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우리는 그걸 선물이라 부르지만 선물은 사실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주어지는 거지. 재능은눈에 보이는 은혜다.
젊은 남자는 없는 걸 줄 수 있는 건 없어요, 그건 자명한 이치잖아요,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단단히 믿는다. - P84

"괜찮아." 나는 말하고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지는 않았고 속이 쓰렸지만 상처는 사라질 것이었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갈 테고 상처는 사라질 것이었다. 유명한 아버지의 뒷일을 매듭지어야 했으니 그걸로 정신이 없을 테고 거금을 소유하게 될것이었다. 그걸로 아루바로 갈 수도 있었다. 가질 수 없는 걸 원하는게 잘못은 아니다. 그걸 감수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 된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를 설득하는 데 거의 성공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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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자고 술을 좀 과하게 마셨을 때 찾아오는 피로가 있다. 그런피로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뿐 일단 일어나면 곧 희미해진다. 그걸 털어내려면 다음 날 밤에 여덟 시간을 꼬박 자야 한다 이런식으로 몸은 우리가 이제 스물한 살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그런가하면 다른 종류의 피로도 있다. 무거운 코트처럼 몸을 내리누르는 것 같은, 뼈가 아프다고 느끼게 하는 피로. 그럴 때는 잠을 얼마나 자든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항상피곤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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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원하는지 아나요?" 엘런이 했던 말을 반복했다.
"나로 사는 삶을 그만두는 것."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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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요. 우리 맛있는 저녁도 먹었잖아요. 혼자 있었다면 귀찮아서 요리도 안 했을걸요." 엘런은 여름휴가를 낸참이라 저녁이면 카페에 가서 가볍게 끼니를 때우곤 했다. 아들이 없을 때, 손님이 없을 때는 요리하는 것이 서글펐다. 혼자 있을 때는 혼자인 삶을 공식화하지 않으려고 서서 먹었다. - P26

작은 발코니로 나간 엘런은 새로운 장소에 발밑으로 보이는 마을에, 고요함에, 어딘가 있을 바다에 매혹된 채로 가만히 서서 탄산수를 홀짝였고, 애틋하고 무거운 추억에 사로잡혀 어렴풋한 과거를 떠올렸다. 다른 냄새들, 아일랜드 거리에내린 흰 서리, 유리그릇에 담긴 얼굴용 파우더와 그 위에 놓인커다란 퍼프, 연보랏빛 비둘기 가슴, 이런 것들과 이 새로운 장소를, 그간 다녀 본 어떤 장소와도 닮지 않은 이곳을 비교했다. 산산이 부서지는 빛, 색깔 없는 엘런의 살갗. 쇠붙이처럼빛을 반사하는 주택. 엘런은 그곳에 한 시간 넘게 머물렀다. 가죽 벨트를 찼던 비행기 안의 남자와 호텔 복도에서 마주친벌거벗은 남자를 떠올렸고, 여기저기서 엘런을 기다리고 있을다른 남자들도 상상했다. 아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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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 좋아서 한다 같은 말이 명쾌했다. 나는 위스키 한모금을 마시고 말했다. 솔직히 난 요즘 좋은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싫은 것도 뭔지, 둘이 뭐가 그렇게 다른 건지 다 잘 모르겠고요. 초면에 무슨 이런 얘길 다 하나 싶으면서도 역시 한잔하니 하고 싶어지는 말이었다. - P26

자식이 평범하게, 안전하고 편안하게사는 걸 보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있잖아. 결혼하고 자식 낳고너무 힘들지 않게, 사는 것처럼 사는 걸 보고 싶은. 예전엔 그런마음이 부모 욕심이나 대리 만족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좀 다르게 보여. 애지중지 키워놔서 고생하는 게 너무 아깝고안타까운 거지. 그리고 부모라면 다 알잖아. 자식이 아무 죄 없이 자기 때문에 온 존재라는 걸. 자식이 겪는 고통이 다 자기 때문인 거 같고 차라리 자기가 대신 겪길 바라는 게 부모니까.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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