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생존자들일지도 몰라요. 그러던 어느 날 이둘, 최후의 두 사람이 사소한 말다툼 끝에 의절을 해요. 그러곤 수십년 동안 대화를 나누지 않아요. 결국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요.저는 생각했어요.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해서요. 이제 그만 화해하지그래, 라고 참견할 사람도 없는 외로움.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말다툼, 만약 제가 사용하는 언어의 사용자가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면 말을 조심해야겠어요. 수십 년 동안 언어의 독방에 갇힐 수도 있을 테니까. 그치만 사소한 언쟁조차 할 수 없는 모국어라니, 그게 웬 사치품이에요?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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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단상

읽어봤자 좋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것 같은 소설을 세 번이나 읽었다. <위대한 개츠비>. <노르웨이 숲>에서 나가사와의 입을 빌려 하루키는 이 소설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무조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멋진 나가사와와 친구가 될 수는 없을 듯하다. 그토록 위대한 작픔이라는데, 처음 읽었을 땐 정말 읽히지도 않았다. 두번째 꾹 참고 읽었는데 이게 뭐-야! 하는 탄식뿐. 세번째 읽었을 때는 꽤 너그러워져 그래 왜들 그렇게 평가하는지는 알겠는데, 나는 아님! 이제 끝! 이게 다였다.
그러나 갑자기 또 이 소설의 평가의 적절성과 나의 취향이 너무 궁금해진 나머지 다시금 시도해 보려 한다. 문장 좋은, 영민한 소설가 김영하의 번역본으로.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다시 시도해 볼, 문학사는 평가하나 나는 잘 모르겠는 소설 리스트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2번 읽고 왜 이게? 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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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파과>와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연쇄살인범 소재라는 공통점과 여성/남성 인물이라는 차이가 일차적으로 눈에 띈다. 그러나 세계를, 인간을,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날카롭게 다르다는 점이 이 두 소설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이다. 이 차이는 두 작가의 전작들에서 죽 이어진 작가의식을 설명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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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 해도 일본에 대한험담을 하는 동시에 일본인과의 유대를 유지하고 일본어도 쓰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는 아직 두 아들이 어렸기 때문에 아침부터 흑인 메이드가 와서 일해주는 팔자 좋은 생활이었다. - P55

거무스름한 양복을 입은 형상이 내 앞을 지나 화장실로 갈 때, 순긴 만다린 같은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날 듯 말 듯 희미해 미국인들이 풍기는 코를 찌르는 것 같은 자극성 강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일본인으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불쾌하지 않은 냄새엿음에도 나는 혼자 수치심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실에 또 수치심을 느꼈다. - P67

일본에서 온 주재원이 완전히 일본식으로, 아 네, 저런, 하면서 까만 양복을 입고허리를 구십 도로 구부려 인사를 되풀이하고, 서로의 명함을 바쁜 듯이 교환할 때, 그들은 단지 미국에 있는 일본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을 미국식으로 만들려 하는 순간, 그들이 지닌 미국인의 것이 아닌모든 요소 - 모습, 얼굴 생김새, 표정, 동작, 말…….… 하다못해 납작한 가슴과 가느다란 목에서 짜내는 깊이 없는 목소리에 이르기까지모든 것이, 그들이 절대 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높이 주장하기어버리고 있었다. - P83

나는 오랫동안 내가 부모를 쫓아 미국에 온 것을 극히 개인적인 운명 역사의 흐름과는 무관한 극히 개인적인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 반대였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 온 것은 역사의 흐름과 무관하기는커녕, 역사의 톱니바퀴에 편승해 일본 경제의 고도성장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탄 것에 지나지 않았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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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강렬한 서두 - P7

책장에서 괜찮은 시를 발견했다. 감탄하여 읽고 또 읽으며 외우려 애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쓴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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