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숲 ㅣ 블랙 캣(Black Cat) 23
타나 프렌치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문장과 깊이, 스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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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동반자 역할을 한 것이었다. 투우 경기처럼 잔인하면서도 빛났던 우리의 심문 내용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 잔인한 주제에 대해 억누를 수 없고 피를 끓게 하는 리듬으로 가장 바보 같은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긴장되고 날카롭게 연마된 우아함을 얼마나 잘 유지했는지. 평생 함께 춤춰온 발레 파트너처럼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형사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예전에는 나와 캐시가 이렇게 훌륭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한 팀으로서 훌륭한 음악가나 역사책만큼이나 가치 있는 활동을 해왔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좁고 어두운 수사실이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로 가득 찼던 이 날, 관객이 아닌 죽을 운명에 처한 사람과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추었던 이 춤이 우리의 마지막이 되었다. 그것도 가장 훌륭하게.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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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대화가 즐거웠다. 행복한 밤이었다. 부드러운 빗방울이 창문에 후드득 떨어졌고, 빌리 홀리데이의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캐시가 샘을 초대하길 잘 한 것 같았다. 나는 그를 좀더적극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 P188

캐시의 집에는 탄 맛이 나는 부드러운 코네마라 위스키 같은 좋은 술이 많았다. 우리는 모두 얼큰히 취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찾아들고 있었다. 샘은 책장에 있는 닳아빠진 책들의 제목을 읽으려고 몸을뻗었다. 나는 매트리스 위에서 등을 대고 누워 음악을 들으며 멍하게 있었다. - P189

6년간의 기숙학교 생활 이후에 맞이한 고독함은 나를 매료시켰다. 아파트에서 보낸 첫날밤 나는 끈적이는 카펫 위에 누워서 몇 시간을 보냈다. 흐릿한오렌지색 도시의 불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고여 있었고, 취하게 하는 카태향이 복도를 따라 소용돌이치며 들어왔다. 밖에서 두 명의 남자가 러시아어로 소리를 지르고, 어딘가에서 현란하고 격렬한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나를 보거나,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묻거나, 어떤 일을 하라고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그 순간 나는 마치 내 방이 이 건물에서 떨어져 나와서 빛을 발하는 비눗방울처럼 밤하늘로 떠올라, 지붕, 강, 별들 위로 부드럽게 까딱거리며 오르는 것 같았다. - P191

하지만 나는 죄책감 없는 게으름이라는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지나면잊어버리는 그 능력 말이다. 내 방에는 오래된 샹들리에에서 나온 유리조각하나가 창문에 매달려 있었고, 나는 오후 내내 침대에 누워서 그것이 무지갯빛 조각들을 방에 깜박이게 하는 것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었다. 원래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그 2년간 나는거의 탐닉하듯이 책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지역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수 있는 만큼 빌려와서 일주일 내내 원룸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나는 오래된 책들을 좋아했다. 오래될수록 좋았다. 톨스토이, 앨런 포, 자코비언 비극, 라클로스 소설 등을 읽었다. 그래서 마침내 내가 멍한 상태로 눈을 깜박이며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들의 매끄럽게 다듬어진, 멋스럽고 투명한 운율 속에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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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슬픔은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가면처럼 사람들을 익명화시켜버리는 힘이 있었다. 또 다른 면에선 본질적인 감정만 남을때까지 불필요한 감정들은 벗겨버렸다. 물론 이것이 우리가 가족들에게 그들의 상실을 직접 전하고자 하는 냉정한 진짜 이유였다. 우리는 경찰들에게 이일을 맡기지 않고 직접 했다.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생각하는가를 보여주기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우리는 나쁜 소식을 꽤 많이 전해보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본적인 반응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격 때문에 정신을 못 차려서 몸을 가누기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비극은그들이 안내책자 없이 맞이해야 하는 새로운 영역이다. 그들은 그 상황을 해쳐 나가기 위해 비틀거리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마거릿 데블린은 놀란것 같지 않았다. 거의 체념한 듯했다. 마치 슬픔이 그녀에게 익숙한 상태인 것처럼,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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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매혹적이지 않은가. 인간은 원하는 대로 서로를치명적으로 해칠 능력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기로 선택한다는 그 사실이. - P149

나는 남자들이 왜 폭력 얘기를 여자들이 불편해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우리 여자들은 한 달에 한번씩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들이다. 손가락 사이에 핏덩어리를 끼우고 문지르며 벌레처럼 터뜨리는 사람들. 물론 핏덩어리가 아니라 가끔씩 자궁이 뱉어내는 혀 색깔의 살덩어리라면 그럴 수 없겠지만, 여자들이 아기를 낳을 때는 밑이 터지고, 질이 갈라지고 항문 살이 흐느적 비어져 나온다. 작고 딱딱한 손톱이 여자들의 안을 파고들고, 두툼한 안심 - P210

"가끔 주님의 피조물중에 그렇게 악마로 태어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한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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