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 엄마의 전쟁 일기 33일, Reading Asia
림 하다드 지음, 박민희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 평소 중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쟁이라도 나면 그저 방송이나 신문의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그저 혀를 몇 번 쯧쯧하고 어쩐데.. 라고 중얼거릴 뿐인 곳이었다. 정말 말그대로 먼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딱히 어느쪽의 편을 들 수도, 어디가 옳다고 말할 지식도 갖고 있지 못한 지역이었다. 들려오는 소식들 또한 그곳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지구를 무대로 한 나라들간의 이권다툼과 기업의 이익다툼, 뜻모를 이념의 싸움일뿐이었으니 더욱 흥미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는 그런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2006년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33일동안 레바논에서 전쟁의 한중간을 지나온 어느 엄마의 구체적인 기록이다. 그녀가 어떠한 이념을 갖고 어떠한 생각으로 살고 있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녀는 이웃의 집이 폭격으로 부서지고, 아이들 먹일 우유가 떨어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혼자 두 아이를 보호해야했던 어머니일 뿐이다. 그리고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된다는 말은 많이들 하기도 하고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다. 그러면, 그 '소'라는 것은 누가 결정짓는 것일까? 나라간의 입장차이와 영토다툼속에서 팔다리가 떨어져 죽어간 죄없는 아이가 과연 '소'인가? 참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 책 속에서 저자는 이런 전쟁을 통해 헤즈볼라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 강해질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레바논을 타격할 포탄에 사랑을 담는다는 글을 쓰는 이스라엘 아이들의 사진이 있다. 내가 보기에 둘은 전혀 다르지 않다. 둘 다 증오를 먹고 커가는 괴물일 뿐이다. 어느 한쪽에서 전적으로 손을 들지 않는 한, 복수는 복수를 낳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먼저 손을 들라고 협박하는 동안 힘없는 국민들이 죽어갈 뿐이다. 그래서 참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따뜻한 방안에서 냉정하게 이야기하는 자신을 돌아보면, 과연 나 또한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나하는 생각을 했다.
.. 책의 말미에 저자는 자신의 두 자녀에게 당부하는 말을 한다. 아랍인과 유대인이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레바논과 이스라엘도 언젠가는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믿으라고 한다. 정의롭고 공정한 평화. 평화를 믿으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저자 또한, 먼저 평화를 위해 손을 들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이런 현실속에서 먼저 손을 들지 않는다고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나 또한 같다. 중동의 평화는 아직도 먼 일인듯하여 그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