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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플랜 ㅣ 노블우드 클럽 3
야나기하라 케이 지음, 이은주 옮김 / 로크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퍼펙트 플랜, 독특한 납치스릴러.
1. 이야기의 시작.
대리모로 생계를 꾸려가던, 오다가리 요시에는 몰래 자신이 나아준 아이였던 미와 도시나리가 있는 곳을 지나치다가, 그 아이가 지금의 엄마인 사키코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의 아빠인 미와 도시히데는 인피니티 펀드 매니저라는 주식투자회사에서의 삶에만 충실할 뿐. 자신에게는 따스한 웃음이나, 이제 그저 일상적인 식상한 반복만 가져다주는 가정에는 흥미를 잃어버린 채, 자신의 주식회사의 일신만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다.
이것을 지켜보던 요시에는 충동적으로 아이를 유괴하게 되고, 자신이 전에 동거하던 고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인연은 흘러, 그의 지인인 사토루, 사토루는 평소에 그가 잘 알고 지내던 주식을 통해 인생의 나락을 맞본 류세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이로써 류세와 그의 불구의 아버지까지 합류한 유괴팀 Engima가 탄생하게 되고, 그들은 미와 도시히데를 향한 몸값 제로, 목표는 5억엔이라는 엉뚱한 납치 극을 펼치게 되는데.
2,복잡하면서 흥미로운 구성
이 작품은 딱히 몇 줄로 줄거리를 요약 할 만큼 간단하지 않다. 이름을 외우기 힘들 정도의 많은 인묻들의 등장, 납치라는 이야기와, 부실채권, 온라인 해킹, 오타쿠 문화, 불륜, 가족애든 여러 요소가 집약된 이 작품은 오락적으로 몸값제로의 합의된 유괴 극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 독특한 설정을 다양한 소재로 버무리며 조금은 머리를 굴리면서 봐야 하는 스릴러 소설이다.
좋게 볼 수 있는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층적으로 커져가는 그들의 사건과 갈등, 그리고 여러 인물들이 엮어가서 나중에 커다란 대 종결로 치닫는 구성은 참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합의된 유괴, 주식조작, 한 방구석 히키코모리 오타쿠의 주식투자와, 이 납치사건을 조사하는 여경까지 겹쳐서, 모두 이들이 한 종결지에 모여서 펼치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참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 과정이 조금은 난해하고, 전문용어들이 마구 등장하는 가운데, 조금은 주석을 달아주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거나, 조금 더 그 과정을 쉽게 풀어갔다면 좋았겠지만, 독자들에게 훨씬 더 실감나는 현실감을 위해서라면 그에 대해 엄청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 신경 쓰지 않기로 하겠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개연성의 문제인데 아무리 해도 몇 십억 원 한순간에 엄청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들이 계획을 꾸미고 주가를 조장하는 과정들은 조금은 허술해 보이기도 하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카더라 작전. 유전자 조작이라는 아무런 검증 없는 떡밥 하나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모습들은 이 작품의 판을 커지게 하려는 것 같은데, 요즘 주가 폭락이나, 세계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하락세를 보면서 조금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소재 말고도, 해킹이나, 여러 전자적인 소재들이라더거나, 바이러스, 금융공학이니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이야기가 나온다고는 하는데, 이 작품에 대한 평가에서도 나오듯이 조금은 마이너 하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3. 작품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캐릭터
이 작품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딱히 누가 주인공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요시에, 도시나리, 사키고, 고지, 류세, 사토루등 여러 인물들과, Engima, 인피티니 펀드 매니저, 그리고 후반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타쿠 요슈아까지 상당히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스릴러 답게 뭐 엄청난 캐릭터 성으로 무장하고 있다거나, 캐릭터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한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 그 캐릭터들로 인해 조금이나마 당위성을 더 갖는 이 작품에서 딱히 누가 주연이라고 할수 없고, 누구도 선과 악이라고 쉽사리 단정 지을수 없는 캐릭터들에 대한 수용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여러 캐릭터들의 사연과, 이들이 만들어가는 사건에 잘 적응해 나가 이 작품을 이해하고, 여기에 살을 붙이는 전문적인 소재들까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은 읽어볼만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 여러 캐릭터들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엔지마에서, 사키코로, 사키코에서 요슈아, 그리고 가오루로 이어지는 이 작품의 동선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 작품은 그에게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고, 그다지 흥미를 주지 못하는 엉뚱한 스릴러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전체적인 느낌과 생각.
전체적으로 이 작품을 읽고 들은 생각은, 여러 가지 맛을 가진 라면을 한 그릇 먹은 기분이었다. 어찌 보면 맵기도 하고, 어찌 보면 구수하기도, 한편으론 느끼한 맛이 나기도 하는 이 작품은, 스릴러라는 틀 안에, 위에서 나열했다시피, 일본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금은 현대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세련된 스릴러를 만들고 싶기도 했나보다. 거기에 류세를 통한 가족애, 고지와 요시에를 통한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한 작가의 제시. 그리고 사키코를 제시하면서, 현대 여성들의 여러 문제들을 제시하는데. 남편을 통한 욕구불만과 애정결핍으로 불륜과, 자신의 생명줄이기도 하면서, 자신이 제일 증오 하는 대상인 도시나리를 학대하는 그녀를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고 파국으로 치닫는 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여기에 자신이 주식투자에 실패했다는 허탈감에, 자신이 군림하는 인터넷에서만 활약하는 요슈아를 통해서 사이버를 통한 인간들의 여러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높게 사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점은 이 작품의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조금은 아쉬웠던 것은, 약간은 이야기의 허술함과, 전문지식이 조금은 불친절하게 나열되다보니, 이야기 전체적인 가독성이 떨어지고, 스릴러와 감동을 주는 휴머니티 사이에서 조금은 고민했는지, 후반부에 살짝은 식상한 전개는 휴머니티와, 스릴러를 모두 다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본질적으로 현대 스릴러들이 가지는 패턴을 답습하려 한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한쪽으로 치우쳐서 훨씬 더 파괴력 있는 엔딩을 가져다주었으면 한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부려본다.
그렇지만, 여러 캐릭터들과, 다양한 소재, 살짝 마이너 하면서 전문적인 소재를 빼면, 무난하게 읽히고, 크게 흠잡을 때 없는 이 소설들은, 한번쯤 읽어보면서 가족, 그리고 몸값제로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로 합의를 하면서 벌이는 유쾌한 유괴 극은 스릴러 마니아라던가, 적당히 무게를 가지고 있고, 유치하지 않은 스릴러를 찾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선물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