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게 썬 셀러리와 버섯을 프라이팬에 넣었다. 가스 불을 가장센불로 올리고 프라이팬을 가볍게 흔들며 대나무 주걱으로안에 든 것을 부지런히 뒤적였다. 소금과 깨를 조금 뿌렸다. 야채가 익기 시작한 참에 물기를 뺀 새우를 넣었다.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소금과 깨를 뿌려주고 작은 잔에 따른 청주를 넣었다. 간장을 조금 끼얹고 마지막에 파슬리를 흩뿌렸다. 그 작업을 덴고는 무의식중에 해나갔다. 마치 비행기 조종모드를 ‘자동‘으로변환한 것처럼 자신이 지금 어떤 동작을 하는지 거의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요리가 아니다. 손은정확하게 움직였지만, 머릿속으로는 내내 아오마메를 생각하고있었다. - P111

나라는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은 무無가 아니다. 황폐하고 메마른 사막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 P133

"안녕." 그녀는 작게 입 밖에 내어 말했다. 자신의 집에게가아니라, 그곳에 있었던 자기 자신을 향한 작별인사였다. - P136

그것을 읽고 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토리는 대단히미있게 짜였고 마지막까지 독자를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 작가를 태만하다고 나무랄 수는 없지 않은가. - P146

하지만 대체 어느 누가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덴고는 그렇게 생각한다). 온 세상의 신들이 한자리에모여도, 핵무기를 폐기하지도 테러를 근절하지도 못하지 않을까. 아프리카의 가뭄을 끝내게 하지도, 존 레넌을 다시 살아나게하지도 못할 것이고, 그러기는커녕 신들끼리 패가 갈려 격렬한싸움이나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세계는 좀더 혼란스러운 사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태가 몰고 올 무력감을 생각한다면, 사람들을 잠시 미스터리어스한 물음표의 풀에 떠 있게 하는것쯤은 그나마 죄가 가벼운 편이 아닐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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