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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헝겊인형
최미선 지음, 이재희 그림 / 다인아트 / 2021년 12월
평점 :
1.
떨어져 사는 할머니와 손녀가 있다.
할머니는 손녀가 그립고
손녀는 할머니가 보고 싶다.
근데 교통약자인 할머니와 손녀는 서로를 만나기가 어렵다.
이때 손녀를 그리워하며 할머니가 만든 헝겊 인형들이 나선다.
나무 인형도, 자동 인형도 아닌 헝겊 인형들이
할머니의 그리움을 손녀에게 전해준다.
바람의 도움으로, 새의 힘으로
디지털 시대의 대화와 만남은 너무도 쉽고 간단하다.
문자로, 카톡으로, 이메일로, 전화통화로, 줌으로.
그러나 그리움의 아련함과 만남의 살가움은,
0과 1의 디지털 변조로는 만져지지 않는다.
편하지만 건조한 디지털 세상에서
이 동화의 아날로그 감성이 나를 위로해준다.
할머니가 만든 헝겊 인형들이,
편지를 배달하는 집배원 아저씨가,
비를 막아주는 나뭇잎이,
고마운 바람이,
은빛 날개의 새가
나의 갈라지고 거칠어진 마음을 위로해준다.
이 짧고 단조로운 이야기가
누구하고나 얘기하지만 아무하고도 터놓지 못하는,
터진 밤같은 내 속내를 위로해준다.
2.
이 책은 창작 연극을 그림 동화책으로 만든 작품이다.
코로나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단절과 격리가 강요되는,
지금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욱 와닿는 이야기다.
책의 뒷면 속지를 보면 연극 포스터가 작게 보이는데
2020년 초연이다.
연극을 그림 동화로 만든 책에
연극에 대한 소개가 포스터 한 장으로 그친 건 아쉽다.
공연 사진이나 연극 장면들이 추가되었으면
좀 더 흥미롭고 다양한 상상을 보탤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 이야기가, 이 그림이
연극으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어떻게 묘사되었을지 상상할 때
더 흥미롭고 더 생기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아날로그적 예술인 연극은
이 판타지적 아날로그 감성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3.
헝겊 인형들아
너희들의 귀엽고 따뜻한 위로를
이렇게 무겁고 진지하게 해석하는
아저씨를 용서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