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쪽은 노는 쪽을 게으름뱅이 기생충이라며 경멸했고, 노는 쪽은 일하는 쪽을 재수 없는 얼간이로 보았다. 그런 와중에도 양측으로부터 사랑받는 부류가 있었다. 에세이스트, 아이돌, 싱어송라이터, 팟캐스트 진행자……….내면을 기꺼이 드러냄으로써 타인의 정신을 어루만진다고여겨지는 존재들, 그래서 반대로 열광적인 사랑을 퍼부을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이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조차 경쟁력을 잃었다. 기술적인 완벽성이나 심미성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다들 진짜를원했다. 이 세계에서 진정 하나이며 그래서 가치 있는 것. 하지만 그 고유성으로 인해 한없이 연약해지는 것. 팬들의환호성 안에서만 무한히 빛날 수 있는 것. 악착같이 싸우지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 남아도는 에너지를 퍼부을 만한 것. - P27

인간관계를 최종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총점의 평균이 아니라 불합리한과락 조건이니까. 아무리 호의를 베풀더라도 하나가 충족되지 않으면 충격을 받고, 반대로 그 하나만 만족시키면 다른 것쯤이야 괜찮은 관계를 많이 보고 겪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웃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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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것은 셜록 홈스라는 인물만은 아니었다. 인상적이기는 해도 그 추리극만도 아니었다. 내가 가장 큰 매력을느낀 것은 홈스와 왓슨이 사는 세상이었다. 템스강, 자갈길을 요란하게 달리는 사륜마차, 가스등, 소용돌이치는 런던의 안개.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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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볼썽사나운 외모를 가진 사람은 저절로 더 좋은 내면을 지니게 된다는 듯, 아니면 외모의 결함을 내면의 뭔가로 당연히 보충해야 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친절한 사람들은 틀렸다. 나의 내면은 아름답지 않다. 사람들이 나를 기피하고, 주정뱅이들은 나를 안줏거리 삼아 짓궂은 농담을 하고, 길에서 십대들이 조롱하고 놀리며 따라오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옷가게에서 옷을 사려 할 때 점원조차 다가오지 않는데 어떻게 평범해질 수 있단 말인가? 평생 그런 대우를 받으며 살아온 내가 어떻게 아름다운 영혼을 지닐 수 있겠는가? 나는 내면도 외면도 아름답지 않다. 언니가 빈번히 정확하게 지적했듯 적지않은 적개심을 품고 있다. 지독하게 수줍음을 타고, 영원히 성마르며, 자신에게만 집착한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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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도 스스로를 죄인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은 일어난 일의 결과로 죄를 판단합니다만 사실 인간은 결과로 죄를 짓는 게 아닙니다. 의도가 죄죠. 그는 물리적인 도구에 불과하거든요. 그를 움켜쥐고 분노하고 흥분하며 죄를 짓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이지요. 겁쟁이들은 저로 인해 강해졌고 원한이 많았던 자들은 저로 인해 원한을 풀었습니다. 그는 그 대가로 삶을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관들이 저를 유령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존재를 숨겨야 존재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나였습니다. ‘쁘리즈락’, 그곳에서 저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여기 말로 ‘유령‘이지요.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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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 P373

리처드의 죽음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까닭은 바로 이때문이었다. 리처드는 단지 조앤의 파트너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실은 얼마나 똑똑한지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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