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 시행착오, 표절, 도용으로 가득한 생명 40억 년의 진화사
닐 슈빈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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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이 동물의 비행을 돕기 위해 생겼다거나 폐와 다리가 동물들이 육지에서 걷는 것을 돕기 위해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 여러분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지만 - 완전히 틀렸다. (p. 18)'

진화는 맞지만, 자연과 생명은 탁월하고 혁신적인 발명가라기보다는 수십억 년을 시행착오, 표절, 도용 등을 일삼은 모방꾼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진화사는 길고도 기묘한 경이의 여행이며 그 여정은 시행착오, 우연과 필연, 우회, 혁명과 발명으로 수놓아져 있다. (p. 18)'


닐 슈빈은 세계적인 고생물학자로 2004년 동료들과 캐나다 북극권에서 목, 팔꿈치, 손목을 가진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 로제아이 Tiktaalik roseae'를 발견했다.

'틱타알릭은 수생 생물과 육생 생물을 잇는 존재로,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물고기였던 중요한 순간을 밝혀준다. (p. 14)'

닐 슈빈은 40억 년의 진화사와 진화 연구사, 그리고 게놈 생물학의 연구 성과가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했는지를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에 담았다. 화석 증거에서부터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40억 년 생명의 역사를 설명한다.


최초로 지구에 출현한 생명은 미생물이고 그 상태가 수십억 년을 지속하다가 약 10억 년 전 단세포 미생물에서 몸을 지닌 생명체가 탄생했다. 수억 년 뒤 해파리부터 사람에 이르는 모든 것들의 조상이 탄생했다. 이들은 진화했고, 시의적절한 발명을 토대로 또 발명을 생산해 새는 날개와 깃털을 이용해 하늘을 날고 육지동물들은 폐와 사지를 지닌다. 발명은 계속 이어진다. 진화한다.

'생물의 몸에 생기는 발명은 그것이 관여하는 대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아니었다. 깃털은 비행이 진화하면서 탄생한 게 아니었고, 폐와 사지도 동물이 육상으로 진출하면서 진화한 게 아니었다. (...) 큰 변화는 오래된 기관이 새로운 용도로 전용되면서 일어났다. 혁신의 씨앗은 그것이 싹트기 훨씬 전에 뿌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든 우리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실제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p. 52)'

뇌를 비롯해 우리 몸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들의 유전자는 모두 복제됐다. 점핑 유전자는 자기 사본을 만드는 일은 전담하고 게놈은 변이를 계속 퍼뜨린다. 동시에 발생하는 변이 덕분에 진화는 계속된다. 점핑 유전자와 다른 DNA, 게놈과 바이러스 사이에는 항상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 박테리아가 개발한 기술은 인수, 합병, 전용으로 생물을 변화시켰고 우리 뇌는 이런 발명을 고쳐 쓰고 있는 셈이다.


자연의 발명과 진화의 비밀은 호기심을 충만하게 한다. 욕심에 책을 집어 들어 읽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양자역학만큼이나 어렵다.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진화 이야기만 나오면 혼란스럽다. 물론 신앙이 과학적인 증명이 아닌 믿음의 문제이긴 하지만, 진화사는 항상 믿음을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결국 과학에서도 화석에서도 우리의 궁금증에 확실한 답을 구하지 못한다면, '신이 만든 거야'라고 복잡함과 무지의 답을 대신하지 하지 않을까? 그러고는 다시 과학과 새로 발견된 화석으로 신을 의심했다가 다시 신을 답으로 하고... 다시 답을 구하고 못 구하면 신을 찾고... 계속...

'인간은 지식의 공백을 희망, 기대, 두려움이 조금씩 버무려진 우리 자신의 선입관으로 메우는 경향이 있다. 우리 뇌는 점처럼 흩어져 있는 과거 사건들을 연결해 한 변화가 다음 변화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선형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p.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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