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는 텅 빈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지금도 조금씩 부풀어 올라, 그것이 내 속에 남아 있는 알맹이를 자꾸만 먹어 치운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라는 존재를 점점 알 수 없어진다. 나는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거기에는 방향도 없고 하늘도 땅도 없다. - P329

나는 숲의 한가운데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는 속이 텅 빈인간이다. 나는 실체를 잡아먹는 공백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두려워해야 할 것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나는 숲의 중심에 발을 들여놓는다. - P331

가는 것을 깨닫는다. 주위의 현실의 소리가 차츰 현실성을 잃어간다. 의미 있는 소리는 침묵뿐이다. 그 침묵이 바다 밑에 쌓이는 진흙처럼 점점 더 깊어져 간다. 발밑에 쌓이고, 허리까지 쌓이고, 가슴까지 쌓인다. 그래도 청년은 오랜 시간 나카타 씨와둘이 그 방에 머물면서 거기에 쌓여 가는 침묵의 깊이를 눈으로재고 있었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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