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양장)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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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책....뭐지?
흡입력 뭐지? 이 히가시노 게이고급 미스터리 뭐지? 마지막에 눈물팍 뭐지? 여러모로 장난 아니다.
일단 이 책은 <나를 찾아줘> 나 <겟아웃> <유주얼 서스펙트> 급의 반전 지점이 하나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 없이 완독일기를 써보겠다. 왜냐면 난 한명이라도 더 이 책을 읽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소설은 전체 구성이 편지로 되어있다. 어떤일인지 2016년도에 사는 청소년 은유의 편지가 1980년대에 사는 초등학생 은유에게 닿은것이다. 21세기 은유에겐 2주에 한번, 80년대 은유에겐 1년에 한번 서로의 편지가 온다.

이 편지의 내용과 문체는 매우 구어체톤이라 매우 편하게 읽힌다. 그렇게 시간을 건너 친구가 된 둘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21세기 은유는 싱글대디 아래서 자란 외동딸인데 아빠와 교류가 거의 없어 외로운게 제일 힘들고, 곧 재혼을 할 아빠를 새엄마에게 뺏길까 겁나한다. 80년대 온유는 자신을 완벽한 언니와 비교하는 엄마때문에 스트레스다.

그렇게 서로의 삶을 나누다가 둘은 21세기 은유의 엄마가 누구일지 함께 찾는 프로젝트를 하며 이야기는 가속을 달린다. 그리고 왠일인지 80대 은유의 편지는 조금씩 흐려진다.

이 소설은 분명 픽션이라 가능한 지점이 있다. 과거의 사람과 편지교환을 어떻게 하는가.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다른이에게 가닿으려고 하는 간절함은 인생서 기적같은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타임워프라는 장치로 매우 잘 풀어냈다.

그리고 반전을 알고보든 모르고보든 사실.... 만약 마지막 문장까지 보고 눈물안나면 그건 사람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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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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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에 대한 픽션을 가미한 소설. 일제 시대에서 해방은 되었지만 북한쪽이 고향이었던 백석 (책 속에선 기행 이라고 주로 나온다) 은 시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다. 공산주의 사회 속 문인은 사상을 고취시키는 슬로건이나 써내길 기대하지, 당원 중 누구도 기행이 사용하는 작은 시적인 감상이 들어간 메타포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린이 문예지에 들어갈 동시에 "우리 동물인 곰도 아니고 저 먼 외국의 동물인 기린의 목에 "빨간 깃발을 달게했단 이유로 징계를 받고, '반동분자' 로 찍힌 옛 동무와 말을 섞었다고 유배가는 현실이다.

그 안에서 주로 러시아어 번역일만 하며 시인의 정체성을 지우려고 애쓰는 기행. 하지만 그럴 때마다 러시아에서 초청받아온 시인 벨라라던가, 유배된 지역에서 시인이었던 자신을 기억하고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소녀를 만나며 기행은 끝내 자신 안에 거부할 수 없는 시에 대한 사랑과 감수성, 그리고 시가 다르게 보이게 하는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을 부인하지 못한다.

처음엔 제목이 뭔가 의미심장하게 <일곱해의 마지막> 이라 일곱해 후에 무슨일이 있을까 뒤적이며 보았다. 스포지만, 이 소설에서 드라마틱한 터닝포인트나 클라이막스를 찾지 마시라. 다만 김연수 작가님의 섬세하고 예쁘게 나열된 말들 속 시대의 아픔, 시가 운명인 사람이 노래할수 없는 깊은 내면의 답답함과 복잡한 마음, 그럼에도 시를 사랑하고 어떻게든 그 마음을 풀어내고자하는 몸부림은 기대해도 좋다.

문학의 존재의미는 같은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하는 것 이라는 구절을 요즘 여러 책을 읽으며 왕왕 접한다. 사실 나만 해도 반공이나 전쟁, 이념전쟁이 피부로 와닿는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문학의 눈으로 기행의 답답하고 고민많던 일곱해와 그 마지막을 함께할 때, 시원한 '사이다 모먼트' 는 비록 얻지 못했지만 대답되지 않아 계속 생각날 귀한 '나침반같은 질문' 을 얻은 것 같다.

"모든 걸 뺏긴 상황에서도 살아나갈 힘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같은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백석이 자신의 시 낭독을 한 소녀의 입으로 듣고 흰눈이 내리고 당나귀가 응앙응앙 우는 환영과 환청을 본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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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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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독서의 볼모지인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오래 사랑받으며 영상화까지 되는 작품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보건교사 안은영> 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안좋아할만한 코드가 많다. 뚜렷한 종교가 있는 내게 아무리 젤리형태에 깜찍한 비비총으로 싸운다 해도 악령, 유령, 미신코드가 들어간 학교판타지는 우선순위 1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속 비현실적인듯한 은영, 인표, 그리고 수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모습속엔 현실속 나와 이 사회의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코드들이 많다. 남이 알아주고 어떤 보상이 없어도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며 내가 속한 사회에 친절을 배푸는 이들을 보며 되새김질하는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라는 세상의 법칙. 이사장 손자라 경제적 고용안정 걱정은 없지만 장애인이라 묘한 비웃음이나 혐오에서 완전 빗겨가지 못하는 인표를 보며 결국 세상 모든 사람이 인생서 지고가는 고통은 같은 것 같다는 '고통 총량의 법칙' 이 생각난다. 사회적 약자인 동성커플, 외국인 성매매 노동자, 노동자 산업재해 등 은영이 만나는 죽은이들의 잔잔하고 요란한 사연은 언제나 사회 취약계층, 이유없는 혐오의 대상들이 빠지지 않는다.

거기서 이러다 질 수 도 있지만 할때까진 우리의 친절함으로 정면돌파 해보자는 주인공들의 건강함이, 그들과 함께 하는 친구같은 학생들의 나이다운 사랑스러움이, 조연인듯 나왔다가 자신만의 멋진순간을 남기는 오리선생님과 덜 온건한 선생님의 이야기까지 다 좋았다.
꼭 작가님 약속대로 2로 돌아와주세요. 존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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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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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하는 마음> 인터뷰집 에서 인상깊게 읽은 "시인의 마음" 편의 시인 박준 님의 시집을 읽었다. 얼마 전, 박준 님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가 50 쇄를 찍었단 소식도 들었다. 나름 시인계의 슈퍼스타 라는 수식어 속에 그의 시에 대중성을 불어넣는 건 뭘까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르겠다.
시가 나쁘고 좋고 그런 평가를 하는게 아니다. 그냥 내가 읽은 다른 시들보다 특별히 더 대중심리를 건드리려고 전략적이게 뭘 한게 아니라, 그냥 소박한 마음이 들어간 시들의 모음집 같았다. 그 마음은 연인, 혹은 소증한 사람과의 순간에 대한 마음도 되고, 함께사는 시골의 아버지를 향한 마음도 되는 듯 하다.

그리고 왕왕 나오는 죽음에 대한 단상이 아래에 깔린 시들. 시인과 알았는데 죽은이들에 대한 기림, 그리움, 애도가 뭍은 시들.

그 시들을 쭉 따라가다 보니 최단기간 완독시집이 되었다. 다른 시도, 산문집도 궁금하다.

<태도에 말들> 에서 "편지 쓰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시인님의 말이 사실인걸 알겠다. 편지는 자고로 한번에 읽어야 그 원 느낌이 사는 장르다.

편지와 같은 박준님의 시를 아직 안 접해보셨으면 접해보시길.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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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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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알게된건 올해 초, 첫눈 내릴 무렵이다. 왠지 로맨틱한 제목 <당신은 첫눈입니까> 때문에 문학위주로 책을 파는 동네서점 sns 단골 포스트였다. 그리고 난 한 계절이 지나 두번째 계절을 앞두고 이 시집을 읽었다. 다행히도 엄청 타이밍을 잘 못 잡진 않은 듯 하다. 표제시 속 '첫눈' 은 내가 생각하던 설렘이나 포근함의 상징이 이 시집에선 아니니까.
그리고 이 시집의 주요 감성은 덧없음, 허무, 무력함 같으니까.

일단 인상적이었던건 <당신은 첫눈입니까> 시에서 첫눈은 "흩날리는 부질없음", "슬픔, 허무의 대명사", "허공과 공중의 유의어" 였다. 일반적으로 고정되있듯이 생각하는 첫눈의 감수성에 거의 정반대이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잊고지낸 옛사랑 일수도, 지금은 공소시효가 지나 손쓸도리 없는 깨진 관계거나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허무함이 다시 휘날려오고, 뭉쳐지는 걸 눈에 비유했다.

이 시 외에도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리가 하는 노력의 부질없음의 흔적도 <입구와 출구에서 생이 서로 마주쳤을때> 같은 시에서 읽혔다.
"애써 붙인 주의들이 다 떨어졌다.... 우리가 결국 무얼 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신림에서의 5평삶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잊혀질 거라고", 다소 잔인한 말을 건네는 것도..

사실 도움을 얻고자 뒤에 나온 평론을 읽었으나 더 미궁이다. 이 시인에게 부질없음과 허공을 이렇게 느끼게 한건 시대인가 개인과의 관계인가 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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