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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조국 교수가 '현대 민주주의 법사상의 뿌리'가 된, 15권 법고전의 사상과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그 모습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깨달은 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저 수백년 전의 사상가들 보다도 진부하고 고루하다는 것입니다.
21세기의 우리는 산업혁명이니, 정보통신 혁명이니 하는 로켓 근두운을 타고 민주주의를 확장한다며 날아다녔지만, 혁명의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들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손오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시대에 인식하지 못했던 환경이나 동물권 등의 분야에서는 우리가 주머니를 뚫은 송곳이지만, 가장 기본인 인간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서는 그들의 생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우리는 머리도 가슴도 수구 꼴통입니다. 나를 금이 가게 만들고 싶습니다.
책은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이라 개념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읽기가 매우 편합니다.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소제목과 소개글 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책입니다.
1장. 사회계약 : 인민의 자기 계약을 통한 국가권력의 형성
-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 자유는 평등 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
2장. 삼권분립과 '법을 만드는 방법' :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 재판권은 시민 가운데 선출된 사람들이 행사해야 한다.
- 국가는 모든 시민에게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3장. 입법권의 한계와 저항권 : 인민은 폭정을 무력으로 제거할 권리가 있다.
- 존 로크 《통치론》
- 인간은 폭정으로부터 벗어날 권리 뿐만 아니라 그것을 예방할 권리도 갖고 있다.
- 소유권은 노동이 첨가된 것에 대한 권리이다.
4장. 죄형법정주의 : 형사사법체계는 총제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 체사레 베카리아 《범죄와 형벌》
- 범죄에 대한 처벌은 오직 법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형벌은 범죄에 비례해야 한다
-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형벌의 잔혹성이 아니라 형벌의 확실성에 있다.
5장. 소수자 보호와 사법통제 : 민중을 위한 사회대개혁과 입헌민주주의 구축
- 토머스 페인 《상식》
- 알렉산더 해밀턴 外 《페더럴리스트 페이퍼》
-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국가가 사람이 아닌 법에 근거한다.
- 다수가 그들의 공동 이익을 위해 결합한다면 소수의 권리는 위태로워진다.
- 법정은 입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중요한 역할로 봐야 한다.
6장. 자유 : 국가와 사회는 개인의 자유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설령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 진리란 타인의 주장에 맹종할 뿐인 사람들의 진실한 의견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류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7장. 권리 :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
- 루돌프 폰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 법의 투박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법을 이해해야 한다.
-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8장. 악법도 법인가 :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
- 불의에 굴복하기 보다는 차라리 기꺼이 죽음을 택할 것이다.
9장. 시민불복종 : 법에 대한 존경심 vs 정의에 대한 존경심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불복종》·《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
- 인간의 명령이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에 우선할 수는 없다.
-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장. 평화 : 전쟁 종식과 영구 평화의 길
- 임마누엘 칸트 《영구 평화론》
- 어떠한 국가도 다른 국가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으로 간섭해서는 안된다.
조국 교수는 서문에서 "... 니체의 말을 믿으며 견디고 또 견딥니다. ...저는 목에 칼을 찬 채로 캄캄한 터널을 묵묵히 걷겠습니다" 하고 심사를 밝힙니다.
이 책을 읽으면 조국의 높고 커다란 이상이 어슴프레 짐작됩니다. 그런 조국이 검찰이라는 거악 앞에서 너무도 순진하게, 그리고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건 분노와 참담함이었습니다.
역사를 보면 진보를 향한 제단에 피를 뿌리는 것은 늘 가장 용기있는 자들입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조국 가족을 기억하며 이 리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