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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 경영과 자기개발에 관련된 책을 거의 읽다가 오랜만에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을 집어들게 되었는데 그 책은 바로 2002년 이상문학상과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권지예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비단보... 조선시대의 여인들의 삶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홉 살에 개남에서 항상 나라는 뜻의 항아로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은 아이와 그녀의 친구 가연, 초롱의 각자 다른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세 소녀의 삶을 조금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려 낸 것 같습니다. 현제의 삶을 살고 있는 제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조선시대 여인의 갇혀 살았던 삶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고 안타까웠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신분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보이지 않는 신분의 차별이 있긴 하지만...) 항아와 준서의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이 정말 안타깝게 생각되었습니다. 신분으로 인하여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도 없는 시대...
항아가 자신의 딸 묘진에게 푸른 비단보를 주고 평생을 간직했던 붉은 비단보에 들어 있던 것들을 태우면서 쓰러져 결국에는 남겨진 붉은 비단보... 푸른 비단보와 상반되는 책의 제목 붉은 비단보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사회 생활과 현실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들과 우리의 내면에만 있는 표출하지 못하는 것들이 붉은 비단보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작가의 말처럼 초롱이를 보면서 저도 황진이가 떠오르더군요.. 허난설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가연을 보면서 특별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지만.. 항아가 어린시절 그렸던 쌍그네 그림은 경험을 그린 것이라 생각했는데 끝부분의 초롱이의 말과 맞지가 않아 이상하게 생각되더군요...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아들 빈이 금강산으로 떠나면서 붉은 비단보에 대한 생각은 독자들에게 맡겨진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어 옮겨 봅니다. 초롱이 양반집 규수가 되어 항아를 만났을때 선심쓰듯 병풍에 최고의 값을 흥정하는 것에 대한 항아의 생각입니다. <"필시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영감의 몸을 위해서만 봉사했을 초롱의 손이 부럽지 안았다. 나의 손은 가난한 양반가로 시집와서 떡을 만들고, 삯바느질하느라 바늘도 잡고, 일곱 아이들의 똥 기저귀도 빨던 손이었다. 그러면서도 평생 붓을 놓지 않았던 손이었다. 애써서 살았고 부끄럽지 않은 손이다.’">
나는 나, 내 마음의 주인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