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노보 핸드셰이크 -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평점 :
브라이언 헤어와 같이 저술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개는 천재다>에 이어 버네사 우즈의 세 번째 책 <보노보 핸드셰이크>.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0년 동안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시달리고 2005년까지 거의 400만 명이 질병과 기아와 총알에 목숨을 잃은 나라 콩고, 브라이언과의 사랑, 버네사의 성장 스토리, 침팬지와 평화를 사랑하는 보노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6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인간, 침팬지, 보노노 이 세 종(種)의 영장류에게 어떤 변화가 가장 먼저 일어났고, 어떤 변화를 이어졌는지를 탐구한다.
'침팬지가 발견된 지 꼬박 150년이 흘러 1933년에서야 보노보가 존재를 인정받았지만, 그 후로도 더 유명한 사촌의 그늘에 묻혀 살아왔다. 보노보는 '피그미침팬지 pygmy chimpanzee'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었다. 보노보가 진짜 침팬지의 앙증맞은 소형 종이라는 의미였다. (p. 66)'
우리는 보노보를 알아보지 못했다. 침팬지인 줄 알았다. 버네사는 보노보를 만났을 때,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의 눈, 사랑하는 사람의 눈, 성직자의 눈, 속을 꿰뚫어보는 눈, 고백을 이끌어내는 눈과 같은 특별함을 보노보의 눈에서 보았다.
인간과 침팬지는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의식이 매우 강해 낯선 집단에 호의를 보이지 않지만, 전쟁을 일으키고 가정의 통제권을 가지려 구타를 일삼지만, 강간을 전쟁무기로 이용하지만 보노보는 다르다. 보노보는 낯선 보노보를 만나면 털을 다듬어준다.
'사람 이외에 어떤 생명체도 이타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아무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성향을 가리키는 말도 인도주의 humanitarianism다. (p. 435)'
우리는 인간만이 이타주의를 가졌다고 뽐내며 숭배하고 우상해왔지만, 실험을 통해 보노보에게서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의 이타주의가 있음을 알게됐다. 그것도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보노보를 위해서 말이다. 낯선 보노보와 아무 조건 없이 먹이를 나누어 먹기도 한다. 인간은 타인을 어느 정도 믿지만, 보노보는 일단 믿으면 온 존재를 바쳐, 온 목숨을 바쳐 믿는다.
보노보는 누군가가 '우리' 편인지 '그들' 편인지 개의치 않는다. 보노보에게는 배고픔도 폭력도 빈곤도 거의 없다. 새끼가 다른 보노보로부터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를 지배할 필요가 없다. '관대함'을 가지고 있다. 지금이 좋으니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이들에겐 없다.
'클로딘은 약속했다. 포족이 보노보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겠다고 승낙한다면, 언젠가 보노보가 그들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줄 것이라고. 보노보가 학교에 넣을 문구와 병원을 채울 의약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노보가 사람들을 고용하고 여성들과 아이들을 교육할 것이라고. (p. 222)'
우리에게는 뛰어난 두뇌와 문명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여길지 모르지만 평화가 없다. 보노보에게는 그 소중한 평화가 있다. 보노보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다. 보노보는 전쟁 없는 세상을 여는 열쇠를 쥐고 있다.
이들을 침팬지와 같은 종이라며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쌀쌀맞게 대하지 말아야 한다. 보노보가 간직한 비밀을 알아내 배워야 한다. 보노보를 잃으면 우리 자신을,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는 자질을 영영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포족이 보노보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동의한 이후 그들의 삶이 바뀌었다. 초등학교 다섯 곳과 중등학교 두 곳에 1000여 명이 넘는 학생이 다닌다. 이들 학생은 지난 20년 동안 새 교과서를 구경도 못했다. 보노보가 학급마다 교과서와 책, 칠판, 연필, 펜을 선사했다. 병원은 수 킬로미터를 가야 나온다. 그래서 여성들은 어두컴컴한 오두막 더러운 바닥에서 아기를 낳았다. 보노보가 요와 이불과 위생용품을, 그리고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밝은 분만실을 선사했다. (p. 453)'
우리가 보노보를 지키면 보노보는 우리를 구할 것이다. 포족이 보노보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을 때 보노보가 포족의 수호자가 되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