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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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폐부를 적시는 이 책의 한 구절처럼, 이 책은 나를 과거의 나로 데려갑니다. 그것도 어느 한 순간이 아니라 여러 시간, 여러 장소의 각각의 나에게로. 이 책을 통해 만난 여러 나와의 재회는 그리움과 반가움의 시간들 이었습니다.
고전 추리 소설이라고는 셜록 홈즈 밖에 모르는 나 조차도 그럴진대, 고전 추리물에 박식한 분들은 훨씬 더 많은 과거의 자신들을 만나는 반갑고 그리운 순간들을 겪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중에 이 책을 다시 만난다면 나는 반가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가움보다는 불편하고 어색할 것 같습니다.

길리언 플린 이후로 ‘심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책은 거의 피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읽게 됩니다. 이 책도 심리 스릴러의 일종으로 느껴지는데... 난 심리 스릴러에서 이야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작중 인물들은 서로를 속일 궁리만 하고, 작가는 독자를 속일 생각만 하고, 나는 작가와 작중 인물들을 감시하는 데만 눈이 빨개져 있습니다.

정교하고 탄탄한 플롯의 아름다움과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매혹과
범람하는 강물처럼 풍성한 이야기의 몽상에
빠져들 수가 없습니다.

나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내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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