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만 쉬겠습니다 - 격무에 시달린 저승사자의 안식년 일기
브라이언 리아 지음, 전지운 옮김 / 책밥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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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병가나 휴가 한 번 쓰지 않고 일한 저승사자 '죽음'에게 인사부에서 1년의 휴가를 명령한다.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는 '죽음'은 난감하다. 어디 가지? 뭘 하지?... 잠이 오질 않는다. 많은 시간이 생기자 감당이 되질 않아, 일기를 써 보기로 하고 할 일의 목록을 만들어본다.

<딱 1년만 쉬겠습니다>는 저승사자 '죽음'의 1년 동안의 안식년을 기록한 그림책이다. 쉼이 낯선 자의 쉼의 기록이다.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죽어가는 것에만 집중하며 살아온 '죽음'의 삶에 관한 책이다.


저승사자 '죽음'이 앞으로 1년 동안 무얼 할까? 책 읽기를 잠시 멈추고 상상해 보았다. 많은 할 일이 떠올랐다. 퇴직 후 1년 동안 쉬어봤기 때문이다. 백수 생활 일주일이 지나면 스케줄이 꽉 차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실감했던 말이다.

하지만 직장이 내 인생의 전부인 양 한창 일하던 삼사 십 대의 나에게 1년의 안식년이 주어졌다면? 저승사자 '죽음'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해하지 않았을까?

'죽음'도 쉰 지 한 달 반 만에 습관적으로 사무실 일을 확인해 본다. '죽음'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갔다. '나'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그러지 않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요 쓸데없는 희망 사항이다. 실제로 퇴직한 후 내가 다니던 회사는 잘 돌아갔다. 그들은 나를 잊어도 벌써 잊었음이 분명하다. (이번에 부친상을 당하면서 확인했다.)


뭘 하며 휴가를 보낼지 난감해하던 저승사자 '죽음'은 1년 동안 과연 무얼 했을까?
우선 생각들을 모으기 위해 일기를 썼다. 사람들을 사귀어보고, 동물 다큐멘터리를 밤새워 보고, 놀이동산에 놀러 가 게임을 잘해 금붕어를 상으로 받았다. 네 컷 사진도 찍고, 데이트도 하고, 가만히 누워 나뭇잎이 바삭거리는 소리도 듣고, 스노볼을 모으기도 하고, 해변에서 시간도 보내고, 여행도 하고... 1년의 휴가를 마칠 때쯤에는 삶의 의미를 깨닫기까지 한다.

부지런히 일하는 '근로勤勞'가 세상의 최고 선善이라고 말하는 자들을 멀리하고 시간을 자신에게 써야 한다.

형제들에 의해 애굽으로 팔려간 요셉은 애굽의 총리로 정착해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자신 앞에 무릎 꿇은 형제들을 보고 하나님이 준비한 요셉 자신의 미션을 깨닫는다.

내 삶의 미션이 회사 일에 파묻혀 일하는 것은 분명 아닐 터이다. 퇴직 후에야 알았다. 알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 나으니 다행이다. '지금 삶이 제대로 된 삶인가'하는 의심이 든다면 죽어가는 삶이다. 제대로 된 삶이 아니니 말이다. 삶의 의미, 내 삶의 미션을 일보다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


당신의 (혹시 모를) 안식년 계획은?
생각나지 않는다면 일상에서 과감히 탈출해, 저승사자 '죽음'처럼 적어보자.
그리고 잊지 말자. 지금 내가 겪는 나의 시간을 먼저 살아간 사람들이 하는 충고를...
"적게 일해라."

'"아버지, 만약 과거로 간다면 서른 살의 아 버지에게 어떤 충고를 하시겠어요?" 아버지는 주저 없이 단 두 마디를 하셨다. "적게 일해라." - 저자의 서문 '쉬는 걸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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