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시는 시간 - 그들이 사랑한 문장과 술
정인성 지음 / 나무나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연희동에서 술파는 책방 <책바> 를 운영하는 저자가 들려주는, 소설속 칵테일 이야기.

원래 좋아하는 서브장르가 푸드에세이 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설이나 영화 속 음식관련 책 (예: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 은 많이 접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음식 중에서도 음료, 중에서도 술 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실 아는사람은 다 알지만 단골책방이 칵테일 맛집인것에 비해 내 주량은 형편없다. 언제나 눈물을 머금으며 무알콜을 시켜야하는 알쓰의 슬픔... 하지만 술 자리도 술안주도 좋아해서 소설속 술 책에도 자연히 손이 갔다. (단골서점 @살롱드북 에는 좋은 술관련 에세이, 소설, 시집이 많다. 강력추천!)

역시 이 책은 즐거웠다. 즐거움의 이유에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재밌고 따뜻하게 이야기 하는것이라 생각한다. 술과 소설 (그것도 고전부터 최근 한국소설까지) 에 조예가 깊은 저자는 자신의 인생 한 조각, 선택한 책 속 술나오는 구절과 배경설명 , 술의 배경설명을 조리있게 하고 마지막엔 그 3요소를 주조하듯 잘 섞고 흔들어 한 편의 무겁지 않으면서 심심치않은 에세이를 소설 한권마다 한편씩 써놓았다.

원래는 술이라면 광고 많이본 맥주브랜드, 내부자들에서 들은 몰디....아니 모히또, 그리고 베일리스 밖에 모르던 내게 <위대한 개츠비> 속 민트쥴렙으로 보여진 데이지의 심경 , <개선문> 에서 칼바도스가 지난 의미, <호밀밭의 파수꾼> 에서 홀든이 드라이 마티니를 마시는 자에게서 느낀 어른의 위선 등의 이야기는 마치 19금버전의 베드타임 스토리 같았다. (주류가 포함되서 19금)

이 책을 읽고나면 다른 소설서 나오는 칵테일/ 술 이름이 전구를 달듯 잘 보인다. 대표적으로 얼마전 다시읽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에서 마리코가 칼바도스를 마시는 장면같은건 첫 완독서 안보인 부분이다. 두번째, 등장인물들이 마신 술을 따라마시고 싶어진다. (그래서 만트쥴렙 마시려다가 위스키 2샷 들어간단말에 레몬맥주 마시고옴).

술과 소설에 대한 방대한 지식 말고도 이 책에서 돋보인건, 자신의 책방에 와서 한잔하고간 손님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한잔할 독자들에게 따스한 마음으로 복을 빌어주는 저자의 선한 문체였다. 질척이지 않지만, 적당한 거리 내에 빌어줄수 있은 최대의 선의? 축복? 같은 게 그의 글 마디마다 뭍어있어 참 매력적인 글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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