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독서의 볼모지인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오래 사랑받으며 영상화까지 되는 작품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보건교사 안은영> 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안좋아할만한 코드가 많다. 뚜렷한 종교가 있는 내게 아무리 젤리형태에 깜찍한 비비총으로 싸운다 해도 악령, 유령, 미신코드가 들어간 학교판타지는 우선순위 1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속 비현실적인듯한 은영, 인표, 그리고 수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모습속엔 현실속 나와 이 사회의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코드들이 많다. 남이 알아주고 어떤 보상이 없어도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며 내가 속한 사회에 친절을 배푸는 이들을 보며 되새김질하는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라는 세상의 법칙. 이사장 손자라 경제적 고용안정 걱정은 없지만 장애인이라 묘한 비웃음이나 혐오에서 완전 빗겨가지 못하는 인표를 보며 결국 세상 모든 사람이 인생서 지고가는 고통은 같은 것 같다는 '고통 총량의 법칙' 이 생각난다. 사회적 약자인 동성커플, 외국인 성매매 노동자, 노동자 산업재해 등 은영이 만나는 죽은이들의 잔잔하고 요란한 사연은 언제나 사회 취약계층, 이유없는 혐오의 대상들이 빠지지 않는다.

거기서 이러다 질 수 도 있지만 할때까진 우리의 친절함으로 정면돌파 해보자는 주인공들의 건강함이, 그들과 함께 하는 친구같은 학생들의 나이다운 사랑스러움이, 조연인듯 나왔다가 자신만의 멋진순간을 남기는 오리선생님과 덜 온건한 선생님의 이야기까지 다 좋았다.
꼭 작가님 약속대로 2로 돌아와주세요. 존버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