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 - 국내 최초 나우아틀어 원전 기반 아즈텍 제국의 신화와 전설 드디어 시리즈 9
카밀라 타운센드 지음, 진정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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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멕시코 중부 지역에 존재했던 '아즈텍 문명'은 인간을 제물로 바쳐서 신을 찬양하고 기렸던 잔혹한 문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일부만 진실이다. 이는 아즈텍을 정복한 스페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다. 스페인 침략자들은 정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메쉬카를 비롯한 원주민 종족을 극도로 야만적이게 묘사했다.

이 책의 저자이며, 아메리카 원주민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인 '카밀라 타운센드'는 아즈텍 원주민들의 언어인 '나우아틀어' 문헌과 기록을 해독하여, 스페인 침략자들의 왜곡된 이야기가 아니라 아즈텍 원주민 자신들이 직접 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책은 아즈텍이 식민지가 되기 이전에 전해지던 구전의 일부를 옮겨적은 나우아틀어 원전과, 잃어버린 전통에 대한 메쉬카 원주민의 고찰이 담진 자료를 기반으로 쓰여졌다. 이 책에서 지칭하는 '아즈텍'은 멕시코 중부에 거주했던, 나우아틀어를 쓰는 모든 종족을 가리킨다.



아즈텍 사람들은 종족의 주권과 유대를 중시했다. 이들은 작은 종족 단위로 공동체를 이루어 살았고, 작은 공동체가 모여 큰 공동체를 형성했다. 각 종족은 자치권을 누리는 동시에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 평화롭게 공존했다. 아즈텍인에게 가장 중요한 공동체 단위는 '알테페틀'이었데, 이들은 구성원들의 의향에 따라 더 작게 나눠지기도 하고, 때로는 더 큰 공동체를 구성하는 등 유동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아즈텍인들은 1년의 달력 '시우포우알리'와 요일의 달력 '토날포우알리' 두 가지를 함께 사용했다. 그들에게 오늘의 세상은 이미 네 번 파괴되고 새롭게 탄생한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이다.



아즈텍인들에게 신은 유한하고 변화무쌍한 존재이다. 그들에게 신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신성은 거대한 자연처럼 서로 뒤섞이고 어울리는 개념이었다. 예측하지 못한 변화와 혼란, 모든 인간이 의존하는 풍요로운 땅,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 주는 창조력이 신의 섭리였다.



다른 문화권의 신화와 전설과 마찬가지로 아즈텍의 신화에서도 신들은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때로는 인간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심지어 신은 영적 존재가 아니라 먼 과거에 실존했던 태초의 인간 중 하나일 뿐이기도 하다.

아즈텍인은 지상에서의 삶이 영원한 우주로부터 '빌려온' 것이기에 귀하고 소중하게 여겼다. 한편 그들은 인간이 동물을 기르고 그 목숨을 취해 고기를 얻는 것처럼, 인간의 생명을 희생해 신에게 그 육신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즈텍 신화속 유명한 신들은 몸소 자기 희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인간은 신처럼 용감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아즈텍인들은 적들과 포로의 생명을 대신 바치는 방식을 택했다. 전투에서 승리한 뒤 적군을 희생시키는 것은 *메소아메리카 전역에 널리 퍼진 관습이었다.
* 메소아메리카 : 멕시코 중남부와 중앙아메리카 북서부 지역의 문명권을 통틀어 일컫는 말.(나무위키)



메소아메리카 여러 부족에게 죽음은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면서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운명과 같았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다,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노래를 지어 불렀다. 살아남은 이들은 망자를 기억하며 4년간 기도하고 노래했다. 망자가 죽음의 땅인 믹틀란에 도달하기까지 4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메쉬카족은 아즈텍 제국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가장 중요한 종족이다. 이들은 북쪽에서 내려와 정착하고, 치치메카족과 오랜 시간 동맹 관계를 맺으며 멕시코 분지에 도시국가 '테노츠티틀란'을 세웠다.



아즈텍 신화와 전설을 보면 생존을 위한 싸움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혼인 동맹과 결혼은 전쟁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아즈텍 제국에서 여성들은 사회적,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며 능동적인 삶을 살았다.


아즈텍 설화는 메쉬카가 12세기 초 테노츠티틀란에 정착하여 16세기 초반 스페인 제국주의에 무너지기까지의 고난과 역경, 영광을 모두 보여준다.


아즈텍 사람들은 신을 받들었지만, 때로는 신에 저항하기도 했다. 영적으로 강력한 사람인 나우알리(마법사), 점성술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인 틀라마티니, 티시틀(의사), 토날포우카(점쟁이), 틀라마카스키(제관) 등이 신과 소통하는 직업이었다. 이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아즈텍 제국의 인신 공양 풍습은 처음에는 신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한 제물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이웃 종족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한 책략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잔혹해졌다. 거기에 스페인 정복자들는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신 공양의 규모나 잔혹성을 지나치게 부풀려 악마화하였다.

그러나 아즈텍인들도 오늘날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축제를 즐겼다. 희생제의 때면 관중들은 엄숙하게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장엄한 춤을 추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멕시코에 정착하여 원주민들과 섞여 살기 시작하면서, 멕시코 원주민들은 서로 다른 두 종교, 아즈텍 종교와 유럽 가톨릭이 뒤섞여 공존하는 종교 생활을 시작하였다. * 원주민들이 '에르난 코르테스'를 돌아온 케찰코아 신으로 여겨 숭배했다는 이야기는 유럽의 식민주의적 상상력이 반영된 오류이다. 흰 얼굴의 신은 나우아틀어 원전이나 아즈텍 기록에 있었던 내용이 아니라, 스페인의 아즈텍 정복 이후에 기록된 내용이다. 원주민들이 가톨릭을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멕시코 중부 원주민들은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면서도 옛 믿음을 굳건히 간직했다. 이들은 가톨릭 교리를 믿으면서도 지상에서의 삶이 소중하며 죽은 이들이 계속 살아 있게 하려면 의미 있는 방식으로 기억해야 한다는 아즈텍 신앙의 중심 사상도 잊지 않았다. 멕시코의 전통 신앙이 잘 드러나는 기념일이 바로 '죽은 자들의 날'이다.

스페인의 지배 이후 수 세기 동안 멕시코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언어를 보존하고, 심지어 되살리고자 노력해왔다. 멕시코의 나우아틀어 사용 인구는 현재 150만 명을 웃돌고 있고, 오늘날 메쉬카의 후손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

멕시코 학자 에두아르도 델라크루즈는 나우아틀어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연구자이자 운동가, 작가이다. 그는 2016년 나우아틀어를 영어가 아니라 나우아틀어로 풀이하는 사전을 완성했다.

세계 곳곳에서 점점 설 곳을 잃거나 희미해져 가는 소수 민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일은 인류 전체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자국 문화를 더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문화는 저마다의 독특한 특성과 의미, 지혜를 간직하고 있다.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넓히고, 세계관을 확장해준다.

멕시코 선주민들이 침략자 코르테스를 신으로 여겼다는 이야기를 나는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이라는 책에서 접했다. 서구 제국주의의 라틴 아메리카 착취를 통렬히 고발한 이 책은1971년 출간된 책인데,. 국내에서는 '수탈된 대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금서 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이라는 이름은 2025년에 50주년 특별 스페인어 완역본으로 재출간되면서 붙여진 제목이다.

"목테수마는 케찰코아틀 신이 돌아왔다고 믿었다. 그 조금 전에 케찰코아틀 신의 귀환을 알리는 여덟 가지 전조가 있었다. (...) 그 신은 백인이고 수염이 많았다. 잉카의 양성 신인 우이라코차도 백인이고 수염이 많았다. 그리고 동쪽은 마야의 영웅적인 선조들의 출생지였다."(43쪽)

제국주의의 수탈을 고발한 이 책 때문에 우루과이에서 추방까지 당했다는 좌파 지식인 마저 '백인 신 코르테스' 얘기를 믿었던 것을 보면, 당시에는 이 얘기가 정설이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2020년 국내 출판된 '피와 불 속에서 피어난 라틴아메리카'(졸 찰스 채스틴 지음)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수 세기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코르테스는 곧 강림할 것으로 예언되어 있는 백색 피부의 신 케찰코아틀일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에스파냐인들이 도착하고도 몇 십 년이 지나서야 생겨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없이 되풀이되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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