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 충돌하는 역사 속 진실을 찾아서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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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한다. 이스라엘인 약 1천 2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2백 40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스라엘은 그 보복으로 4만 6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고, 그 중 4분의 1이 어린아이들이다. 이스라엘의 폭력으로 가자 지구 주택의 90퍼센트가 파괴되었고, 주민 2백 30만 명 중 90퍼센트가 난민으로 전락했다.

식민주의자들은 토착 주민들을 '야만인'이나 '원시인'으로 묘사하면서 비인간화한다. 고전적 식민주의는 자신이 야만인들에게 근대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반면, 정착민 식민주의는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땅을 근대화한다고 여긴다. 사람들은 치워버려야 하는 존재다. 필연적으로 토착민들에 대한 축출과 학살이 따른다.

19세기 말,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약 50만 명이 살았고, 그 중 70퍼센트 정도가 무슬림이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자는 시온주의는 16세기 유럽 복음주의 기독교에서 출발하였다. 시온주의는 정착민 식민주의다.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종말을 앞당기는 성경의 실현이라 믿었고, 한편으로는 유대인을 유럽에서 몰아내고 싶었다. 이후 유럽에서 유대인 집단 학살이 일어나면서 유대 시온주의가 생겨났고, 영국 제국주의는 팔레스타인 지역을 오스만 제국에게서 빼앗기 위해 시온주의를 지원한다. 홀로코스트가 벌어지자 시온주의는 유대 세계 전체로 확산되었다.

1926년 무렵, 시온주의자들은 토지 소유의 관습을 뒤엎으며 팔레스타인 농민들을 땅에서 쫓아내고 학살하며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를 시작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저항했고, 영국은 잔인하게 진압했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자 시온주의자들은 급진화한다. 1942년, 뉴욕에서 시온주의 지도부는 팔레스타인 전체를 유대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포했고, 시온주의의 중심은 영국에서 신생 강국 미국으로 옮겨진다. 유럽 열강은 홀로코스트의 양심을 깨끗하게 세탁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외면한다.

1945년 전쟁이 끝나고 팔레스타인을 위임통치하던 영국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창설된 지 2년도 되지 않은 유엔에 회부한다. 1947년,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 분할을 선언하고, 시온주의 세력은 대대적인 종족 청소를 시작한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나크바(재앙)가 시작된다. 1948년 말에 이르면, 최대 1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쫓겨난다. 나크바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쟁이 끝날 무렵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종족 청소하기 위해, 역사적 팔레스타인의 2퍼센트에 불과한 가자 지구를 일종의 구금 우리로 만들었다. 1967년에는 6일 전쟁을 일으켜 '역사적 팔레스타인' 전체를 차지하고, 팔레스타인인 30만 명을 추방한다.

1967년 이래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 주민들은 점령된 상태다. 재판 없는 구금, 통행금지, 추방, 살해, 가옥 파괴, 토지 수용, 군대의 권한 남용. 두 지상 최대의 감옥은 2026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박해는 1987년과 2000년, 1차와 2차의 인티파다(봉기)를 불러온다. 두 차례 봉기의 실패는 세속적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의 실패로 이어진다. 이제 팔레스타인 해방의 희망은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같은 이슬람주의 단체로 옮겨간다.

21세기가 되어서 상황은 더 나빠진다. 서방 세계가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강요하는 평화 교섭을 시도하는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탄압과 학살은 더욱 더 잔인해지고 강고해진다. 이스라엘은 점점 더 인종주의적이고 파시즘적인 유대교 신정 국가를 향해가고, 이제 이스라엘에 진정한 평화 진영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자 지구는 최근 17년 동안 힘겨운 포위에 시달렸다. 이스라엘군은 가자를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네 차례 직접 공격했다. 가자 주민 절반이 21세 이하이기 때문에, 이런 포위과 폭격의 현실이 그들이 아는 세상의 전부다.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한 하마스 투사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이 떨어뜨린 폭탄을 통해 폭력의 언어를 배운 젊은이들이다.

시온주의는 정착민 식민주의고, 팔레스타인 민족 운동은 반식민주의 운동이다. 그동안 팔레스타인 반식민주의 투쟁은 타당한 이유가 없는 난폭한 테러 행위로 묘사되어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 투쟁을 벌일 권리를 전 세계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 태생부터 피를 뒤집어 쓰고 태어난 나라가 두 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북아메리카 선주민의 피를 뒤집어 쓰고 태어난 미국, 또 하나는 팔레스타인 토착민의 피를 뒤집어 쓰고 태어난 이스라엘.

인류 역사의 수 많은 잔혹 범죄가 그러하듯이, 이 두 나라의 반 인륜 범죄 또한 종교의 강력한 지원 아래 저질러진다. 이 때 종교는 강력한 프로파간다가 되어, 진실을 왜곡하고 범죄를 미화한다. 뉴스와 역사는 범죄자의 눈으로 쓰여진다. 종교는 그렇게 이데올로기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또 다른 목소리는 존재한다.

이 책은 이스라엘 출신의 학자 일란 파페가 지은 책이다. 한없이 길고, 한없이 무거운 '인종청소'의 이야기를, 130*200mm의 작은 규격과 본문 195쪽의 얇은 책에 담았다. 마치 그의 또 다른 저서 '이스라엘에 관한 열 가지 신화'나 팔레스타인 역사 학자 라시드 할리디의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의 축약본을 읽는 듯 하다.

뼈대 위주의 핵심적이고 축약적인 서술 덕분에, 고통스러운 감정 이입을 최대한 피한 채로, 팔레스타인 100년 수난사의 골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복잡하고 사연 많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의 본질은 인종 청소에 대항하는 반식민주의 투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감정 이입은 피할 수 있어도, 위태로운 양심마저 외면하기는 어렵다. 저자 일란 파페는 말한다. '한 세기 넘도록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해진 불의를 보면서, 여러분이 그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어디에 있든 억압에 당당히 맞설 영감을 얻기를 기대한다' 나도 그 여러분 중의 한 명이고 싶다.


'강에서 바다까지' 평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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