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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떡살 무늬
김규석 지음 / 미술문화 / 2005년 12월
.. 사실 어릴 때는 떡을 좋아하지 않았다. 말그대로 인스턴트 세대라 유명메이커 포장지에 싸여 나오는 과자의 맛에 길들여져서 우리네 떡의 참맛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참 이상도 한 것이 나이가 들수록 아무 맛이 없게만 느껴지던 절편이며 인절미의 맛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저 하얗고 아무런 맛도 없다고 생각해서 한조각이상 먹지 않던 절편의 씹으면 씹을수록 우러나는 단맛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어릴 때 명절이면 외갓집에서 쌀을 시루에 쪄서 떡메로 친 후에 흰떡을 만들어 떡살을 찍어서 절편을 만드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다. 당시에도 하얗고 매끈매끈한 떡에 무늬를 찍어 예쁘게 만든다는 것이 재미있게 보여서 서로 한번씩 찍어보겠다고 다투던 것이 생각난다.
.. 이 책 <아름다운 떡살 무늬>는 미술문화에서 출간한 떡살 시리즈의 두번째 권으로 칠백여 점에 달하는 떡살의 문늬를 하나하나 한지에 찍은 탁본을 각각의 무늬에 따라 크게 분류하여 실은 책이다. 어릴적 외갓집에 있던 것은 떡살 한두 개와 다식판 몇 개 정도로 어린 마음에 그 무늬를 새긴 것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 의미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각각의 무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뿐더러 그 무늬가 가진 의미도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 일반적으로 요즘 떡집에서 사먹는 절편의 무늬는 몇가지 패턴밖에 보지 못했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다양한 무늬에 그 의미를 담아 떡을 해드셨는지,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로부터 장수를 의미하여 의복등에도 다양하게 수놓아 장식하던 십장생 무늬부터 부귀수복을 기원하는 길상문과 동물문, 불교적인 문양, 꽃문양등 수많은 문양에 의미를 두고 좋은 일, 궂은 일, 잔치 등에 따라 무늬를 달리 했고, 가문에 따라도 떡살무늬가 달라지기도 했다는 것이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리가 살아온 문화속에서 독특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오랫동안 즐겨오던 떡살의 무늬를 이용하여 좀더 나은 디자인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자기에 새길 문양으로 이용해도 좋겠고, 고전적인 선을 살린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퀼트처럼 원단을 이용해서 만드는 작업은 들어온 배경이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는 서양이나 일본의 색채와 무늬를 이용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왔는데, 이 책에 있는 여러 문양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것을 고안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그 중에서도 꽃무늬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이라는 생각도 든다. 떡살을 찍은 탁본처럼 검은 원단에 몰라기법을 이용해서 만들어도 좋겠고, 바느질 선을 살려 레드워크를 해도 예쁠 것같고, 각각의 원단을 대서 패치워크를 해도 멋진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이리저리 책장의 앞뒤를 넘기며 우리 조상님들은 어떨 때 이런 떡을 먹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책에 실린 너무나 다양한 사진들에도 감탄하고, 이 수백종의 떡살을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 만든 분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복잡한 것같으면서도 단아한 맛이 살아있는 우리 고유의 문양들이 이렇게 많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무척 뿌듯해지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책장을 넘기며 이 문양들을 활용하여 나만의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잠길 터이고 언젠가 새로운 것을 만들 날들이 기대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