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는 텅 빈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지금도 조금씩 부풀어 올라, 그것이 내 속에 남아 있는 알맹이를 자꾸만 먹어 치운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라는 존재를 점점 알 수 없어진다. 나는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거기에는 방향도 없고 하늘도 땅도 없다. - P329

나는 숲의 한가운데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는 속이 텅 빈인간이다. 나는 실체를 잡아먹는 공백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두려워해야 할 것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나는 숲의 중심에 발을 들여놓는다. - P331

가는 것을 깨닫는다. 주위의 현실의 소리가 차츰 현실성을 잃어간다. 의미 있는 소리는 침묵뿐이다. 그 침묵이 바다 밑에 쌓이는 진흙처럼 점점 더 깊어져 간다. 발밑에 쌓이고, 허리까지 쌓이고, 가슴까지 쌓인다. 그래도 청년은 오랜 시간 나카타 씨와둘이 그 방에 머물면서 거기에 쌓여 가는 침묵의 깊이를 눈으로재고 있었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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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서가에는 일반적인 인문 관계 서적이 진열돼 있다. 일본문학 전집, 세계문학 전집, 개인 전집, 고전, 철학, 희곡, 예술일반, 사회학, 역사, 전기, 지리..... 그 많은 책들은 손에 들고펼치면 페이지 사이에서 옛 시대의 향기가 난다. 표지와 표지사이에서 조용히 오랫동안 잠들어 온 깊은 지식과 예리한 정감이발산하는 독특한 향기다. 나는 그 냄새를 들이마시면서 몇 페이지 읽어 보고 서가에 돌려놓는다. - P80

나는 자유다.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나는 자유다.라는것에 대해 한동안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내가외톨이라는 사실뿐이다. 혼자 낯선 고장에 와 있다. 나침반도지도도 잃어버린 고독한 탐험가처럼. 자유란 이런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조차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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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슬픈 건 죽은 이들 때문일수도 있고, 늘 미완으로 남는 소망 때문일 수도 있을 것같았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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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시작된다. 캐리스는 두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없기 때문에 신경을 끄고 친구들의 존재를 몸으로 느낀다. 그녀로서는 대화 내용보다 두 친구의 존재 자체가 더 중요하다. 말은 창문에 다는 커튼과 비슷할 때가 많다. 거추장스럽지만옆집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려면 참아야 하는 칸막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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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는 자신이 따로 문을 연 것과 마찬가지로, 요시키도 다른문을 열었음을 깨달았다. 슬프지는 않았지만 쓸쓸했다. 두 사람은침묵했다.
"내가 집을 나가면 놀랄 거야?"
"갑작스럽게라면 놀랄지도 모르지. 그리고 걱정할 거야."
"하지만 찾지는 않는다?"
얼마 동안 생각한 후 요시키는 끄덕였다.
"아마도."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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