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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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TV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했던 투렛증후군 환자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악~' 소리를 내거나 목을 꺾는 행동으로 힘들어했다. (다행스럽게도 1년 전, 그분이 같은 프로그램에 다시 출현해, 증세가 조금 좋아졌고 여자 친구를 만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3년 전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고 그 세계를 다시 만났다. 환자들이 겪는 각양각색의 세계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최소한의 예의란 생각에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놓인 상황을 이해하려 했지만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뇌의 흑역사> 카피 가운데 하나가 '올리버 색스 책의 더 기묘한 버전'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신경과학 박사 마크 딩먼은 우리 뇌가 오작동 했을 때 벌어지는 다양한 실제 사례의 주인공들을 우리 앞에 데려다 놓는다. 그들의 삶을 알면 알수록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기묘하고 경이로운 뇌의 메커니즘에 빠져들게 된다.

스스로 죽었다고 생각하는 코타르증후군, 동물로 변했거나 그런 능력이 있다고 여기는 임상적라이킨스로피,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먹으려는 욕구가 특징인 이식증,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 에펠탑과 같은 무생물과 사랑에 빠지는 사물성애, 두 개 이상의 인격을 드러내는 해리성정체감장애.

증상을 겪긴 하지만 어떤 질병과도 연결되지 않는 기능성신경장애, 사물의 특징은 설명할 수 있지만 명칭을 떠올리지 못하는 명칭실어증, 사건은 기억하지만 정확한 시간대를 특정할 수 없는 시간실인증.

손이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외계인손증후군, 주변의 사물들을 실제 크기보다 더 크거나 작게 지각하는 엘리스증후군 등등. 이름도 생소한 각종 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이 겪는 세상은 완전히 뒤집힌 곳이다. 우리가 전혀 상상해 보지 못한 세상이어서 당황스럽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각종 증후군이 외상, 종양, 감염 등이 뇌에 발생해 생기기도 하지만 뇌가 멀쩡한 상태에서도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 사례와 유사한 행동을 나의 뇌가 매일같이 한다.

매일 사용하는 노트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그 물건이 마치 사람인 양 '너 왜 이러는 거야?' 말을 걸며 화를 낸다. 어떤 행동이 낯설다. 내가 뭘 한 거지? 이게 내가 한 건가 싶기도 하다. 나에게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기도 한다.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식의 명확한 것은 없다. 한쪽으로 치우친 행동 과잉이나 반대의 경우인 행동 결핍만 있을 뿐이다. 중간 영역에 머무르다가도 언제든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당연시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이 예기치 못한 사건 하나로 언제든지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말한다. '악~' 소리를 내거나 목을 꺾는 행동을 하는 투렛증후군 환자를 비롯해 여러 증후군을 겪으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결코 당신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우리에게서도 그런 증후군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 그리고 모든 인간에게는 행복하고 온전한, 즐거운 삶을 못살게 구는 생각과 감각에 시달리는 때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남들도 나와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 전체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p.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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