는 기존 서구의 복지국가 운영방식과 사회적인 것(the social)이 사회를 유지시킬 수 있는 구성원에게 지급되었던 방향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한 정치인은 복지를 하면 국민들이 게을러진다고 말했었다. 복지 예산을 늘리거나 요새 서울시의 청년 수당과 성남시 청년 배당을 실시했을 때 정부부처나 다양한 언론매체, 혹은 동년배에 안정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누군가는 강력한 반대를 한다. 저자가 서구 복지 제도의 빈틈을 제시하는 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다. 복지예산에 기대어 있는 사람들을 그 누구는 ‘복지충’으로 부르고 주공아파트 휴먼시아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휴거라고 욕되이 부르고 있다. 기업가의 해고로 실업급여를 받는 개인도 무언가 어색한 감정이 든다. 이런 감정과 언설에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내재되어 있으며 대부분 세대에 거쳐서 능력주의와 출세를 신봉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정당성을 획득한다.
 
 저자는 실제로 물고기 잡는 법이라는 노동의 과정과 기회 평등을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물고기라는 물건이나 물고기를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지원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받을 당연한 권리이며 몫이라고 말한다. 이는 서구의 사회적인 것이 가졌던 빈틈과 소위 복지의 안전망을 빠져나간 사람들까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포함하는 인식의 전환이다.

 

 그리고 저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아울러 직접 돈을 주는 금전 지원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돈을 주면 버릇나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격언에도 교환가치가 높은 돈을 주게되면 노동이나 자기 계발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다가 멈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가정에서 장을 볼 때에 마음이 쪼들리거나 사회생활에서 축의금이 빠듯해서 사회적 관계를 맺기 꺼렸던 경험이 있다. 저자는 기본적인 금전지원이 최소한의 관계 맺기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경제적 관점으로 돈을 사유했던 마르크스 주의나 고전 경제학에서 돈의 가치 중립성을 제시한 것과 저자가 달리 돈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관점까지 함께 생각해야 함을 역설했다고 생각한다. 돈은 신과 비등하지도 덮어놓고 무시할 수도 없는 사회적 역사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아프리카의 실험적 분배정치 장면들을 목도하면서 나는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개인화 탈규제화 자유화되어 공동체가 와해되는 이 시기에 다양한 죽음들과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비윤리적 사건들이 스쳐지나갔다. 이는 구성원의 노동력을 기준으로 혹은 성공이나 재산여부를 중심으로 인간을 등급화하고 구별을 정당화하는 언설과 다양한 지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다시 옛말에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이탈리아 학자 베라르디 비포는 소시오패스, 비극적인 집단 학살이 발생하는 요즈음의 시기를 금융자본주의 시대 온정과 인간됨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가치를 거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는 얼마나 더 잘 살기 위해 우리의 옆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가. 경제 성장이나 근대화 산업화의 이상들은 과연 어디까지 달려가야 보일 수 있는가. 이제는 그 가치와 이상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조한혜정교수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이 아닌 선망국이 될 것 같다며 우려했던 기억도 함께 자리한다. 

 

 이 책은 그동안 사회적인 것이 서구적인 사회적인 것이었을 뿐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사회적인 것이 존재함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이 기존의 서구 소유권 개념이나 복지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체 구성원은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할 이유가 있다는 명제에 얼마나 충실히 사회는 운영되어야 하는가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혹한 이 시기 국가나 권력의 양태가 비윤리적이기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있어 이 비윤리성이 사라지고 거대한 적이 사라졌을 때 다시금 사회적 담론은 어떠한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움직일 것인가. 이 윤리적 기준은 또 다른 능력주의와 시민과 비시민의 구분을 낳을지도 또 다른 파시즘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런 엄중한 시기의 양면성 앞에 우리는 시민됨을 그 존재로서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인간 존재의 당위성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인류의 태고적 기원 아프리카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활용 방법에 따라서 더욱 효과적으로 사회적인 것이 더욱 살만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런 인식의 전환과 실천적 방법에 있어 빼어난 사례와 공감가는 내용을 충분히 담은 좋은 책이다.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혼자 일어서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팔을 잡고 함께 일어나가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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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부부 - 우리 부부, 오늘도 연애 중! 행복한 성가정을 꿈꾸는 당신에게 드리는 팁
유수인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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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그 행복은 사랑함에 있음을 안다. 아는 것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또 안다. 그것을 알기에 노력을 하려 애쓴다. 노력은 이벤트로 혹은 특별한 것으로 채우려고도 한다. 하지만 그 일은 반짝하는 순간을 지나버린다. 일상은 황혼처럼, 새벽의 여명처럼 따갑지도 않게 다가온다. 일상이 엑스터시와 같다면 그것을 누가 견뎌내리오.


그만큼 부드러운 일상에서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매일 행복하겠다고 말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혹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말하겠다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허황될 수 있다. 밝은 일상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쇼윈도 부부처럼. 그것을 내가 혼자 결심한다고 해서 될 수도 없다. 나의 환경은 녹녹치 않다. 녹녹치 않은 환경은 합리화로, 또 다른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여행은 그래서 의미가 있기도 하다. 나의 환경에서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고 나를 합리화할 버팀목이 되는 그 환경에서 잠시 사라지는 것을. 그 철퇴를 피할 수 있는 길을 주는 것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책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행의 책처럼 전폭적으로 생각만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미주알고주알 떠들어 대는 사람도 있지만, 책은 상상만을 어렴풋한 현실로 바꿔주는 놀이동산 티켓과 마찬가지다. 야간개장이 끝날 때까지 책을 덮을 때까지 책은 눅눅하게 젖은 지하실의 한 줄기 빛처럼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런 책이었다. 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부부. 골똘한 생각도 합리적 이성도 눈물 쏙빼는 감동도 몇 분간 정신없이 보는 걸그룹 뮤직비디오도 아니지만 일상의 아름다움, 그 눈부시지 않은 눈부심을 꾹꾹 눌러 써주었다. 저자 그녀는 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했단다. 만족할 수 없었던 자기의 어린시절을 인정하기로 했으며, 그런 어린시절을 본받지 말라고 자기의 아이에게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사랑으로 혹은 작은 가이드가 되어 자리하겠단다. 좋은 회사나 넓은 집보다는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단다. 그것도 매일.


파스텔톤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페이지가 사르르 넘어간다. 나도 아이가 갖고 싶다. 나도 아내에게 혹은 부모에게 나머지 사람들에게 매일 사랑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어느 철학보다 두꺼운 교양서적보다 산사의 노승의 한 마디가 마음을 울리듯. 자극적이지 않게 저자는 말한다. 그녀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 한다. 행동하며 손을 맞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함을 말한다. 그녀의 순간이 그 말들이 조목조목 징검다리처럼 혹은 연못의 버드나무가지처럼 고요하게 혹은 아름답게 피워내리라 믿는다. 그 삶은 혹은 책의 구절들은 닮을만 하다.


기억나는 구절 ===========================

"역사 내에서는 우산을 접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깜짝 놀란 나머지 우산을 접지도 않고 줄행랑을 쳤다. 뒤따라온 그와 나는 한참 동안 서로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별 것 아니지? 재미있지?" p43, 결혼한 남편과 엉뚱한 짓을 해보자며 지하철역에서 우산을 피고 걷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요즘은 우울하다는 말 안 하네?" 라는 그의 말에 드디어 나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던 우울감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내 감정을 즉기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홀가분 했다. 47

언젠가 책에서 적은 물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연필 한 자루, 신발 두 켤레, 책 스무권, 컵 한 개로도 충분한 삶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110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와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 <결혼에 대하여> 120

"불 켜면 눈부시니깐 조금만 참아."

불을 켜고는 내가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겸연쩍은 듯 뒤통수를 긁으며 한마디 했따.

"미안해."

그러고는 이내 읽은 책을 고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에이, 불 켜지 말 걸 그랬네." p154, 따옴표의 말은 그녀의 아이가 한 말.

그랬다. 어릴 적 경험이 내 몸 어딘가에 새겨져 일상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과거의 경험은 바꿀 수도 지울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안에 그러한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다.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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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의 인재 경영 현실로 리트윗하다 - 인재가 모이는 회사, 인재가 떠나는 회사
유경철 지음 / 글로세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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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습의 겸비는 창과 방패의 모순처럼 현실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문무를 겸비한 장수,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융화되는 조직, 임직원 성장과 회사 성과가 함께하는 회사, 그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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