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심, 하리야마 씨 1
나리타 료우고 지음, 민유선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외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별점 5점 만점에 4.5점을 주려다 4점으로 정정했습니다. 이유는 저는 절대 ‘5점’을 주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사실상 만점은 4.5점인데, 함부로 낭비하면 안되지 않겠어요? << 의외로 점수에 쫀쫀한 녀석.
무엇보다 알라딘에서는 4.5 라는 개념도 없고요.

“마치 녀석이 세계의 중심이라도 된다는 양.”
이건 책 서두에서 나온 어느 기자남의 독백이랍니다.

세계의 중심.
어쩐지 저는 그분이 떠올랐습니다.
기분에 따라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까지 하는 기분파.
그야말로 세계규모의 민폐를 끼치는 민폐녀.
그 이름도 위대한 스즈미야 하루미.

“…….”
…뭐야, 그러니까, 하리야마 씨도 그런 종류란 말이더냐!!
무의식중에 별별 사건을 끌어당기는 마의 인물. 그런 주제에 태풍의 중심처럼 혼자 아무일 없이 무사태평하고 안일한 인물이란 말이더냐!!

혹은, 생각에 따라서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뒷처리를 하는 이름조차 까먹은 나태한데다가 존재감조차 희미한 일반인 소년쪽일지도 모른다. 사실 세상의 중심은 그 녀석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루히에게 관계가 된 것 뿐만이 아니라, 소꿉친구도 ‘과거의 신’이신 분이니까.
사설이지만, 때때로(요즘은 반확신으로), 스즈미야 하루히에게 거대막심한 힘이 부여된 것은, 녀석이 처음 ‘히로인이 바로 옆에서 사건을 벌이고, 나는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나태성이 만연하게 들어나는 생각이 하루히에게 미친 것이 아닐까, 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쪽이든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니다. 딱히 하루히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독선적인 여자애와 친구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 뿐더러, 하루히 시리즈에 나오는 녀석들이 대부분 제멋대로에 이기적인지라, 살짝 맘에 안 든다.
맘에 드는 것은 오로지 나가토 님뿐.

그런데 읽어보니, 하야미야씨, 의외로 제대로 된 사람이더군요.
아니, 어느 쪽이냐면 무척 선한 사람입니다. 예수나 공자의 화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계평화가 지켜지고 있는 것 같을 정도로.

그런 하야미야 씨가 누구냐 하면,
책 표지의 오른쪽 끝에 있는 분이랍니다.
아니, 검정색 정장에 연보라색 머리의 남정네가 아니라. 좀더 왼쪽에 있는….
아, 아니, 그러니까, 뭐라 말하기 송구스럽지만, ‘짤린 분’입니다.

“…….”
아니, 정말로. 정말로 짤렸어 ㄱ-
명색의 주인공, 아니 주인공 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중요한 사람이잖아!?
세상의 중심주제에! 가장 겉도는 자리에 껴있어!!
그나마 다행인건, 뒷표지에 나머지 반이 있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코와 눈도 없지요. 더 서글퍼집니다 (…)

정말 애통한 사실입니다만, 그는 모든 사건의 ‘엑스트라’입니다. 이건, 그 사실을 알려주는 적나라한 표지인 겁니다. 직업은 디자이너. 책에서 하는 일은 어려울 때에는 병원이나 영웅씨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달라는 S.O.S 사인을 보내는 것.
그나마 저건 양반입니다. 일러스트에는 얼굴도 안나오거든요.

여하튼, 하야미야씨는 그런 사람입니다. 하루히 양과 비교하는 것이 무례할 정도로 온유하고, 선한 사마리아 상이세요.

그렇다면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매 이야기 때마다 다릅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나, 마왕과 용사를 겸업하고 있는 사람이나, 저기 핑크빛의 옷을 입고, 화려한 요술봉(…)을 들고 있는 소녀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로 반한 것은 바로 도시레전즈입니다. 도시 전설이라 일컬어지는 도끼남 괴담에 확 반해버렸어요. 그야말로 서두를 장식하기에 걸맞는 이야기랄까요.
각각의 이야기가 전부 한대로 뭉쳐 이어지지만, 각기 단편집 중에서 단연 최고!
소녀타령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제 취향은 기기괴괴, 살인과 감동의 딜레마에, 살짝 엽기가 섞여 들어간 거라.

시작은 연쇄살인마의 공포에서 아슬아슬하게 도망친 연인들의 이야기.
정말 시작으로 이보다 더 알맞은 게 없을 듯 합니다. 저는 처음 책장을 볼 때마다 낯선 감각이 사라지지 않아서 어색하고, 기대도 거의 없는 체로 접합니다. (기대도 안 하는데 왜 사냐고 하면, 시간 때우는 심심풀이 땅콩으로 산다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그런 저에게 진부하지만 살짝 긴장되는, 짧은 괴담은 흥미유발시키기 충분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글의 구도도 무척이나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죠.)

본래 공포라는 것은 과거에 지속적으로 반복되던 현실이 깨질 때, 생겨나는 겁니다.
진부한 공포물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그러나 괴담과 같으면서도 다른 전개에 보는 사람조차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정말, 죽는다. 하는 압박감.
여주인공의 착란증세에 같이 쓸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수 많은 글로 쌓아온 내공이 여실히 들어나고 있어요.

다만, 그 긴장감이 후반부에서 조금 떨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생명을 압박하는 듯한 긴장감이나 위기전개가 아닙니다. 제 취향에 다소 벗어났다는 점도 있지요.

물론 후반부가 떨어지거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 하나의 구성전개가 무척이나 뛰어납니다. 그야말로 연륜이 있는 작가님의 기술. 듀라라라!! 라던가, 바카노! 같은 작품도 접해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숨막히는 전율은 도시전설이 최고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책을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렇기 때문에 ‘하리야마 씨’라는 정식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은 무척 아쉽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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