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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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세이에 편중되어있는 독서패턴을 깨고싶었다. 소설을 하나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고민끝에 현자 베스트셀러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를 선택했다.

영국 배드포드에 사는 35살 노라 시드는 어느날 죽기로 결심한다. 가족, 친구, 연인과 관계가 소원해지던 와중에 알바하던 가게와 피아노 과외에서도 짤리고, 반려묘도 죽은 날 밤에. 이제 자신을 원하는 사람 하나 없다 생각한 절망적인날에 수면제를 과다복용한다. 하지만 노라가 간 곳은 한 도서관. 고등학교때 좋아했던 사서 엘름부인이 자신을 반긴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한다. 지금 여긴 삶과 죽음의 경계이고 이 도서관 속 모든 초록책은 다른 평행우주에서 살고있는 다른 버전의 그녀의 삶을쓴 책이라고. 엄청나게 두꺼운 후회의 책을 함께 보며 그녀의 다양한 인생책 여행이 시작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가 전하는 메세지는 사실 예상 가능하다. ˝포기하지말고 살아가자. 인생은 완벽할수 없지만 살만하다.˝ 그 메세지를 노라가 자신의 인생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 속 시나리오를 겪는것으로 보여준다. 만약 노라가 파혼한 전남친 댄과 결혼했다면, 만약 수영을 계속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었다면, 만약 빙하학자가 되어 북극에 살고있었다면, 만약에 친구와 혹등고래를 보러 호주로 이민갔다면.... 그리고 예상 가능하게 한가지가 이루어진 삶에서는 꼭 하나씩 심하게 엇나간 것들이 발견된다. 지금 생에 살아있는 오빠가 어떤생에선 일찍 죽거나, 자신의 과외학생이 불량소년이 되거나, 남편이된 남친이 결혼뒤 바람을 피거나...

이렇듯 메세지는 상식적이고 노라의 최종엔딩도 뻔하다 (스포일링은 안했지만 예상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무난한 책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대단하다 생각한 부분은 저자의 삶 묘사능력이다.

각자의 시나리오 속 삶을 저자는 노라가 입은 옷, 건강상태, 집 상태, 가구의 가격, 침대맡 책 제목 등으로 알려주는데 결코 각자의 삶 묘사가 평면적이지 않다. 정말 내가 함께 노라의 삶의 촉감과 후각, 시각을 공유하는 것 같이 생동감 있었다. 챕터 중간중간에 각자 삶 속 노라가 남기는 sns 포스트 내용, 팔로워 수 등으로도 삶의 질의 단면을 보여주는게 흥미로웠다.

페이지터너로서 흘륭한 책. 그리고 개인적으로 왜 노라가 한 삶에선 깨림직한게 있었음에도 그 삶에 계속 머무르고 싶었는지 너무나 공감갔다. (나같아도 그 삶이면 최면걸어서라도 산다).

*이 서평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한여름밤의 백일장 신청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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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시는 시간 - 그들이 사랑한 문장과 술
정인성 지음 / 나무나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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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희동에서 술파는 책방 <책바> 를 운영하는 저자가 들려주는, 소설속 칵테일 이야기.

원래 좋아하는 서브장르가 푸드에세이 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설이나 영화 속 음식관련 책 (예: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 은 많이 접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음식 중에서도 음료, 중에서도 술 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실 아는사람은 다 알지만 단골책방이 칵테일 맛집인것에 비해 내 주량은 형편없다. 언제나 눈물을 머금으며 무알콜을 시켜야하는 알쓰의 슬픔... 하지만 술 자리도 술안주도 좋아해서 소설속 술 책에도 자연히 손이 갔다. (단골서점 @살롱드북 에는 좋은 술관련 에세이, 소설, 시집이 많다. 강력추천!)

역시 이 책은 즐거웠다. 즐거움의 이유에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재밌고 따뜻하게 이야기 하는것이라 생각한다. 술과 소설 (그것도 고전부터 최근 한국소설까지) 에 조예가 깊은 저자는 자신의 인생 한 조각, 선택한 책 속 술나오는 구절과 배경설명 , 술의 배경설명을 조리있게 하고 마지막엔 그 3요소를 주조하듯 잘 섞고 흔들어 한 편의 무겁지 않으면서 심심치않은 에세이를 소설 한권마다 한편씩 써놓았다.

원래는 술이라면 광고 많이본 맥주브랜드, 내부자들에서 들은 몰디....아니 모히또, 그리고 베일리스 밖에 모르던 내게 <위대한 개츠비> 속 민트쥴렙으로 보여진 데이지의 심경 , <개선문> 에서 칼바도스가 지난 의미, <호밀밭의 파수꾼> 에서 홀든이 드라이 마티니를 마시는 자에게서 느낀 어른의 위선 등의 이야기는 마치 19금버전의 베드타임 스토리 같았다. (주류가 포함되서 19금)

이 책을 읽고나면 다른 소설서 나오는 칵테일/ 술 이름이 전구를 달듯 잘 보인다. 대표적으로 얼마전 다시읽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에서 마리코가 칼바도스를 마시는 장면같은건 첫 완독서 안보인 부분이다. 두번째, 등장인물들이 마신 술을 따라마시고 싶어진다. (그래서 만트쥴렙 마시려다가 위스키 2샷 들어간단말에 레몬맥주 마시고옴).

술과 소설에 대한 방대한 지식 말고도 이 책에서 돋보인건, 자신의 책방에 와서 한잔하고간 손님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한잔할 독자들에게 따스한 마음으로 복을 빌어주는 저자의 선한 문체였다. 질척이지 않지만, 적당한 거리 내에 빌어줄수 있은 최대의 선의? 축복? 같은 게 그의 글 마디마다 뭍어있어 참 매력적인 글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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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이런 고민들이 얼키설키 섞여 있으나, 한 줄 한 줄 끄집어 내다보면 결국 고민의 갈래는말끔한 하나의 줄로 바뀝니다. 누군가에게 선뜻 고민을 터놓기 힘들 때, 이 책을 읽으며 용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면, 부나하벤 위스키를 온더록으로 한 잔 마셔보세요. 그때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창구와 같은 무언가가 나타나길 두 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 P212

먼저 브랜디에 대한 언급부터 잠시 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브랜디(Brandy)는 ‘Burned wine‘이라는 어원답게 와인을 증류시켜서 만든 술입니다. 그런데 브랜디는 포도만 재료로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포도뿐만 아니라 배, 체리 그리고 사과로 만든 브랜디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 브랜디를 칼바도스(Calvados)라고 합니다. 사과즙을 발효시켜서 만든 술을 사이다 라고 하는데, 칼바도스는 이 사이다를 증류시켜서 만든 증류주입니다. - P194

두 사람은 가는 길에서부터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다. 이따금씩 행인이둘 사이를 갈랐다. 여인은 원피스가 잔뜩 걸린 노점 손수레 건너편에서 테레즈에게 눈웃음을 보냈다. 두 사람은 나무 서까래가 드러난 레스토랑으로들어갔다. 하얀 테이블보가 덮인 이곳은 신기하게도 조용했고 손님이 반도차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 부스 안에 앉았다. 여인은 설탕을 뺀 올드패션드를 시키며 테레즈에게도 이거나 셰리주를 권했다. 테레즈가 망설이자 여인은 같은 것을 주문하며 웨이터를 돌려 보냈다. (중략) 여인의 눈동자는 뭐든 쳐다보기만 하면 완벽히 꿰뚫어 볼 것 같기 때문이다. 테레즈는 술을 조금 더 홀짝였다. 맛있었다. 그런데 이 여인은 겁도없이 대차게 술을 쭉 들이다.
- P138

그는데 데이지는 수많은 차가운 칵테일 중에서 왜 하필 민트 줄립을 떠올렸을까요? 바로 데이지의 고향이 켄터키 주루이빌이기 대문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적 배경은 1922년이조 민트 줄렙이 켄터키 더비의 공식 칵테일로지정된 시점보다 오히려 과거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한가지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민트 줄렙은 켄터키 더비의 공식칵테일로 지정된 1938년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켄터키 주에서 대중적으로 마셨던 점이죠. 아마 데이지도 어렸을적부터 민트 쥴렙을 즐겨마셨을 거에요. 그녀는 남편과 개츠비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위안을 받고자, 고향에서 즐겨 마셨던 민트 쥴렙이 생각났을 것입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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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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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각자 말캉한 부분들이 있다. 치부 라기엔 사소하지만, 그 당사자는 나름 자신을 소개할때 스윽 빼고싶은 그런 약점같은 말캉한 부분. 이 책은 9명의 글쓰는 문학/비문학인이 제목대로 자신의 ‘복숭아‘ 같은 말캉한 컴플렉스를 허심탄회하고도 경쾌하게 털어놓는 에세이 앤솔로지다.

이 책은 매우 손에 잘 붙었고 읽으면서 잔잔한 미소가 배시시 흘러나왔다. 특히 내가 작가진 중 절반의 이전 책들을 보고, 그들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고 진중한 직업인들인지 를 먼저 안 뒤 이 책을 접해서 일것같다.

누가 알았겠는가. <지독한 하루> , <만약은 없다> 에서 생사를 다투는 병원에서 사람살리는 치열함을 보여준 이국종 교수님 뺨치는 카리스마의 남궁인 의사선생님이 미 이상은 안올라가는 음치였단걸.
<식물의책> 으로 우리에게 도시에 있는 식물의 생각해보지 못한 면을 알려준, 말투만으론 차분하고 세심 그자체일것같던 식물세밀화가 이소영님의 성격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거라는걸. 그리고 그분의 최애는 클래식이 아닌 케이팝이라는 것조차!!

사실 나처럼 이전에 이 필진들의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충분히 어른이 된뒤에 정말 친한 죽마고우거나 가족아니면 안 할 썰들은 가득하다. 최지은님의 과자 (그것도 괴과자!) 사랑 연대기나 금정연님의 애증의 LG 야구팬덤같은. (특히 LG 얘기가 나온 구절에 내가 응원하는 프로게이머 이름을 넣어도 아무 어패가 없다는대서 주먹물고 울뻔했다)

사진처럼 자두나 말캉한 물복숭아를 한입 베어물고, 에이드나 맥주한캔 마시며 유쾌히 넘길 수 있는 9인9색 에세이. 이 여름과 잘 어울리는 이 책. 강력추천!

* 이 서평은 북클럽문학동네에서 출간전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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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각자 말캉한 부분들이 있다. 치부 라기엔 사소하지만, 그 당사자는 나름 자신을 소개할때 스윽 빼고싶은 그런 약점같은 말캉한 부분. 이 책은 9명의 글쓰는 문학/비문학인이 제목대로 자신의 ‘복숭아‘ 같은 말캉한 컴플렉스를 허심탄회하고도 경쾌하게 털어놓는 에세이 앤솔로지다.

이 책은 매우 손에 잘 붙었고 읽으면서 잔잔한 미소가 배시시 흘러나왔다. 특히 내가 작가진 중 절반의 이전 책들을 보고, 그들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고 진중한 직업인들인지 를 먼저 안 뒤 이 책을 접해서 일것같다.

누가 알았겠는가. <지독한 하루> , <만약은 없다> 에서 생사를 다투는 병원에서 사람살리는 치열함을 보여준 이국종 교수님 뺨치는 카리스마의 남궁인 의사선생님이 미 이상은 안올라가는 음치였단걸.
<식물의책> 으로 우리에게 도시에 있는 식물의 생각해보지 못한 면을 알려준, 말투만으론 차분하고 세심 그자체일것같던 식물세밀화가 이소영님의 성격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거라는걸. 그리고 그분의 최애는 클래식이 아닌 케이팝이라는 것조차!!

사실 나처럼 이전에 이 필진들의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충분히 어른이 된뒤에 정말 친한 죽마고우거나 가족아니면 안 할 썰들은 가득하다. 최지은님의 과자 (그것도 괴과자!) 사랑 연대기나 금정연님의 애증의 LG 야구팬덤같은. (특히 LG 얘기가 나온 구절에 내가 응원하는 프로게이머 이름을 넣어도 아무 어패가 없다는대서 주먹물고 울뻔했다)

사진처럼 자두나 말캉한 물복숭아를 한입 베어물고, 에이드나 맥주한캔 마시며 유쾌히 넘길 수 있는 9인9색 에세이. 이 여름과 잘 어울리는 이 책. 강력추천!

* 이 서평은 북클럽문학동네에서 출간전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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