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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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이면서 철학소설. 미지의 낯선 것과 조우하며 인간의 본성과 본질을 탐구하는 이야기. 놀라운 상상력. 넓고 깊은 지식. 훌륭한 번역. 번역이 진짜 좋음. 막힘 없이 술술 읽힘. 렘의 작품 전부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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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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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당한 채로 교통섬에 갇히게 됐다는 첫 부분에서 이제 주인공이 온갖 고난 끝에 여길 탈출하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며칠 간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애처롭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는데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차를 태운 덕분에 남이 먹다 버린 샌드위치를 주워 먹고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 작가가 상당히 시니컬한 성향이란 걸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야기는 제인과 프록터를 만나며 급전진을 이루는데 이들의 도움으로 섬을 탈출하거나 아니면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그들을 이용해 섬을 탈출할 줄 알았던 나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도대체 탈출은 언제 하는 건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히며 제인 프록터 그리고 주인공까지 셋다 뭔가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구나 하는 걸 느끼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결말까지 다 읽고 보니 이 인물들이 왜 그리도 오락가락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우리는 고독을 원하면서도 막상 혼자 있게 되면 외로움을 느끼고 사람을 찾아나선다. 그리하여 누군가를 만나면 처음에는 즐겁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작가가 의도한 주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가 한 번 읽고 느낀 주제는 이거였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어떤 점을 느끼게 될까.
읽기가 꽤나 난해하지만 다 읽고 나면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
번역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으나 군데군데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눈에 띈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는 부분.
장르가 sf로 돼 있어서 선택한 책이었는데 책의 재미와 주제와는 별도로 다 읽고 나니 이게 왜 sf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우주 sf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니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장르 구분과 관계 없이 읽어볼만 한 책이다. 밸러드의 작품을 읽어본 것은 이게 처음이었고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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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인간의 적이 있다
천선란 외 지음 / 아작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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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번째 소설과 마지막 소설은 설정과 전개와 문장이 유치함. 읽는 내내 청소년 sf이거나 동화이거나 습작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일단 첫번째 소설. 주제가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우정. 안드로이드의 인권. 이런 sf는 지겹다 정말. 과학 기술 지식 없는 sf작가들이 쓸 게 없으니 울궈먹는 소재인 듯. 그리고 뭔가 상황도 안 맞는 게 러다이트 운동은 신기술이 퍼지는 초반에 나오는 거 아닌지. 이미 온 세상에 안드로이드가 다 퍼져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동안 뭐 하다가 이제 와서 러다이트 운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됨.

네번째. 공룡 나오는 건... 이게 sf인가? 판타지 아닌가? 땅속 깊은 곳이 얼음투성이라니;;;,, 지열은 어쩔 건데요 작가님. 그리고 그 공룡이 얼마나 큰 공룡인데 집 뒷마당에서 키워요. 나무에 가려서 안 보인다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큰 공룡인데. 공룡도감도 못 보셨나. 그리고 뭔 약를 먹으면 사람이 몇 분만에 공룡이 된대요? 그만큼 늘어난 질량은 갑자기 어디서 온 건데요. 첨부터 끝까지 과학적 고증이 전혀 안 돼 있음. 읽는 내내 초딩용 만화 보는 것 같음. 웃음만 나오더라. 그러다 보니 몰입이 안 됨. 캐릭터들도 다 너무 전형적이고. 그리고 유전자 변형을 몇 초 만에(?????) 할 정도로 기술 발달 된 상태인데 왜 사람을 유전자 변형해서 청소기를 만듦? 그냥 청소기를 잘 만들면 되지. 마지막으로, 권력구조를 이분법 잣대로만 보는 게 작가가 사회생활 경험 없고 좀 어리지 않나 싶음.(첫번째 소설도 그런 느낌.) 잘 살고 권력 있는 사람은 다 나쁜 인간이고 못 살고 빽 없는 사람은 다 착한 사람인가?

그나마 봐줄만한 게 두번째 작품 더블살인인데 서사 좋고 소재 좋고 캐릭터도 좋은데 스토리 전개가 불친절함.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목적인 것 같은데. 그래서 주인공이 상주에 가서 뭘 어떻게 했다는 거임? 그걸 설명을 제대로 안 하고 나중에 대사 몇 마디로 대충 너 알아들어라 하고 뭉개서 써 놓으니 그 부분에서 전율이 아니라 짜증이 솟음.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름. 그런 다음에야 뭔 얘긴지 이해가 감. 그리고 주인공하고 주변 인물 대화도 주어나 목적어가 생략돼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음. 쿨한 척 하지 말고 이해되게 씁시다 제발.

천선란 소설은 늘 같은 감정선. 늘 비슷한 캐릭터. 읽고 나면 우울해지고 힘빠지는 이야기. 큰 서사 없이 단순한 설정 하나에 풍부한(어쩌면 지루한) 감정 묘사로 단편 하나 분량을 뽑아내는 것도 이 작가만의 능력인 듯. 재미가 있는지는 둘째 치고라도.(보통은 재미가 없음. 천선란 소설은.) 그래도 지금까지 읽어본 천선란 작품 중에서는 가장 극적인 스토리였던 것 같음.

결론. 천선란 작품은 별 네 개. 더블 살인은 별 세개 반에서 네 개. 나머지 두 작품은 쓰느라 고생했으니 별 두 개씩. 요즘 젊은 sf가 어떤지 궁금하면 읽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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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의 사랑 - 천선란 소설집
천선란 지음 / 아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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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 재미없음. 읽고 나면 기운 빠지고 우울함. 비슷비슷한 인물들과 비슷비슷한 감정선. Sf적 상상력도 떨어지고 다 어디서 본 듯한 진부한 소재와 설정. Sf는 소재만 갖다쓰고 더 이상의 확장이 없음. 딱 거기서 끝. 과학적 오류도 심심찮게 나오고. 이게 도대체 왜 sf로 분류되는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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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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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을 읽고 소설에도 실망하고 한국과학문학상에도 실망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니 수상작들이 다 그런 건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다루지 않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점에 흥미가 갔다. 우주에서 빵야! 빵야! 전쟁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유층들만 탈 수 있는 우주 크루즈선의 이야기다. 그 안에서도 객실 등급이 나뉘어 있고(승객들의 계급화) 승무원들마저 신체가 온전한 승무원들과 사이보그화된 섀도 크루(그림자 승무원)으로 나뉜다(승무원들의 계급화). 여기에서 감이 오지 않는가? 이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그리고 전 세계인들이 성인처럼 떠받드는 의사, 기파. 크루즈선에서 근무하는 의사이다. 그런데 기파에 대해서 세계인들이 갖는 이미지와 주인공이 갖는 이미지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처음이 나온다. 그 뒤 그의 회상으로, 라이언일병 구하기처럼 기파 선생님 구하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주인공이 실제로 만난 기파 선생님은...?


하필 심사평을 먼저 읽어보는 바람에 반전을 눈치채 약간 김이 새긴 했지만(심사평이 스포일러다!), 그럼에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빠르게 읽어나간 책이다. 몇 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다. (반면 '천 개의 파랑'은 다 읽는데 열흘이 걸림. 하도 재미가 없고 지루해서. 상 받았다기에, 또 내 돈 주고 산 책이기에 끝까지 읽긴 읽었으나, 책 읽는데 드는 시간까지 아까웠음. 그만큼 실망스러웠던 작품.)


이 작품은 서사가 물 흐르듯이 진행되고, 심리 묘사, 배경 묘사, 상황 묘사, 모두 군더더기가 없었다. 스릴러로서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었다. 묘사와 서사는 모자라지도 않았다. 이야기 속에 빠져들면서,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를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이야기 내에서 그려지는 인간의 추악함이 결코 작위적이거나 엉뚱하지 않았다. 다 읽고 보니, 영화 <타이타닉>의 SF판 같기도 하다.


국내 SF도 이만하면 읽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무겁게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강추!




자, 여기에서부터 스포일러가 들어갑니다. ('천 개의 파랑'과 '기파' 두 작품 모두의 스포일러입니다. 주의 부탁.)




'천 개의 파랑'과 '기파' 두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소재도 결말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인간 혹은 동물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안드로이드.

하지만 '천 개의 파랑'에서는 그 희생이 인위적인 느낌이었다. 표면상의 주인공은 안드로이드지만 실제 주인공은 세 모녀다. 안드로이드는 세 모녀의 삶을 조명해주는 도구일 뿐 진짜 주인공은 아니다. (안드로이드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사람하고 별 차이가 없으면서도 뭔가 차별적인것처럼 보이려고 애쓴 것 같아 되게 재미없음) 마지막엔 굳이 자신을 희생했어야 했나? 그런 의문까지 들었다. 왜냐면 안드로이드가 그 부분에서 자기 희생을 하지 않았어도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미 다 전달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소설에 감동적인 결말을 선사하기 위한 작가의 작전으로만 보였다. 안드로이드는 이야기 내내 이용만 당하고 심지어 독자한테도 이용당한 것이다. 이 장면을 읽고 감동적이라는 사람은 무의식 중에 안드로이드를 인간보다 하등한 존재로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반면 이 작품에서는 스릴러의 형식을 취해 마지막에 가서야 그가 안드로이드인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주제의 작품을 다루려면 이런 형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다. 소설 초반부터 안드로이드가 고뇌하고 인간도 고뇌하고 그런 내용은 지지부진해서 재미가 없다.(대표적인게 '천 개의 파랑'. 이것 말고도 비슷한 아류작이 엄청 많다. 브릿G 같은 플랫폼에 가 보면 비슷비슷한 스토리 라인과 감정선의 작품이 너무 많아 식상하다)


또한 그 안드로이드가 본인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것은 안드로이드이기 이전에 그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자기희생의 개연성과 숭고함이 발생한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너도 살고 싶었지만 다른 이를 살리려고 너를 버렸구나, 이런 감동이 밀려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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