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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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노동, 여성, 세상이 연민하고, 대상화하고, 무시하기 쉬운 단어의 조합. 이 세 단어를 지니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글을 쓴다. - 추천사, 희정(기록노동자)'

이혼했고, 다섯 아이를 키우는 여성 청소노동자 마이아 에켈뢰브의 일기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스웨덴 여성 청소노동자의 순수한 인간적 기록'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에켈뢰브는 어떤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지만 너무 고돼서 집에 올라갈 힘도 없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 청소를 한다. 항상 더러워진 것을 바꿀 힘이 있는 여자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직업인 엄마이기도 하다. 무능력을 실감하고 모성의 행복도 느낄 겨를이 없다. 엄마로서의 책임, 아이들이 엄마에게 가지는 기대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저임금 노동자다. 사회복지 대상자다.

에켈뢰브는 집, 텔레비전, 기름보일러 그리고 일용할 양식이 있는 자신을 가끔은 백만장자라고 여긴다. 하지만 초과근무를 하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경제적 문제에 해결되지 않아 삶을 버거워한다. 그 버거움, 슬픔, 피곤함에 요양원에 가고 싶어 한다. 요양원에서 일할 힘을 없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즐거움이 있어 아침 일찍 꽃은 꺾어 요양원에 가곤 한다. 그곳에 가면 차분해진다. 노화가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막상 휴가를 가면 다른 일 때문에 우는소리를 할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청소 걱정, 돈 걱정 없이 휴가를 보냈으면 한다. 그러면서 휴양지에 전쟁이 일어나 그곳에 못 가게 된 관광객을 고소해 한다.


에켈뢰브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정치이기에 관심을 갖는다. 베트남에서 미국이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며 이 일을 자신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인구 4만 명 도시에서 14명밖에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건 이상한 일이다. 좋은 독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자원이 바닥나 모두가 똑같이 나빠지는 것을 막아주리라는 희망 때문이다.


에켈뢰브에게 일기는 속내를 털어내 조금은 삶을 수월하게 살기 위한 수단이다. 좋은 종이를 낭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글을 쓸 종이가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글쓰기와 책을 읽는 건 에켈레브에게 살아갈 힘을 주고 길을 밝혀주는 불빛이다. 그런 점에서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은 축복이다. 책이 있으면 고독하지 않다. 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음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어서다.

택시 기사들은 셰익스피어도 읽지 않을 거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에켈뢰브는 비난한다. 크리스마스 중단 캠페인을 동의한다. 그저 새로 사기 위해 쓸만한 물건을 버리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노동자의 복지를 위해 애쓰는 청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기 것이 아닌 물건은 절대 쓰면 안 된다는 신념에 타자기와 전화기를 허락 없이 빌려 쓴 자신을 더 이상 정직한 시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에켈뢰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시계 두 대의 태엽을 감아 놓았다. 그중 하나는 엎어져 있다. 그렇게 해놓지 않으면 작동이 되지 않는다. 에켈뢰브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을 간혹 만나지만, 그녀의 생각은 그들과 다르다. 그들 삶보다 자신이 훨씬 넉넉하다. 에켈뢰브가 무언가를 잘한다고 사람들이 믿을 때 제일 기분 좋다.

죽음, 그리 이상하지 않다. 친척들, 친구들, 동료들이 그곳에 있으니....


1965~1969년에 쓴 에켈뢰브의 일기에서, 우리네들의 일상과 서로 닮은 점을 발견한다. 또 나에겐 없는 것들도 보인다. 이를테면 고된 청소노동자로써 감히 희망을 노래하고, 자신의 처지와 상관없이 사회와 세계를 향한 선함, 연민, 염려, 따스한 눈길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일기를 쓰며 자신을 솔직하게 응시하며 성찰하는 일.

일기를 쓰고 글이 쓰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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