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발음이 무척이나 어려운 혀가 잘 안 돌아가는 단어 하나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마밀라피나타파이 Mamihlapinatapai는세계에서 ‘가장 간결한 단어‘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되었다. 이 단어는 노래, 전시회, 단편영화 제목으로도 쓰였고 2011년에는 <라이프인데이 Life in a Day>라는 컬트영화에 등장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 단어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정확한 번역이 거의 불가능하기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대강 이렇게 해석되고 있다. ‘두 사람이다 바라는 일이지만 둘 중 누구도 본인이 먼저 나서서 하고 싶지는않아 서로 상대방이 해줬으면 하며 나누는 눈길‘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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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끝나고 9월이 다가왔다. 언제까지고 이런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면 좋을 텐데, 하고 덴고는 모닝 커피를 내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소리 내어 말하면 어딘가에서 귀 밝은 악마가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없이, 평온이 지속되기를 빌었다. 하지만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일이라는 건 바라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 세계는 오히려 그가 어떤 것을 바라지 않는지를 훤히 알고 있는것 같았다. - P246

심술궂게 생긴 노인이 머리가 나빠 보이는 잡종견을 산책시키고있었다. 머리가 나빠 보이는 여자가 못생긴 경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못난이 전봇대가 심술궂은 전선을 공중 여기저기로뻗고 있었다. 세계가 ‘비참한 것‘과 ‘기쁨이 결여된 것‘ 사이의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제각각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은 세계의한없는 집적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창밖의 풍경은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세계에는 후카에리의 귀와 목덜미처럼 어떤이의도 내세울 여지가 없는 아름다운 풍경도 존재한다. 그 둘 중어느 쪽의 존재를 더 믿어야 할지,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덴고는 혼란에 빠진 커다란 개처럼 목구멍에서 작게 신음을 내고, 커튼을 닫고 자신의 작은 세계로 돌아왔다. - P303

"정말로, 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후카에리는 물음표 없이 질문했다.
물론 덴고는 그 대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 P316

아오마메는 자신의 죽음을 딱히 두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죽고 덴고는 살아남는다. 그는 앞으로 1Q84년, 달이두 개 있는 이 세계를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세계에서 내가 그를 만나는 일은 없다. 아무리 세계가 거듭된다 해도 내가 그를 만나는 일은 없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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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썬 셀러리와 버섯을 프라이팬에 넣었다. 가스 불을 가장센불로 올리고 프라이팬을 가볍게 흔들며 대나무 주걱으로안에 든 것을 부지런히 뒤적였다. 소금과 깨를 조금 뿌렸다. 야채가 익기 시작한 참에 물기를 뺀 새우를 넣었다.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소금과 깨를 뿌려주고 작은 잔에 따른 청주를 넣었다. 간장을 조금 끼얹고 마지막에 파슬리를 흩뿌렸다. 그 작업을 덴고는 무의식중에 해나갔다. 마치 비행기 조종모드를 ‘자동‘으로변환한 것처럼 자신이 지금 어떤 동작을 하는지 거의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요리가 아니다. 손은정확하게 움직였지만, 머릿속으로는 내내 아오마메를 생각하고있었다. - P111

나라는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은 무無가 아니다. 황폐하고 메마른 사막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 P133

"안녕." 그녀는 작게 입 밖에 내어 말했다. 자신의 집에게가아니라, 그곳에 있었던 자기 자신을 향한 작별인사였다. - P136

그것을 읽고 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토리는 대단히미있게 짜였고 마지막까지 독자를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 작가를 태만하다고 나무랄 수는 없지 않은가. - P146

하지만 대체 어느 누가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덴고는 그렇게 생각한다). 온 세상의 신들이 한자리에모여도, 핵무기를 폐기하지도 테러를 근절하지도 못하지 않을까. 아프리카의 가뭄을 끝내게 하지도, 존 레넌을 다시 살아나게하지도 못할 것이고, 그러기는커녕 신들끼리 패가 갈려 격렬한싸움이나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세계는 좀더 혼란스러운 사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태가 몰고 올 무력감을 생각한다면, 사람들을 잠시 미스터리어스한 물음표의 풀에 떠 있게 하는것쯤은 그나마 죄가 가벼운 편이 아닐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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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죽는 것이 두려운가요?"
대답을 하는 데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아오마메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두렵지는 않아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비하면." - P21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세계의 일이지."
다마루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하고 아오마메의 얼굴을 지그시응시했다. 그러고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그걸 누가 알지?"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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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당신은 천사도 아니고 하느님도 아니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행동이 순수한 마음에서 나왔다는 건 잘 압니다. 그래서 돈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은 그 심정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란 건 또 그것대로 위험한 것이랍니다. 살아 있는 몸을 가진 인간이 그런 걸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요. 그러니 당신은 그 마음을기구에 닻을 매달듯이 단단히 지상에 잡아둘 필요가 있어요. 그러기 위한 것이에요. 옳은 일이라면, 그 마음이 순수한 것이라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요. 내 말 알겠어요?" - P395

초경 전의 소녀를 범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남자, 기골이장대한 게이 경호원, 수혈을 거부하며 스스로 죽어가는 신앙심깊은 사람들, 임신 육 개월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는 여자, 문제 있는 사내들의 뒷덜미에 날카로운 침을 꽂아 살해하는 여자,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 남자를 증오하는 여자들. 그런 사람들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과연 유전자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유전자들은 그런 굴절된 에피소드를 컬러풀한자극으로서 실컷 즐기고, 혹은 뭔가 또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일까.
아오마메는 알지 못한다. 그녀가 아는 것은 자신은 이제 또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것 정도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나는 이 인생을 살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반품하고 새 것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 아무리 기묘한 것일지라도, 일그러진 것일지라도, 그것이 나라는 탈것의 존재방식이다. - P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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