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당신은 천사도 아니고 하느님도 아니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행동이 순수한 마음에서 나왔다는 건 잘 압니다. 그래서 돈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은 그 심정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란 건 또 그것대로 위험한 것이랍니다. 살아 있는 몸을 가진 인간이 그런 걸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요. 그러니 당신은 그 마음을기구에 닻을 매달듯이 단단히 지상에 잡아둘 필요가 있어요. 그러기 위한 것이에요. 옳은 일이라면, 그 마음이 순수한 것이라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요. 내 말 알겠어요?" - P395
초경 전의 소녀를 범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남자, 기골이장대한 게이 경호원, 수혈을 거부하며 스스로 죽어가는 신앙심깊은 사람들, 임신 육 개월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는 여자, 문제 있는 사내들의 뒷덜미에 날카로운 침을 꽂아 살해하는 여자,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 남자를 증오하는 여자들. 그런 사람들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과연 유전자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유전자들은 그런 굴절된 에피소드를 컬러풀한자극으로서 실컷 즐기고, 혹은 뭔가 또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일까.
아오마메는 알지 못한다. 그녀가 아는 것은 자신은 이제 또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것 정도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나는 이 인생을 살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반품하고 새 것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 아무리 기묘한 것일지라도, 일그러진 것일지라도, 그것이 나라는 탈것의 존재방식이다. - P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