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섬 아저씨 - 아제세이 ajaes-say
정윤섭 지음 / 핌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송 PD를 시작으로 지금은 시나리오 작가인 정윤섭의 아재 에세이, 그림 에세이다. 유쾌한 유머에 킬킬거리며 웃지만 페이소스가 있어 주춤하게 된다. 무척이나 감정이입되는 상황들이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세상에 산다. 각자 이유가 있어 거짓말을 하겠지만, 작가는 자신을 보호하려 일하느라 바쁘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아제세이를 시작한다.


우리 모두의 삶은 치열하다. 여자로서의 삶도 치열하지만, 중년의 남자로서의 삶도 그렇다. 인간관계에 지친 남자로서의 삶, 아빠로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남자가 짊어질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삶이 그렇단 말이다. 아재 개그 충만한 작가 특유의 입담이 솔직하고 대담하기에 책을 한 장 넘기 전에 웃으며 잠시 멈추게 한다.


'서로 다른 것보다 사람은 비슷한 걸 더 못 견디는 것 같다. (p. 19, 작은 차이)'
큰 차이는 견뎌내면서 비슷비슷한 이웃의 삶은 참지 못하고 시기하며 곁눈질한다.

'그가 어떤 일로 화를 내느냐가 그를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p. 30, Anger)'
화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뭘 그리 화내냐며 수준을 평가절하한다.


딸을 가진 아빠는 다 똑같다. 나를 닮은 딸이어서 지금의 딸, 미래의 딸 모두 사랑스럽고 더 애틋하다. 아빠는 딸을 위해서라면 딸아이가 좋아하는 초밥을 사놓고 딸이 들어올 때까지 안 먹고 기다림이 가능하다. 소중한 딸이어서 차별 없는 세상을 그들 앞에 놓아두고 싶다.

'손가락 발가락 모두 쪽쪽 빨던 땐 똥도 오줌도 귀여웠던 딸. 그걸 하나씩 못 만지게 될 때마다 한 뼘씩 자라있는 딸. 이제 다 커서 만지면 혼난다. (p. 137, 만지면 혼난다)'
딸한테만큼은 혼나도 참을 수 있다.


시나리오 작가도 만만치 않다.

'경험상 제작되는 시나리오는 완벽한 시나리오가 아니야.
그럼?
그냥 누군가의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야. (p. 158, 완벽한 시나리오)'


<천공의 섬 아저씨>. 중년의 남자도, 아빠도, 시나리오 작가도 아닌 홀로 공중에 떠있는 '천공의 섬'의 아저씨가 아닌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처럼 이곳저곳 날아다니며 모험을 하는 '천공의 성'의 아재로 봐주길... '아재'라 칭하는 중년의 남자들은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