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끝나고 9월이 다가왔다. 언제까지고 이런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면 좋을 텐데, 하고 덴고는 모닝 커피를 내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소리 내어 말하면 어딘가에서 귀 밝은 악마가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없이, 평온이 지속되기를 빌었다. 하지만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일이라는 건 바라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 세계는 오히려 그가 어떤 것을 바라지 않는지를 훤히 알고 있는것 같았다. - P246

심술궂게 생긴 노인이 머리가 나빠 보이는 잡종견을 산책시키고있었다. 머리가 나빠 보이는 여자가 못생긴 경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못난이 전봇대가 심술궂은 전선을 공중 여기저기로뻗고 있었다. 세계가 ‘비참한 것‘과 ‘기쁨이 결여된 것‘ 사이의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제각각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은 세계의한없는 집적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창밖의 풍경은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세계에는 후카에리의 귀와 목덜미처럼 어떤이의도 내세울 여지가 없는 아름다운 풍경도 존재한다. 그 둘 중어느 쪽의 존재를 더 믿어야 할지,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덴고는 혼란에 빠진 커다란 개처럼 목구멍에서 작게 신음을 내고, 커튼을 닫고 자신의 작은 세계로 돌아왔다. - P303

"정말로, 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후카에리는 물음표 없이 질문했다.
물론 덴고는 그 대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 P316

아오마메는 자신의 죽음을 딱히 두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죽고 덴고는 살아남는다. 그는 앞으로 1Q84년, 달이두 개 있는 이 세계를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세계에서 내가 그를 만나는 일은 없다. 아무리 세계가 거듭된다 해도 내가 그를 만나는 일은 없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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