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뇌과학 - 치매, 암, 우울증, 비만을 예방하고 지친 뇌를 회복하는 9가지 수면 솔루션 쓸모 많은 뇌과학 11
크리스 윈터 지음, 이한음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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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다. 조금 좁은 공간에 아내와 누워있는데 어떤 놈이 아내 쪽으로 슬금슬금 기어 왔다. '저리 가!'라고 몇 번을 소리쳤지만 들은 체 만 체 계속 기어 왔다. 안되겠다 싶어 있는 힘껏 그놈을 발로 걷어찼다. 옆에 자던 아내가 '아야~ 으이그 증말~'이라고 소리치며 날 밀쳐내고는 돌아누었다.

잠결에 미안하다고 널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까 하다가 아내가 돌아누었기도 하고 깰 자신이 없어 계속 잤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아니다. 의심스러우면 아내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수면의 뇌과학>의 저자인 30년 경력의 수면의학자 크리스 윈터에 따르면 내가 겪은 일은 이상한 수면 장애 가운데 하나로 '렘행동장애 REM behavior disoder'이다.

'램행동장애는 뇌가 몸에 마비를 일으키는 신호를 보내지 않음으로써 나타난다. 그 결과 밤에 꿈을 꾸는 동안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다. (p. 264)'


수면 문제에 시달리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 해법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밝힌다. 제대로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혹할만하다. 경험해 본 사람을 알겠지만 불면증은 고통도 심하지만 '이러다 내가 죽는 건 아닐까'하는 공포심이 더 대단하다.

'불면증은 잠을 잘 수 없는 상태가 아니며, "잠을 자고 싶을 때 잠이 오지 않는 상태", "잠을 못 이루는 사실을 아주 많이 걱정하는 상태"를 뜻한다. (p. 159)'

우선 수면 문제에 대한 잘못된 속설과 믿음을 짚어가며 잠에 대한 지식을 알려준다. 흔히 '한 잠도 못 잤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잠을 잤는데 단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인간은 잠을 잔다'라는 명제를 인정하는 것부터 수면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

수면 문제는 잠을 충분히 못 자는 문제와 너무 졸리다고 느끼는 문제,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해결을 위해 수면환경, 불면증의 증상과 원인, 심한 불면증의 위험성, 수면제에 대하여, 수면 시간표 짜는 법까지 차례차례 다룬다.


항상 옆에서 자는 아내에 따르면 회사 퇴직 후, 억울한 게 많아서인지 욕을 하는 등 잠꼬대가 심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나도 느꼈다. 몇 년 지나고 나니 회사 꿈을 그다지 많이 꾸지 않게 됐고 잠꼬대도 줄었다.

나처럼 억울해서, 밤 근무 때문에, 걱정거리가 많아서, 경기에서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한 것이 계속 떠올라서 등등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이 3명 가운데 1명이다. 모두가 불면증을 앓고 있는 시대다.

앞에 소개한 나의 '렘행동장애'는 실제로 파킨슨병의 전조일 때가 많다고 한다. 이렇듯 수면장애는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예기치 않은 질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데 얼마나 다행인가.
'희망적인 것은 수면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바꿀 수 있는 몸의 가장 근본적인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p. 31)'

'수면은 배울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스포츠 스타, 군인들의 수면 코치를 맡아온 저자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과학적으로 쉽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제 마음먹기에 달렸다. '렘행동장애'도 내 의지에 달렸다. 다만 시간은 걸릴 수 있다. 살찐 몸을 근육질 몸으로 만들 때도, 외국어를 익힐 때도 시간은 걸리지 않는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수면 문제를 해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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