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에 대한 픽션을 가미한 소설. 일제 시대에서 해방은 되었지만 북한쪽이 고향이었던 백석 (책 속에선 기행 이라고 주로 나온다) 은 시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다. 공산주의 사회 속 문인은 사상을 고취시키는 슬로건이나 써내길 기대하지, 당원 중 누구도 기행이 사용하는 작은 시적인 감상이 들어간 메타포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린이 문예지에 들어갈 동시에 "우리 동물인 곰도 아니고 저 먼 외국의 동물인 기린의 목에 "빨간 깃발을 달게했단 이유로 징계를 받고, '반동분자' 로 찍힌 옛 동무와 말을 섞었다고 유배가는 현실이다. 그 안에서 주로 러시아어 번역일만 하며 시인의 정체성을 지우려고 애쓰는 기행. 하지만 그럴 때마다 러시아에서 초청받아온 시인 벨라라던가, 유배된 지역에서 시인이었던 자신을 기억하고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소녀를 만나며 기행은 끝내 자신 안에 거부할 수 없는 시에 대한 사랑과 감수성, 그리고 시가 다르게 보이게 하는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을 부인하지 못한다. 처음엔 제목이 뭔가 의미심장하게 <일곱해의 마지막> 이라 일곱해 후에 무슨일이 있을까 뒤적이며 보았다. 스포지만, 이 소설에서 드라마틱한 터닝포인트나 클라이막스를 찾지 마시라. 다만 김연수 작가님의 섬세하고 예쁘게 나열된 말들 속 시대의 아픔, 시가 운명인 사람이 노래할수 없는 깊은 내면의 답답함과 복잡한 마음, 그럼에도 시를 사랑하고 어떻게든 그 마음을 풀어내고자하는 몸부림은 기대해도 좋다. 문학의 존재의미는 같은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하는 것 이라는 구절을 요즘 여러 책을 읽으며 왕왕 접한다. 사실 나만 해도 반공이나 전쟁, 이념전쟁이 피부로 와닿는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문학의 눈으로 기행의 답답하고 고민많던 일곱해와 그 마지막을 함께할 때, 시원한 '사이다 모먼트' 는 비록 얻지 못했지만 대답되지 않아 계속 생각날 귀한 '나침반같은 질문' 을 얻은 것 같다. "모든 걸 뺏긴 상황에서도 살아나갈 힘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같은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백석이 자신의 시 낭독을 한 소녀의 입으로 듣고 흰눈이 내리고 당나귀가 응앙응앙 우는 환영과 환청을 본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