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컬푸드 - 먹거리-농업-환경, 공존의 미학
브라이언 핼웨일 지음, 김종덕 외 옮김 / 이후 / 2006년 10월
평점 :
나의 시댁은 농사를 짓는 집안이다.
근데 시댁의 경우를 봐도, 대학 시절 농활 갔을 때 관찰한 경우를 봐도 농사를 지어서는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 애써 농사를 지어도 빚만 늘어날 뿐이고 풍년이 들어 수확량이 많아져도 기쁨도 잠시 뿐 곧 가격이 떨어져(너도나도 풍년이므로 공급량이 많아지니까) 크게 수익이 늘지도 않는다.
농활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산지에서 직접 양배추를 사면 한 통에 60원 밖에 안 한다는 것이다.
밭 통째로 유통업자에게 넘기기 때문에 계산해 보면 그런 가격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양배추 한 통을 사려면 몇천원은 줘야 한다.
이 가격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남편에게 듣기로는 중간 유통상들이 다 가져가는 돈이라고 한다.
그래서 남편한테 얘기했다. 그러면 밭 째로 넘기지 말고 마을 자체에서 조합을 결성하든가 해서 농산물을 트럭에라도 싣고 시내로 나가서 직접 팔면 되지 않느냐, 아니면 인터넷으로 직접 판매를 하든가, 대형 아파트 단지 같은 곳과 계약을 맺어서 판매를 하든가...대형마트에서 파는 것에 반만 받고 팔아도 농부 입장에서는 훨씬 남게 되고 소비자는 반으로 같은 물건을 주고 사니 좋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남편 말이 농촌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실행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일단 농부들은 생산까지만 자기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상업적인 마인드가 부족하며, 또 그 부족함을 채우는 교육을 받기도 힘들고 대부분 농부들이 노인들이라 새로운 시도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다. 대량 생산으로 인해 농산물의 보관과 저장이 어려워 대형유통상에게 넘겨버리는 것도 한 이유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은 절대 실현 불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이 로컬 푸드라는 책을 읽어보니 모두 내가 생각하던 구상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내가 생각했던 지역 농부들과 소비자의 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역 농민들은 대량 생산이 아닌 흙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농사를 동시에 짓는데 그런 방법이 대량 생산 보다 더 환경에 이롭고 금전적 이득이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사실 저러한 제도가 없지는 않다. 바로 지방이나 시골에 서는 5일장이 되겠다. 하지만 인구의 반이 도시에 몰려 사는데 도시 사람들은 사실 이런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역농산물에 관심이 있어도 방법을 몰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게 된다. 그런데 미국 유럽 등에서 활성화된 지역농산물장터의 예를 보면 정부와 지자체, 기업, 시민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도시에서도 못 할 게 없어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사례와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 나라 정부와 지자체들도 맨날 재개발이니 간척사업이니 개발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손쉽고도 훈훈한 제도를 퍼뜨려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기여했으면 한다.
한 가지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은 번역이 정말정말정말 부실하다는 것이다. 역자들의 내력을 보니 전문번역가가 아니고 관련 연구자들인 모양인데 직역이 정말 심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음.
'몇몇 기업들은 지역 사회에서 일자리, 소득, 그리고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자 하는 관심을, 성장이 반드시 위협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몇몇 경우에 기업의 내규가 사업이 계속 지역에서 소유되고 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600여 농가가 넘는 조합원을 보유하고 연매출이 1억 1,500 만 달러가 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유기 축산 협동 조합인 <오가닉 밸리>의 농민 조합원들은 주로 우유를 판매함으로써 조합의 사명 속에 "지역 색채"에 대한 헌신을 집어넣었다"
진짜 어색하고 거슬리는 표현 뿐이다. 책의 모든 부분이 다 이런 식이다. 읽고 이해하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나한테 시켜도 이거 보다는 훨씬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 혹시 출판사에서 이 글 보면 연락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