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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한가 1 - Seed Novel
나승규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뭐랄까… 뭔가 무지 긴 리뷰에 순간 압박을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을 추천한다는 거지요? 에, 반의 반도 안읽었습니다만… 일단 별점수를 보면.
하지만 전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점도 많습니다. 사람을 죽이면 죽인 사람의 얼굴이 살인범에게 각인된다거나 하는 것은 도시전설 같은 분위기로 독특한 기분을 자아내지요.
게다가 인물의 감정을 ‘본다’라는 것은 의외로 많지만- 타인의 감정을 맛으로 느끼거나, 청각으로 느끼거나 하는 것은 사실 별로 없잖아요?
나름 구성도 열심히 해 보려는 흔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결말도 나름 멋스럽게 냈습니다. 괴이한 현상이라던가 하는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장점을 다 뛰어 넘는 단점.
‘무지 지루해.’-.
애초에 1권의 주제랄까… 하고자 하는 말은 좋습니다만, 그 주제를 조금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과정이 지나치게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부자연스러운 과정이 주우우욱 늘여다 놓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지루하고 짜증나는 느낌만 듭니다.
덕분에 느껴지던 공감대마저 날아갑니다.
확실히, 사고낸 차량이 누구의 차라던가, 죽어가는 작자는 작자가 누구를 구하려다 사고났나, 까지는 중요하다. 조금은 알겠다.
그런데 말이지, 그 은혜를 입은 할아버지가 누구랑 길바닥에서 싸웠다던가, 사고낸 작자가 오늘 여친에게 차였다던가, 그날 그 시간에 그 길가에 있는 이유라던가, 화가 난 중년 남성과 길바닥에서 싸운 게 그 차주인의 음주 원인이라던가- 하는 게 뭔 소용이지? 범인이 뻔히 들어난 이상, 이게 추리물도 아니고.
그 화가 난 중년 남성이든 은혜를 입은 할아버지든, 사고낸 작자의 여친이 당사자거나 혹은 당사자와 연관된 사이라서? 거의 ‘내 생일은 4월 1일이야’, ‘어 나도 4월 1일인데?’, ‘얘도 4월 1일이래.’, “우아 이런 우연이!” 정도잖아? 그 인연에 기뻐하거나 놀라워 하는 건 괜찮은데, 여기에서 ‘난 허니문 베이비란다.’ 라는 식으로 태어난 이유까지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냔 말이다. 그런걸 진지하게 종합하고 갈무리 지어야 할 이유가 있어?
그것도 사람 죽을동 살동 할 때에? 게다가 여기서 나오는 결론은 ‘아아아 우리 때문에 죽어가는구나.’ 정도? 고등학생 여자애는 섬세하니까 오빠에게 ‘죽어버려!’라고 말하고 스스로 상처받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 이상은 전혀 이해 불가능. 의사란 놈은 ‘내가 하지 않으면 저거는 죽어!’ 하는 오만한 성격은 그렇다 쳐도, 그렇게 잘났으면 시시콜콜한 사건종합파일 만들기 이전에 뭐 하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야지. ‘저건 이제 죽었내.’ 해야 할 때냐?
등장 인물도 조금 미묘하다.
여기서 간신히 살아남은 할아버지는 길가던 여자에게 커피를 끼얹을 정도로 기개(..?)있는 인간이, ‘나 변호사요.’하면 바로 굽히겠냐고, 보통. ‘변호사면 다냐?’ 라고 하지. 자존심에 욱해서라도. 그 말 한마디에 바로 빌빌거릴 놈은 커피도 끼얹지 않는단 말이다.
가령 의사도 무지 이상해. 의사가 하나냐? 치과 의사, 안과의사, 내과의사, 소아과 의사- 별별 종류별로 다양하건만, ‘내가 모르면 다른 의사도 몰라.’ 따위의 발언이나 지껄이는 놈이라니. 물론 기본적인 지식은 대부분의 의사가 다 가지고 있지만, 가령 안과의사가 종양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엔 어렵지 않은가? 이 녀석은 그런 상식 따위 다 때려치고 그런 헛소리나 하고 앉은 것이다.
…뭐랄까, 자뻑도 정도껏 해야 멋이지.
아니 애초에 사람 하나가 죽어간다고 빌빌거리는 주제에 멋 부려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