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기, 괴담의 문화사
김지선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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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생소한 단어 <수신기搜神記>.
'<수신기>는 그런 지괴 중 한 작품이다. 제목을 풀이하자면 '신'들[神]에 속하는 사건이나 이야기를 수집하여[搜][기록한[記] 책이라는 뜻이다. (p. 20)' 지괴는 괴이한 이야기 기록했다는 뜻이다.

<수신기>에서 '신神' 개념은 위대하고 신성한 신, 유유자적 살아가는 신선, 영험한 능력을 지닌 인간,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귀신, 변신하는 동물, 요괴가 깃든 사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념을 가진 모두를 포함한다. 간보는 이 신들의 이야기 <수신기>를 인간의 문제, 사회현상, 동물, 나무, 사물 등 세심하게 분류하여 총 20권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수신기>는 1500년이 넘도록 살아남은 고전으로 황당무계하고 기괴하게 신들의 세상을 들려주지만, 이것도 세상을 보는 하나의 방식임을 알려주며 편견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한다.


귀신은 있을까? 죽은 다음 우리는 어떻게 될까?

본 사람도 가본 사람도 없고 게다가 과학적으로 증명해내지 못하니, 이런 의문에 대해 누구나 상상이 가능하다. 어떤 이야기를 지어내도 반박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는 재미있게 듣고 나도 꾸며내면 될 일이다.

그 결과, 다양한 문화, 종교, 민속 등의 맥락에서 귀신, 사후 세계 따위에 대한 생각이 여러 갈래로 동아시아와 서양이 서로 다르다.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라는 비밀의 세계를 벽을 통과해 들어선다면 동아시아에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문은 무덤이다. 죽은 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무덤을 파헤친다.

세계 신화에서 죽은 자를 여신이 살려낸다면 동아시아에서는 대부분 남성들이 부활시키는 일을 담당한다. 변신을 주관하는 주체와 당하는 객체도 다르다. 서구에서는 신이 노여워하며 저주를 퍼부어 변한다면 동아시아에서는 저절로 그냥 변신한다. 마치 우주 만물이 때가 되면 계절이 변하듯이.

올림포스 산, 신들의 변하지 않는 젊음과 아름다움이 동경의 대상이라면, 신선은 나이 지긋한 노인으로 인간들은 유유자적하는 여유로운 신선의 삶을 동경한다.

죽음도 서양은 직선으로 흘러가 끝을 의미한다면, 동아시아의 죽음 개념은 순환이다. 겨울 다음 봄으로 연결되듯 죽음과 삶은 연결되어 흘러간다.


다시, 귀신이 있을까?
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귀신이 실재하든 그렇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의 확장에서 정신의 자유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그걸로 족하다.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매혹적인 판타지가 탄생하고 일탈이 가능하다.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이유로 업신여길 이야기가 아니다. <수신기>에 숨어있는 은유, 경험, 지혜 등를 찾아보며 읽는다면 삶이 좀 더 풍부해질지도 모른다.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 필요한 이야기가 <수신기> 아닐까?

'익숙함은 이내 낯설게 되고, 낯선 느낌은 인간이 즐거운 상상을 하도록 만든다. 일상을 더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p.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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