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요. 우리 맛있는 저녁도 먹었잖아요. 혼자 있었다면 귀찮아서 요리도 안 했을걸요." 엘런은 여름휴가를 낸참이라 저녁이면 카페에 가서 가볍게 끼니를 때우곤 했다. 아들이 없을 때, 손님이 없을 때는 요리하는 것이 서글펐다. 혼자 있을 때는 혼자인 삶을 공식화하지 않으려고 서서 먹었다. - P26

작은 발코니로 나간 엘런은 새로운 장소에 발밑으로 보이는 마을에, 고요함에, 어딘가 있을 바다에 매혹된 채로 가만히 서서 탄산수를 홀짝였고, 애틋하고 무거운 추억에 사로잡혀 어렴풋한 과거를 떠올렸다. 다른 냄새들, 아일랜드 거리에내린 흰 서리, 유리그릇에 담긴 얼굴용 파우더와 그 위에 놓인커다란 퍼프, 연보랏빛 비둘기 가슴, 이런 것들과 이 새로운 장소를, 그간 다녀 본 어떤 장소와도 닮지 않은 이곳을 비교했다. 산산이 부서지는 빛, 색깔 없는 엘런의 살갗. 쇠붙이처럼빛을 반사하는 주택. 엘런은 그곳에 한 시간 넘게 머물렀다. 가죽 벨트를 찼던 비행기 안의 남자와 호텔 복도에서 마주친벌거벗은 남자를 떠올렸고, 여기저기서 엘런을 기다리고 있을다른 남자들도 상상했다. 아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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