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부부 - 우리 부부, 오늘도 연애 중! 행복한 성가정을 꿈꾸는 당신에게 드리는 팁
유수인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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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그 행복은 사랑함에 있음을 안다. 아는 것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또 안다. 그것을 알기에 노력을 하려 애쓴다. 노력은 이벤트로 혹은 특별한 것으로 채우려고도 한다. 하지만 그 일은 반짝하는 순간을 지나버린다. 일상은 황혼처럼, 새벽의 여명처럼 따갑지도 않게 다가온다. 일상이 엑스터시와 같다면 그것을 누가 견뎌내리오.


그만큼 부드러운 일상에서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매일 행복하겠다고 말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혹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말하겠다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허황될 수 있다. 밝은 일상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쇼윈도 부부처럼. 그것을 내가 혼자 결심한다고 해서 될 수도 없다. 나의 환경은 녹녹치 않다. 녹녹치 않은 환경은 합리화로, 또 다른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여행은 그래서 의미가 있기도 하다. 나의 환경에서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고 나를 합리화할 버팀목이 되는 그 환경에서 잠시 사라지는 것을. 그 철퇴를 피할 수 있는 길을 주는 것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책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행의 책처럼 전폭적으로 생각만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미주알고주알 떠들어 대는 사람도 있지만, 책은 상상만을 어렴풋한 현실로 바꿔주는 놀이동산 티켓과 마찬가지다. 야간개장이 끝날 때까지 책을 덮을 때까지 책은 눅눅하게 젖은 지하실의 한 줄기 빛처럼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런 책이었다. 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부부. 골똘한 생각도 합리적 이성도 눈물 쏙빼는 감동도 몇 분간 정신없이 보는 걸그룹 뮤직비디오도 아니지만 일상의 아름다움, 그 눈부시지 않은 눈부심을 꾹꾹 눌러 써주었다. 저자 그녀는 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했단다. 만족할 수 없었던 자기의 어린시절을 인정하기로 했으며, 그런 어린시절을 본받지 말라고 자기의 아이에게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사랑으로 혹은 작은 가이드가 되어 자리하겠단다. 좋은 회사나 넓은 집보다는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단다. 그것도 매일.


파스텔톤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페이지가 사르르 넘어간다. 나도 아이가 갖고 싶다. 나도 아내에게 혹은 부모에게 나머지 사람들에게 매일 사랑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어느 철학보다 두꺼운 교양서적보다 산사의 노승의 한 마디가 마음을 울리듯. 자극적이지 않게 저자는 말한다. 그녀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 한다. 행동하며 손을 맞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함을 말한다. 그녀의 순간이 그 말들이 조목조목 징검다리처럼 혹은 연못의 버드나무가지처럼 고요하게 혹은 아름답게 피워내리라 믿는다. 그 삶은 혹은 책의 구절들은 닮을만 하다.


기억나는 구절 ===========================

"역사 내에서는 우산을 접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깜짝 놀란 나머지 우산을 접지도 않고 줄행랑을 쳤다. 뒤따라온 그와 나는 한참 동안 서로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별 것 아니지? 재미있지?" p43, 결혼한 남편과 엉뚱한 짓을 해보자며 지하철역에서 우산을 피고 걷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요즘은 우울하다는 말 안 하네?" 라는 그의 말에 드디어 나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던 우울감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내 감정을 즉기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홀가분 했다. 47

언젠가 책에서 적은 물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연필 한 자루, 신발 두 켤레, 책 스무권, 컵 한 개로도 충분한 삶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110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와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 <결혼에 대하여> 120

"불 켜면 눈부시니깐 조금만 참아."

불을 켜고는 내가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겸연쩍은 듯 뒤통수를 긁으며 한마디 했따.

"미안해."

그러고는 이내 읽은 책을 고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에이, 불 켜지 말 걸 그랬네." p154, 따옴표의 말은 그녀의 아이가 한 말.

그랬다. 어릴 적 경험이 내 몸 어딘가에 새겨져 일상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과거의 경험은 바꿀 수도 지울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안에 그러한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다.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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