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기 때문에 느끼는 게 있지 않느냐고 자주 듣는데. 그야 보이지 않아서 느끼는 게 있긴 해요. 하지만 보이지 않으니까 느끼는 건, 보이니까 느끼는 것과 나란히 있는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 두 가지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고 싶다니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맹인을 미화하는 게 아닐까 싶어."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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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지 살아 있는 것, 숨을 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은 그걸 영혼이라고 부르고 다른 누군가는 의식이나 자아라고 불러. 어쨌든 우리 인간에게는하나의 개체로서 세상을 주관적으로 감각하는 것, 세상을 일인칭으로 경험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해. 너희가 하는 짓은………그래, 너희가 곧바로 인간을 죽이는 건 아닐지도 모르지. 의도한것도 아닐 테고. 하지만 너희는 인간의 신경세포로 파고들어서 - P240

그리고 결론을 내렸어.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없어. 우리랑 결합한 상태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의식을 지닐 수있어.>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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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발음이 무척이나 어려운 혀가 잘 안 돌아가는 단어 하나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마밀라피나타파이 Mamihlapinatapai는세계에서 ‘가장 간결한 단어‘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되었다. 이 단어는 노래, 전시회, 단편영화 제목으로도 쓰였고 2011년에는 <라이프인데이 Life in a Day>라는 컬트영화에 등장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 단어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정확한 번역이 거의 불가능하기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대강 이렇게 해석되고 있다. ‘두 사람이다 바라는 일이지만 둘 중 누구도 본인이 먼저 나서서 하고 싶지는않아 서로 상대방이 해줬으면 하며 나누는 눈길‘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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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끝나고 9월이 다가왔다. 언제까지고 이런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면 좋을 텐데, 하고 덴고는 모닝 커피를 내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소리 내어 말하면 어딘가에서 귀 밝은 악마가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없이, 평온이 지속되기를 빌었다. 하지만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일이라는 건 바라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 세계는 오히려 그가 어떤 것을 바라지 않는지를 훤히 알고 있는것 같았다. - P246

심술궂게 생긴 노인이 머리가 나빠 보이는 잡종견을 산책시키고있었다. 머리가 나빠 보이는 여자가 못생긴 경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못난이 전봇대가 심술궂은 전선을 공중 여기저기로뻗고 있었다. 세계가 ‘비참한 것‘과 ‘기쁨이 결여된 것‘ 사이의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제각각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은 세계의한없는 집적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창밖의 풍경은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세계에는 후카에리의 귀와 목덜미처럼 어떤이의도 내세울 여지가 없는 아름다운 풍경도 존재한다. 그 둘 중어느 쪽의 존재를 더 믿어야 할지,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덴고는 혼란에 빠진 커다란 개처럼 목구멍에서 작게 신음을 내고, 커튼을 닫고 자신의 작은 세계로 돌아왔다. - P303

"정말로, 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후카에리는 물음표 없이 질문했다.
물론 덴고는 그 대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 P316

아오마메는 자신의 죽음을 딱히 두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죽고 덴고는 살아남는다. 그는 앞으로 1Q84년, 달이두 개 있는 이 세계를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세계에서 내가 그를 만나는 일은 없다. 아무리 세계가 거듭된다 해도 내가 그를 만나는 일은 없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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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썬 셀러리와 버섯을 프라이팬에 넣었다. 가스 불을 가장센불로 올리고 프라이팬을 가볍게 흔들며 대나무 주걱으로안에 든 것을 부지런히 뒤적였다. 소금과 깨를 조금 뿌렸다. 야채가 익기 시작한 참에 물기를 뺀 새우를 넣었다.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소금과 깨를 뿌려주고 작은 잔에 따른 청주를 넣었다. 간장을 조금 끼얹고 마지막에 파슬리를 흩뿌렸다. 그 작업을 덴고는 무의식중에 해나갔다. 마치 비행기 조종모드를 ‘자동‘으로변환한 것처럼 자신이 지금 어떤 동작을 하는지 거의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요리가 아니다. 손은정확하게 움직였지만, 머릿속으로는 내내 아오마메를 생각하고있었다. - P111

나라는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은 무無가 아니다. 황폐하고 메마른 사막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 P133

"안녕." 그녀는 작게 입 밖에 내어 말했다. 자신의 집에게가아니라, 그곳에 있었던 자기 자신을 향한 작별인사였다. - P136

그것을 읽고 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토리는 대단히미있게 짜였고 마지막까지 독자를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 작가를 태만하다고 나무랄 수는 없지 않은가. - P146

하지만 대체 어느 누가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덴고는 그렇게 생각한다). 온 세상의 신들이 한자리에모여도, 핵무기를 폐기하지도 테러를 근절하지도 못하지 않을까. 아프리카의 가뭄을 끝내게 하지도, 존 레넌을 다시 살아나게하지도 못할 것이고, 그러기는커녕 신들끼리 패가 갈려 격렬한싸움이나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세계는 좀더 혼란스러운 사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태가 몰고 올 무력감을 생각한다면, 사람들을 잠시 미스터리어스한 물음표의 풀에 떠 있게 하는것쯤은 그나마 죄가 가벼운 편이 아닐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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