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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어드 1 - Call me Transer
김상현 지음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김상현이라는 작가분에 대해서 전혀 정보가 없었다. 그리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1세대 판타지를 몇개 접해 본것에서 큰 충격을 얻지 못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그저 그런 sf나, 판타지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보다 상당한 작품이었고, 장르소설이라는 굴레에서도 상당히 무게감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몇가지 단점이라고 생각할만한 부분도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재간된 1,2권만 봤을땐 당연히 한국에서 나온 장르 라는 이름 달고 나온 것 중에선 으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간단히 지금부터 책을 살펴보자.

 

  하이어드와 장르

 

 내가 SF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일종의 과학에 바탕을 둔 사고실험을 통한 사변적인 영역과, 정말로 순수 공상과학이라는 측면에서 우주에서 뭔가가 이뤄지고, 뭔가 신기한 변이체가 어쩌구 하는 것들로 이뤄지는 조금은 더 엔터테이먼트 성이 짙어 보이는 경계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위키디피아를 찾아보니 수많은 종류의 SF가..다만 그만큼 SF라는 것이 쉽사리 정의내리고 무엇이라 이야기 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제와서 드는 SF에서 분류를 나누고 장르를 나누는 짓은, 락에서 여러 종류의 장르로 분할하고, 그 락밑의 메탈에서 또다시 여려 장르로 분화하는 결과적으로 일부 매니아들의 지적 유희로 전락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에게 SF로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이기도 한 것 같고, 솔직한 말로 이미 출간된 작품도 그리 오래되지 않아 절판되는 한국의 불모지 같은 풍토에서는 SF에 대한 담론을 찾는 것은, 특히 그 담론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 않나 싶다.  

 

  굳이 하이어드를 SF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약간의 판타지를 섞은 소프트 SF 라고 생각이 드는데, (http://en.wikipedia.org/wiki/Science_fiction  정의 이곳에서 영문으로 확인하시는게.) 쉽게 말하면 사회학이나, 철학등의 인문학을 바탕으로 공상을 이루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라고 생각 하지만, 하이어드는 그리 깊은 인문학적인 지식을 요구하진 않는 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러한 사회적인 측면과 철학적인 측면이 주요한 요소가 되어 이뤄진 작품이라는 생각일 뿐.

 

  구판 하이어드를 끝까지 보지 못해 지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1,2권만 놓고 봤을때는 하이어드는 이영도씨의 서평처럼, 사이파이, 성장, 하드보일드, 전쟁, 판타지등이 결합된 하이브리드한 대중성이 있는 소설로 놓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먼저 하이어드는 긴 문장이나,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이나, 필자의 자의식이 강하게 표면화 되어서 독자를 괴롭히는 작품은 아니다. 1,2권의 스토리도 큰 토대는 물론이고,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장치들이나 내러티브도 상당히 익숙한 작품이다. 또한, 폭력과 적절한 플롯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흡입력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가벼운 작품이거나, 대중성만 가지고 보기도 어려운 것은, 이 작품의 가장 큰 키워드인, 하이어드나, 카운슬러, 트랜서, 트랜스 등등은 타자와의 소통이라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이끌어간다. 더구나, 작품 중간중간마다, 등장하는 코뮌이나, 공산주의적인 모습이나, 대재벌과 종속된 미디어 모습은 우리 사회의 이면들을 적나라 하게 파헤친 수작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단순한 장르적인 특징보다, 어찌보면 순문학이라 일컬어지는 일반적인 문학보다도 훨씬 무겁고 작품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SF나 판타지라는(그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틀은  어느정도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골고루  가지기 균형을 맞추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다.  

 

 

  타자와 타자간의 소통

 

 1,2권을 읽어도 그렇고, 아직 미출간된 재간되는 하이어드의 후속권에서도 결과적으로 타자와 타자와의 소통이라는 것은 이 작품의 메인테마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이야기다. 전쟁이던, 사회고발이던,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봉합하는 것은 소통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이 작품은 주인공부터 타자와 타자간의 소통을 돕는 특이한 재능을 가진 능력자로 설정된다.  이쯤에서 먼저 타자라는 것이 뭔지 잠시 언급해야겠다. 사실 타자라는 말을 몇몇 철학서나, 학자의 이론서에서 읽고 그 정의도 조금씩은 알 수 있었지만, 인간의 언어라는 것이 그렇듯 그 의미는 매우 불안정하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다른 사람? 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에는 그 언어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타자에 대해서 논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길어지는 관계로 일단은 타자라는 것은 나 또는 어떤 집단에 속하지 않은 다른 누군가로 놓기로 하자. (아직 나 자신도 타자에 대해 논하기엔 내공이 너무나 모자른 것 같다.)

 

 일단 이 작품에서 자기 집단(인종)과 다른 인종을 하나의 타자로 놓을 수 있는데, 트랜서는 한마디로 이 서로 다른 집단간의 소통의 매개체로써, 그 댓가로 자신이라는 것을 잃어가는 존재이다. 작품속에서는 그러한 현상을 미싱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언급해야 할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세익스피어의 기억'을 들 수 있다. 보르헤스의 후기작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이 작품과도 어느정도 유사함을 찾을 수 있는데, 작품속의 세르겔이라는 인물은, 어느날 우연히 다니엘 토프라는 이에게 세익스피어의 기억이라는 것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인데. 다름 아닌 이 세익스피어의 기억은 세익스피어가 읽었던 저작들을 하나하나 소리내어 읽어 청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데, 그리하여 세르겔은 세익스피어의 기억을 얻게 되고 세익스피어와 동일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세익스피어의 기억을 얻게 되는 만큼 그 자신의 기억도 잊게 되고, 결국 그 기억을 포기 하게되는 이야기다. 하이어드의 작가가 그 작품을 읽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자신을 잃어간다는 아이디어 유사점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이어드에서도 트랜서를 통한 소통은, 트랜스라는 것을 통해 트랜서와 한 당사자간의 공간을 열어서, 트랜서가 그 당사자가 친근해 하는 이미지의 생물체로 변하여 소통하는 것인데, 결말까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과정중에 발생하는 미싱이라는 것 자체가 세익스피어의 기억을 얻어가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점. 다만, 하이어드의 경우 성장물의 발을 담그고 있는 만큼 이러한 미싱을 극복하려는 여정이 이어지리라 보지만. 

 

 세익스피어의 기억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타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서 타자와 자아라는 것을 묻고 있고, 결과적으로 다른 누군가가 되는 일은 자아를 잃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를 통한 등가교환은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경이로운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하고, 깊은 통찰력에 경이를 느낀다.

 

 하이어드는 sf평론가와 번역가로 이름이 있는 김상훈씨는 책 겉표지에 단평을 통해서, 하이어드는 소통의 철학이 작품 내에 흐르고 있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존재하는 소통의 장에대한 아련한 믿음이라 이야기 하고 있지만,  1,2권만 놓고 봤을때는 그들의 소통은 아직까지는 커더란 목적성을 가지거나, 대단한 의미를 가지기보다도 생존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을 봤을때, 소통이라는 것이 가지는 고찰의 깊이는 세익스피어의 기억에 조금 아쉬운 감이 있지 않나라는 찰나의 생각이 들지만, 이 부분은 조금 더 평가를 미뤄야 할 것 같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한 고찰이 깊어지고, 인문학적인 사유가 깊어질 수록 독자들에게 늘어만 가는 것은 고뇌일테니 작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여담으로 작가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라는 부분을 신경써서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람이던 동물이던 큰 상관은 없지만, 정말로 작품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다른 동물이나 생명체를 하나의 레이스로 규명하고 소통하며 살아갈 미래 사회를 설정한다면 생각보다 재밋는 사고 실험을 제공한다는 생각이든다.

 

 보르헤스와 같은 깊은 통찰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 장르문학에서 이런정도의 가볍지 않은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대중성마저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상당한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장르문학의 지향점 중간 어딘가에 있는 작품.

 

 

 하이어드는 집필된지 10년정도 된 작품인데, 좋게 보면 10년이라는 세월에도 끄덕없는 지금도 날카로움과 재미를 유지하고 있는 수작이자, 명작에 반열에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작품이고, 나쁘게 말하면 하이어드 이후에 나온 한국 장르문학들이 그다지 이 작품보다 작품성이나, 대중적인 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한국 장르팬들에게 아련한 향수와 같은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그렇지만 하이어드에서 멈춰어서 이 작품만 추종하거나, 이작품이 이룬 성취에서 안주하는 것은 퇴보나 다름 없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먼저 하이어드는 한국 장르문학의 한계도 분명히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담론이나, 장르시장의 태동이 내가 알기론 거의 해외작품을 들여오면서 시작된 한국 장르문학들은, 대부분의 명작들이라는 것들조차 해외 작품이나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고, 하이어드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관을 구성하는 온갖 요소들은 서구의 언어들로 가득 차있고, 한국에서 나온 이야기라기보다도, 해외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정도의 서구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이다. 일례로, 작품 속에서 영어가 등장하지 않는 부분이 몇부분이나 되는지. 이후의 후속권들에선 어떨지 모르나, 사실 1,2권만 봤을때 여기서 다루는 사회고발이나, 비판은 범세계적인 것이지 구태여 한국에만 특수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영어를 쓴 것에 대해서 독자들의 편의를위해서 썼다는데, 편의를 위해서라면 왜 한국어를 그대로 쓰지 못했을까? 무엇도 인위적으로 지정되지 않은 세계라면 굳이 한국어를 쓴다고 해서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그 설정상에도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쓴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더구나 이야기의 구성조차도, 계기가 되는 작은 사건, 이후에 우연찮게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커다란 사건에 참여하게 되고, 그이후에 벌어질 일들조차도 ,  주인공이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쟁취해 나가고 결국 우리가 익숙히 아는 몇몇 희생을 통해서 그들이 쟁취하려고자 하는 쟁취하거나, 실패하지만 감동을 주는 익숙한 전개로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구성조차도 가장 익숙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은, 깔끔하지만 고착화된 플롯이 정착된 할리우드의 작품들이라는 사실이다.

 

 하이어드는 조금은 뻔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작가의 능력이 좋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뻔한 이야기가 안 뻔한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더 맛깔 나게 했을 뿐이지, 그 요리 자체가 다른 요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전적인 시학에서 벗어나는 뭔가 파격적인 이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들어서 전 세대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하루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정보를 상당부분 처리할 수 있는 현대인이나, 현대문화 예술에서 이미 익숙한 정보를 바라보는 것은 조금 아쉬움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이어드는 여러 장르가 혼합된 , 기존의 닫혀진 장르작품들하고는 분명한 차별점을 두고 있으나, 외피와는 다르게 안은 여전히 기존의 관습적인 형태의 전개로 보이는 것은 이 작품이 이후의 작품들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아닌가 싶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완결까지 보고 다시 평가를 해보아야지 하지 않을까 싶다. 정확히 반절을 읽은 상황에서의 평가이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점으로, 상투적이면서, 매력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 캐릭터들은 아쉬움이 크다. 일단은, 주인공인 메인런부터가 솔직한 이야기로 어느 매체에서나 볼 수 있는 무색무취한 소년의 모습이다. 무능력하면서, 희망이 없던 이가, 어느날 발견하게 된 기이한 힘으로 이후에 여러 사건에 빠지게 된다는 아이디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먼치킨이나, 이능력자라는 개념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또한 다른 주변의 캐릭터조차 딱히 기억나는 캐릭터가 없다. 특히 1권의 라몬 같은 경우가 불만이었는데. 라만과, 타이론, 쿨란이 부조리한 사회적인 관계와 비정한 모습을 불쾌하게 표현하는 것 빼고는 뭔가 매력적인 조연 역시 찾기가 어려웠다. 아이라라는 여자 캐릭터가 그나마 당찬게 마음에 드는 부분이지만, 많은 작품들에서 아쉬움을 찾게 되는 부분이지만, 18살이나 19살정도 밖에 안된 소년,소녀가 지나치게 우수하거나 어른스럽고 담이 좋은 것도 조금은 미스터리지만. 어째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하나같이 비슷한 기싸움이나 말로 응수하는 것을 볼때면 이들이 하나의 관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될때가 있다.

 

 이 작품내에 언변이 좋지 못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언변이나, 이들에게서 스쳐가는 문장중에서 좋은 문장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모두가 철학자나, 철든, 하나같이 개성없는 언변으로 일관되는 그들의 대화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나마 가장 이에 동떨어진 인물이 로스라는 경찰이라는 사실은 그마저도 상투적인 그리 기억에 남지 못한 캐릭터 라는 사실은 조금 아쉬움이 든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고전적인 미학의 기준을 제시하는 시학의 기준으로 봐선 참으로 합격점이 높은 캐릭터들 일수도 있다. 인물들을 통해서 적절하게 조절되어 드러나는 작품의 정보량은 이 작품의 흡입력을 높이고, 군더더기라고 사적인 사색이나. 캐릭터의 고유함을 드러내기위해 작품의 메인플롯을 벗어나 곁가지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각각 캐릭터마다 사건을 풀어가는 주요한 역할들을 하고, 이들의 대사나, 생각은 철저하게 작가의 의도대로 배치되었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으로, 1권 중반의 사친과 시크사의 대화는 결국 권 말미에 드러난다. 2권의 린은 결과적으로 2권에서 드러난 사건을 푸는 결정적인 역할만을 한다.

 한마디로 작품의 전개를 위해 계산된 캐릭터이긴 하지만, 철저하게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존재하는 캐릭터이지, 그 캐릭터 자체가 숨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판받을 부분에도 불과하고, 하이어드가 그러한 단점들을 상쇄할만한 괜찮은 작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에 비판받거나, 개인에게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하이어드의 이러한 단점은 누군가에게는 장점으로 다가갈 것이고, 누군가에는 단점으로 아쉬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시나, 장점이라면 기존의 장르문학이라고 나온 일부에게만 어필 가능한 대중성을 탈을 쓴 매니아성을 철저하게 배제했다는 점과, 쉽지 않은 주제의식, 그리고 장르문학의 커다란 미덕중 하나인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탄탄한 구성을 통한 재미는 높게 평가할 만 한 것이고, 기존의 작품들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은 성취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취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의 태동을 통해서 한국 장르문학은 더욱 한 발 나아가 이 작품의 성취를 계승할 작품이 태동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명작이 아무런 토대도 없이, 아무런 발전과정도 없이 태동하지는 않는다.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많은 습작이나, 실험작을 통해서 예술가는 옥석을 고르는 작업을 한다. 하이어드는 이 옥석을 고르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옥석에 가까워지지만, 완벽히 이 작품 하나만으로 위대한 성취를 이뤘다고 평하기엔 더욱 발전해야 할 부분이 아직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한국 장르문학의 지향점 중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완성인 평을 마치며.

 

 

 이번 평은 사실 누구에게 보여도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평이지 않을까 싶다. 시리즈물 영화를 1,2편만 보고 평가하는 것은 미시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작품 전체를 다루기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평은 불완전한 평일 수 밖에 없고, 이러한 평가들은 완결을 보고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해둬야 겠다.

 

 다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1,2권만으로도 기존의 이루지 못한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는 점과, 1,2권을 보고 다음 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보게 만드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한권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시리즈를 쓰는 것은 산이 더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본다. 한 해에 1권짜리 소설은 산 더비처럼 출간되지만, 제대로 된 3권 이상의 장편 소설은 출간되지 못한다. 기껏 장르문학에선 출간된다고 하는 것이 공장처럼 양산되는 일률적인 작품들이기도 하고.

 

 하나 확신이 드는 것은, 하이어드가 한국 장르문학이라는 것에서 지니는 의미는 단지 이미 전 세대에 향수만 지닌 노땅이라기보다도, 이후에 세대에 더욱 커다란 성취를 이룰 작품을 향한 교두보가 되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이 평가만큼은 작품을 다 보더라도 변하지 않을 듯 하다.

 

 조만간 작품의 재간 완결본이 나오기를 바라며, 하이어드의 성취를 계승할 장르문학 작품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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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플랜 노블우드 클럽 3
야나기하라 케이 지음, 이은주 옮김 / 로크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퍼펙트 플랜, 독특한 납치스릴러.



1. 이야기의 시작.


대리모로 생계를 꾸려가던, 오다가리 요시에는 몰래 자신이 나아준 아이였던 미와 도시나리가 있는 곳을 지나치다가, 그 아이가 지금의 엄마인 사키코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의 아빠인 미와 도시히데는 인피니티 펀드 매니저라는 주식투자회사에서의 삶에만 충실할 뿐. 자신에게는 따스한 웃음이나, 이제 그저 일상적인 식상한 반복만 가져다주는 가정에는 흥미를 잃어버린 채, 자신의 주식회사의 일신만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다.

이것을 지켜보던 요시에는 충동적으로 아이를 유괴하게 되고, 자신이 전에 동거하던 고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인연은 흘러, 그의 지인인 사토루, 사토루는 평소에 그가 잘 알고 지내던 주식을 통해 인생의 나락을 맞본 류세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이로써 류세와 그의 불구의 아버지까지 합류한 유괴팀 Engima가 탄생하게 되고, 그들은 미와 도시히데를 향한 몸값 제로, 목표는 5억엔이라는 엉뚱한 납치 극을 펼치게 되는데.


2,복잡하면서 흥미로운 구성


이 작품은 딱히 몇 줄로 줄거리를 요약 할 만큼 간단하지 않다. 이름을 외우기 힘들 정도의 많은 인묻들의 등장, 납치라는 이야기와, 부실채권, 온라인 해킹, 오타쿠 문화, 불륜, 가족애든 여러 요소가 집약된 이 작품은 오락적으로 몸값제로의 합의된 유괴 극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 독특한 설정을 다양한 소재로 버무리며 조금은 머리를 굴리면서 봐야 하는 스릴러 소설이다.

좋게 볼 수 있는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층적으로 커져가는 그들의 사건과 갈등, 그리고 여러 인물들이 엮어가서 나중에 커다란 대 종결로 치닫는 구성은 참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합의된 유괴, 주식조작, 한 방구석 히키코모리 오타쿠의 주식투자와, 이 납치사건을 조사하는 여경까지 겹쳐서, 모두 이들이 한 종결지에 모여서 펼치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참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 과정이 조금은 난해하고, 전문용어들이 마구 등장하는 가운데, 조금은 주석을 달아주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거나, 조금 더 그 과정을 쉽게 풀어갔다면 좋았겠지만, 독자들에게 훨씬 더 실감나는 현실감을 위해서라면 그에 대해 엄청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 신경 쓰지 않기로 하겠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개연성의 문제인데 아무리 해도 몇 십억 원 한순간에 엄청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들이 계획을 꾸미고 주가를 조장하는 과정들은 조금은 허술해 보이기도 하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카더라 작전. 유전자 조작이라는 아무런 검증 없는 떡밥 하나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모습들은 이 작품의 판을 커지게 하려는 것 같은데, 요즘 주가 폭락이나, 세계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하락세를 보면서 조금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소재 말고도, 해킹이나, 여러 전자적인 소재들이라더거나, 바이러스, 금융공학이니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이야기가 나온다고는 하는데, 이 작품에 대한 평가에서도 나오듯이 조금은 마이너 하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3. 작품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캐릭터



이 작품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딱히 누가 주인공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요시에, 도시나리, 사키고, 고지, 류세, 사토루등 여러 인물들과, Engima, 인피티니 펀드 매니저, 그리고 후반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타쿠 요슈아까지 상당히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스릴러 답게 뭐 엄청난 캐릭터 성으로 무장하고 있다거나, 캐릭터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한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 그 캐릭터들로 인해 조금이나마 당위성을 더 갖는 이 작품에서 딱히 누가 주연이라고 할수 없고, 누구도 선과 악이라고 쉽사리 단정 지을수 없는 캐릭터들에 대한 수용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여러 캐릭터들의 사연과, 이들이 만들어가는 사건에 잘 적응해 나가 이 작품을 이해하고, 여기에 살을 붙이는 전문적인 소재들까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은 읽어볼만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 여러 캐릭터들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엔지마에서, 사키코로, 사키코에서 요슈아, 그리고 가오루로 이어지는 이 작품의 동선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 작품은 그에게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고, 그다지 흥미를 주지 못하는 엉뚱한 스릴러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전체적인 느낌과 생각.


전체적으로 이 작품을 읽고 들은 생각은, 여러 가지 맛을 가진 라면을 한 그릇 먹은 기분이었다. 어찌 보면 맵기도 하고, 어찌 보면 구수하기도, 한편으론 느끼한 맛이 나기도 하는 이 작품은, 스릴러라는 틀 안에, 위에서 나열했다시피, 일본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금은 현대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세련된 스릴러를 만들고 싶기도 했나보다. 거기에 류세를 통한 가족애, 고지와 요시에를 통한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한 작가의 제시. 그리고 사키코를 제시하면서, 현대 여성들의 여러 문제들을 제시하는데. 남편을 통한 욕구불만과 애정결핍으로 불륜과, 자신의 생명줄이기도 하면서, 자신이 제일 증오 하는 대상인 도시나리를 학대하는 그녀를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고 파국으로 치닫는 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여기에 자신이 주식투자에 실패했다는 허탈감에, 자신이 군림하는 인터넷에서만 활약하는 요슈아를 통해서 사이버를 통한 인간들의 여러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높게 사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점은 이 작품의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조금은 아쉬웠던 것은, 약간은 이야기의 허술함과, 전문지식이 조금은 불친절하게 나열되다보니, 이야기 전체적인 가독성이 떨어지고, 스릴러와 감동을 주는 휴머니티 사이에서 조금은 고민했는지, 후반부에 살짝은 식상한 전개는 휴머니티와, 스릴러를 모두 다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본질적으로 현대 스릴러들이 가지는 패턴을 답습하려 한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한쪽으로 치우쳐서 훨씬 더 파괴력 있는 엔딩을 가져다주었으면 한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부려본다.

그렇지만, 여러 캐릭터들과, 다양한 소재, 살짝 마이너 하면서 전문적인 소재를 빼면, 무난하게 읽히고, 크게 흠잡을 때 없는 이 소설들은, 한번쯤 읽어보면서 가족, 그리고 몸값제로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로 합의를 하면서 벌이는 유쾌한 유괴 극은 스릴러 마니아라던가, 적당히 무게를 가지고 있고, 유치하지 않은 스릴러를 찾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선물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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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맨 처음 책을 들었을 때 작가의 말을 보는 순간 약간 충격을 받았다. 2008년 처음 한국작가론 처음 출간되는 추리소설. 지금도 서점에 외국 장르서점들은 매일 매일 쏟아지는 마당에 국내의 추리 미스테리 시장은 아직도 찬밥신세이니, 그만큼 이 작품은 더욱 반가웠었다. 현대인들의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와, 내면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두려움을 다룬다고 말한는 이작품은 한 레이져 킬러라는 살인마를 취조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연 이들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사건은 이렇다.


사건의 시발점은 한 최고의 연예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장안의 화제의 연예인 메구리 이진수에게 온 괴 메시지로부터 출발 한다

‘ 너는 열흘 후에 죽는다. 반드시.D’ 라는 내용의 이 문자는 처음에는 그저 기분 나쁜 메시지일 뿐이었다. 장안의 최고의 연예인 이진수는 단지 이것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자기가 원한 살만한 사람의 장난으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뭔가 불안함을 느낀 그는 그들을 한명씩 찾아가게 되고, 주위 사람들을 이리저리 의심하게 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이상한 환각과 환상들 뿐 진실의 실타래를 빙글빙글 돌게 되고, 어느새 D로 부터의 문자는 더욱 날짜를 좁혀가며 그의 목을 옥죄기 시작하는데…….



2. 여러 인간들의 모습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메리 이진수를 비롯하여, 그에게 버림받았지만 착한 선배 김웅, 그리고 그의 전 애인이었던 오미영, 그의 친한 동료인 듯한 그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톰 배우 스티브 등.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그리면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안감, 공포, 불신 등을 다루면서 효과적으로 그들의 캐릭터를 들어내고 있다.

이런 중심축에서 이들을 관찰하고 저 괴문자의 향방을 찾는 이진수는 돈, 코미디언으로써의 명예, 그리고 그다지 큰 문제가 없는 인간성을 가지고 있지만,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는 저 괴문자에 이러한 주위 인물들과 점점 파괴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고, 점점 자아의 붕괴를 통해 현대인의 추악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심리 추리소설이라는 작가의 설명을 보자고 하면 사람의 심리를 통해서 점점 파괴적이고 무너져가는 보이지 않는 심리를 다룬 점은 매우 성공적이고, 이 과정이 자칫하면 재미없고, 자전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코미디언이라는 천의 얼굴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서 여러 모습을 가진 광대의 모습으로 풀어간 것은 독자들의 책장을 넘기기 좋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3. 작품속의 여러 사회의 모습들.

이 작품은 단지 추리소설이라는 고전적인 사건의 발생, 전개, 반전, 결말 이라는 구조에 충실하기보다는 이진수의 개인의 심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에, 그의 심리 밖에는 연예계의 현실이라거나, 개그맨들의 대한 인식, 각박한 이 사회에 대한 묘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나, 레이저 킬러라는 살인범을 등장시켜서 그를 통한 트릭은 단지 사건을 흥미롭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대인들의 모습들과 이런 묻지마 살인들이 자행되는 점점 알 수 없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에서도 보다시피 트릭보다도 문자 한통에 점점 무너져 가는 인간의 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처럼 저런 사회적이면서도 현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소재들도 이 작품이 단지 고전적인 추리소설로 치우는 치는 것을 막는 또 다른 소재라고 본다.





4. 아쉬운 점들과 전체적인 느낌.


이 작품에서 작가는 현대인들이 단지 귀신이 등장하거나, 뭐 그로테스크한 장면들로 오는 공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오는 알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물질적으로, 또 이 작품에선 최고의 코미디언이라는 명예마저 가진 현대인들의 정신적 공허를 다루면서, 그에 따른 자의 붕괴를 보여주고 있다. 이진수라는 인간을 통해 한 인간이 문자 한통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과정들, 심리적으로 점점 공황상태에 이르러 환각과, 현실을 망각하는 그의 모습과, 레이져 킬러나 그 주위의 캐릭터들에 대한 의심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까지의 과정은 뭐하나 나무랄 때 없이 참으로 깔끔하다고 할 만하고,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심리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아쉬움을 느낀 건 클라이막스에서의 사건 종결부분이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최대한 조심해서 말하겠지만, 이 모든 캐릭터와 한 영혼의 심리, 그리고 마지막 열흘째가 되는 날에 이진수의 상황은 가장 큰 일이 외부적으로 종결되는 상태에서 그에 대한 마무리는 뭔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작가는 끝의 작가의 말에서 사건에 중점을 두기보다, 이진수의 심리를 통해서 한 인간이 점점 궁지에 몰리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데, 일단은 환각이나, 현실을 적절히 교차시키므로 써, 독자들의 긴장감을 더욱 조성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말을 향해 치닫는 순간에서 과연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광장에서나, 그가 비정상적인 공황 상태에서 어떻게 아무런 제지도 없고, 그런 공황 상태의 사람에게 그냥 생선을 맡긴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과연 한 최고의 연예인이 그렇게까지 비정상과 정상을 왔다 갔다 하는데, 수많은 군중이나 관계자들이 목격했을 그 장면들과, 충격적 이여야 결말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무엇일까? 물론 그가 그의 정신적인 붕괴나, 우발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말에 대한 개연성은 어딘가 꺼림칙하기 짝이 없다. 분명히 작가의 말대로 모종의 복선이나, 다 읽고 보면 그것이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 과정이 자연스럽기보다, 결말을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일 뿐.


조금 더 부드러운 결말을 위해서라면 그 전에 이진수의 정신적인 상태를 명확하게 레이저 킬러라는 소재를 대조시키면서 끝까지 어떤 것이 진실인가 라는 질문을 결말까지 하면서 왔으면 심리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사건의 흐름도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싶다. 물론 내가보기에 현 결말도 큰 문제가 있다거나, 완전한 판타지를 그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진수가 나날이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어가고, 레이저 킬러라는 소재가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대조가 되어서, 중요한 반전이 되어서 쉽사리 말할 수는 없지만, 이진수의 상태를 조금 더 정확히 독자에게 전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한 유명 코미디언의 끝없는 추락, 그리고 현대 사회의 여러 보이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오는 공포, 그리고 맹목적인 발전과 황금만능주의와, 쾌락주의가 가져다주는 재앙의 공포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그것만으로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심리추리 스릴러에 충분히 부합하지 않을까?

한번쯤 독특한 추리소설에 빠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한번 권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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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블 Nobless Club 6
노현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데스노블이라는 이름의 이작품은, 어디선 본 것 같은 괴기한 장면들. 하지만 상당히 독특한 소재들이 숨 쉬고 있는 오컬트이자, 현재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이 결합된 여러 색깔이 담긴 공포 스릴러이다. 보는 이마다 공포를 느낄수도, 보는 내내 기이한 장면들과 시종일관 어딘가 불쾌하고 초조하게 하는 고어가 스며든 이야기를 보고 있자고 하면 신경질이 나고 저절로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여러 가지 신비스러운 이 작품을 들여다보자.

 

1. 데스노블이란.

   데스노블의 시작은 우연하다.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대학생 재원에게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형이 사온 컴퓨터. 그는 그저 형의 추천에 우연히 데스노블이라는 소설을 접하게 된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데스노블의 시작은 데스노블은 현실이고, 우리 주위에 있으며, 죽음과 부활을 꿈꾼다는 기묘한 멘트로 그 서막을 알리는 데스노블. 그것이 재앙의 시작일 줄이야…….


   이후에 재원 그자신은 원하지 않는데 신비한 중독성으로 저절로 재원을 붙잡는 데스노블. 이를 보면서 재원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들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일전에 자기에게 불길한 기가 느껴진다는 스님을 찾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되기 시작한다. 스님은 그를 기다리라도 한 듯, 시간이 없다고 하며, 재원이 다른 조연들과 관계를 맺게되는 중요한 매개체역할을 하시면서, 자신의 손녀 천녀 세희, 그리고 그녀의 약혼녀 이었지만, 직관력이라는 신비하면서도 불길함 힘 때문에 그녀를 떠나 현재 자신의 밑에서 스님이 된 유진등을 그에게 엮어주고, 그들로 하여금 데스노블의 원혼인 승예의 저주로 향하게 한다.

 또 데스노블의 초반 연재분에서 등장해 현실 속에서 소설속에서 쓰여진데로 '그분을 원한다' 라는 말과 함께 자해와 정신분열적 현상을 일으키고 결국 자신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사차원의 공간으로 사라져버린 동생 연호에게 의문을 품고,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는 형사 현석. 그는 이 작품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유리집에서 재원을 우연히 만나면서 같이 이 데스노블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이들은 과연 데스노블이 현실로 이뤄지는 괴현상의 진실을 밝히고, 부활을 꿈꾸는 최승예와 그 뒤의 진정한 목적을 밝히고 막을 수 있을까?

 

 여기에 마지막으로 의문의 소설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최승예와, 그의 아버지 최상덕. 과연 이들과 재원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고, 이들의 선조들은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이기에 왜 이들의 원혼을 가지고 승예는 현세의 부활을 꿈꾸는 것일까?

 이 작품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인터넷 소설이라는 소재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거기에 부두교라는 독특한 종교적이면서도 클라인의 거울이라는 4차원적 오컬트적인 소재를 가지고 포장한 이 작품은 섬뜩하리만큼 잔인하고, 독자로 하여금 불편하지만 데스노블의 중독성처럼 점점 다음 장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렇기에 책장을 넘길수록 과연 데스노블은 누가 쓰는 것이고, 재원의 형 재완은 과연 어떻게 데스노블의 존재를 알았던 것이고 승예의 저주가 담긴 컴퓨터를 구하게 된 것일까? 라는 커다란 이 의문을 가지고 모든 이야기는 시작된다.

2.라 실오이분그 리뀌 상세때 바이.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이런 샤머니즘 적인 주술적인 언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저 라 실오이분그 리뀌 상세때 바이부터, 두발리에 바론 샤메디 샤드롱 민피리지아, 이런 신기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불길함을 예고하는 주술적인 언어들은 작품의 음산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 시키고, 작품을 신비스럽고, 최승예의 저주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소재로 쓰이고 있다. 저런 주술적인 언어들은 때로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남발되는 경향도 있지만, 작품 전체적으로 부두교라는 신비스러운 소재를 차용한 이 작품에 더욱 어울리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다만 아프리카와, 부두교라는 소재를 조금 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 약간의 부연설명을 덧붙여주었다면 작품을 더 이해하기 쉬웠으리라 생각해본다.

 
3. 염사 (念寫)


 이 작품의 독특한 소재 중 클라인의 병이라는 4차원적인 환상의 도형과, 염사라는 독특한 체계인데. 염사라 함은 생각하는 것을 사진에 투영해서 그것을 보는 이로 하여금 인식하게 해서 그대로 염사를 건 사람의 뜻대로 하게 되는 일종의 바이러스 체계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인터넷이라는 소재와 거기에 소설이라는 소재를 곁들여서 최승예의 염사가 된 사진을 보게 됨으로 최승예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된다. 처음에 염사는 이 글의 리플을 달아 데스노블 작가가 주는 선물을 받거나, 직접적으로 그 편의 소설의 내용의 이들이 주로 염사를 당하지만, 이후에는 그것이 사이버 속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전체로 퍼져나가 그 저주가 점점 널리 퍼져나가게 되고 이야기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또 재원은 계속 데스노블은 회피하려고 하지만, 점점 재원의 삶속으로 다가오는 데스노블은 유전적인원인도 있는 것 같지만, 이런 염사를 소재를 통해 점점 데스노블에게 중독되어가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있다. 물론 인간의 이룩한 사이버라는 새로운 혁명에서의 저주처럼, 이것은 우리의 발전한 문명이 결코 긍정적인 것 만이 아니라는 경고도 담고 있지 않을까?

 주로 이야기의 진행은 클라인의 병이라는 소재가 덧 씌워진 거울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실상 거울이라는 소재를 통한 공포는 그다지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어느 정도 비스 무리한 패턴의 소재들을 이용한 것을 본 적이 있지만, 클라인의 병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더욱 현실감을 높인 것은 좋은 선택인 것 같다.


4. 과연 이 작품은 우리에게 공포를 주는가?


 데스노블의 가장 큰 테두리는 공포소설이라는 것일 것이다. 누군가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 이 소설이 불쾌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모조리 덮어줄 수 있는 이 소설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본인은 이 작품에서 크게 캐릭터 성이나 개연성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가장 먼저 눈여겨 본 것은 과연 내가 공포에 떨고 있나, 어느 정도 나에게 현실감을 가질 수 있을까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폈다. 과연 이 작품을 읽고 나서 고양이를 바라보게 된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거울로 둘러싸인 곳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책을 덮는 순간 거울을 봤을 때 왠지 모를 폭력성에 눈을 썼다는 느낌을 가졌을 정도로, 나조차도 염사에 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작품의 이야기 전개나 구성에는 어느 정도 아쉬움이 있지만, 시종일관 작품의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와 후반부로 갈수록 밝혀지는 음모의 전말은 충분히 우리에게 서늘함을 선사하리라고 본다.

 데스노블이 주는 공포는 단지 고어에서 오는 공포도 아니고, 귀신이나 사이코패스 환자가 같이 소리 소문 없이 습격하는 게 아니다. 서서히 염사가 퍼지고, 승예의 저주로 그들이 환영과 현실의 경계에서 헤매는 그 순간부터 나도 어느새 환영과 현실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점점 뿌리 깊은 원혼의 저주와 마주하게 되고, 그 저주의 뿌리를 보게 되는 순간 본능적으로 서늘함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5. 이 작품의 아쉬운 점들과 나의 생각들.


  데스노블 작품 자체는 내용 구성 자체는 상당히 노력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승예의 저주로 시작되어, 그것이 진정한 데스노블의 목적과 정체로 커져가는 과정을 보게 되면, 승예의 부활이라는 갈등구조 외에도, 과연 승예의 부활의 진정한 목적은? 이라는 새로운 갈등 구조를 후반부에 보여주는 이 작품은 단지 몇 주 동안 짜낸다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만큼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하지만 정체적으로 사건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신 현석이나, 천녀 세희,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이자 지금은 스님인 유진, 마지막으로 주인공 재원까지 그들이 엮이는 과정자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왜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재원의 형 재완에 대한 언급은 초반부냐, 중반부에는 부각되지 않았을까? 분명히 이 소설의 갈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완이 조금 더 부각되어서 사건의 결말에 대한 복선이나, 최승예, 그리고, 재원의 엄마 혜숙과 재원의 아빠 오남진, 마지막으로 승예의 엄마 오승예의 갈등구조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었는데, 갑자기 쌩뚱맞게 등장해서 억지로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듯 한 재완의 역할은 막판 집중력을 흩어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마무리를 위해서라면, 재원과 승예와의 관계, 그리고 그의 부모 세대의 이야기도 천천히 드러나서 종극으로 갈수록 더욱 긴장감을 높여주어야 하는데, 그들의 부모 세대의 이야기 너무 늦게 들어난 감이 들어서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난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더구나 승예의 재원에 대한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에 대해서도 조금 더 많이 이야기 되었다면 하면 아쉬움이 있다. 총체적으로 조금 씩 부족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작위적인 면들이 이 작품의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산만하게 만든 경향도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승예의 부활이라는 첫 번째 사건에서, 그들의 선대에서 벌어진 그 악의 씨앗의 대한 사건이 이어지는 유기적인 층면도 이러한 면에서 아쉬움이 나오는 것 같다.

 


 또한 읽는 내내는 불쾌하고, 불안함을 조성하던 하드코어틱한 장면들도 어느 정도 의미를 유추할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을 부두교나, 또 다른 초자연적인 오컬트적인 면이 조금 더 양념처럼 발라져 있었다면 훨씬 더 공포가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텐데, 위에 언급했던 주술적이고 알 수 없는 주문들, 그리고 작품 내내 불길한 이미지를 조성하던 것들이, 어느새 작품이 현실과 환상을 막 교차하는 순간부터 의미자체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어라는 것도 무조건 잔인한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그것이 천천히 의미를 가지고 점점 그 색깔이 선정적이고 잔혹해져야 더욱 불쾌하게 만들고 서늘하게 만들 수 있을 텐데, 전체적으로 이런 잔인하고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은 계속되는데, 후반부의 어느정도 인위적인 전개덕분에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던 것 같다.

  이점은 작가분만이 아니라 출판사의 편집도 조금 아쉬운 부분인게. 이야기가 어느정도 산만해지고 사건과 사건의 연결되는 곳에서의 깔끔한 편집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는데. 그것이 대체로 승예의 환상을 전개 되면서 조금은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물론 이 작품이 이런 단점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갔기에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보는 이에 따라 충분히 서늘함과,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작품 전체에 베어 있는 이 작품은 공포라는 의미에는 충실했을지도 모르고, 그런 것을 원한 독자에겐 대 만족일테니. 이러한 점들을 원한다면, 위에 단점들은 충분히 보완 될수도 있을 것이고, 내 생각과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기에, 한번쯤 사서 읽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리고 소설의 내용이 현실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점점 주인공을 향해서 다가온다는 점과,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21세기적 저주를 만들어낸 점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 약간 이야기의 전개나,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아쉽지만, 척박한 국내 공포문학에서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고, 더 이상 일본식 귀신이 아무데나 튀어나오는 공포물이나, 미국식 고어가 뒤섞인 공포물과는 달리 한국만의 공포소설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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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의 시계 Nobless Club 4
강다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볼테르의 시계, 이성을 찾아 떠나는 환상의 시간여행.




 

 내가 본 노블레스 클럽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에 본 라크리모사는 독특한 환상 미스테리를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 볼테르의 시계는 볼테르라는 실존인물의 삶에 후세의 상상을 집어넣어 짜인 독특한 시간 여행이다.

작품의 뒷면에 보면 무명의 역사가 이마기타 비론이라는 역사가의 실종이라는 책에서 모티브를 삼았다고 하는데, 그 책을 구하길이 없어서 사실 확인은 할 수 없지만, 18세기, 로마시대, 8세기 프랑크 왕국 시대 중세를 넘나드는 이 작품은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으리라 예상되는 부분들이 눈에 보인다. 이제 작품을 들여다보자.



 

1. 볼테르와 캐릭터.


 

 처음 볼테르라는 인물을 들었을 때는 세계사 책에 나오는 사회계약설의 토대를 마련하고, 18세기 프랑스의 지성인으로만 알았지만 그가 이렇게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인물로 이 작품에서 살아 숨 쉬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시종일관 여유로우면서도 정의감에 타오르고, 어떤 순간에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그의 캐릭터성은 이 작품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그가 같이 시간 여행을 하는 인물인 쉴리 공작과 티격하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점은 아주 이 작품의 큰 플러스 요소 작용한다. 라크리모사에서는 캐릭터 성보다는 사건의 속도감에 초점을 맞췄다만, 볼테르의 시계는 그보다는 조금은 느린 템포로 캐릭터들과 사건이 천천히 휘감아서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부유할 때 어느새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작품에 시간 여행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그와 세기를 걸쳐 얽혀있는 오귀스트라는 인물인데, 이 인물의 등장이나, 그가 사건의 엮이는 점은 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 작품 전체적으로 SF적인 층면에서 보면 개연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는 건 아니라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인물을 통해서 엔딩을 도출해가는 과정에서 작품 내에 가장 큰 악역치고는 크게 눈에 띄는 활약이나, 그 당시 특권의식에 찬 귀족들을 제대로 대변하지는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캐릭터가 조금더 입체적 이였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볼테르와 시간을 넘는 에밀리 드 브르퇴유양은 막상 이야기가 종결되는 시점에서 약간 밋밋한 처리가 아니었나 싶다. 시간 여행의 종결지에서 볼테르와 그녀의 이야기가 조금 더 매끄러웠다면 어땠을까? 후기 같은 형식으로 처리되기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2. 절대 이성과 인간 관습.


 

 절대 이성과 인간의 관습이라는 소재는 이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시간 여행을 하게 된 중요한 소재이다. 일단은 귀족이라는 특권의식에 거부감을 품는 볼테르와 이에 순응을 권고하는 쉴리 공작간의 이야기는 단지 그 시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지금도 보수와 진보, 젊은 층과 기성세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념의 논쟁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흥미로웠던 저 논쟁은 과연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건 보편적으로 이성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 환경에 순응한 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것을 파헤치려고 한다. 이 문제는 단지 서양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동양철학에서도 성신설과 백지설로 부딪히기도 하는 참으로 흥미로운 소재인지라 보는 내내 이를 대변하는 볼테르와, 쉴리공작의 논쟁은 상당히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이 논쟁에 대해서 급히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운을 남기며 독자에게 한번쯤 생각할 만 여유를 주고, 그 답은 결국은 볼테르가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시계라는 소재를 통해 환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사용한 것과, 작가가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작이라는 미지의 마지막 마법사와의 관계를 묶어주는 이 소재는 참으로 좋은 선택 이였다고 생각한다. 아이작의 존재도 그저 막 지어낸 설정은 아닌 것 같으니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보는 내내 흥미로웠던 작품의 정체성


 

 보는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과연 이성을 찾아 떠나는 철학여행인지, 아니면 시간을 넘는 SF인지, 지금도 생각해보고 있는 것이지만 참으로 독특하고 작품을 읽는 내내 또 다른 흥밋거리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위에 논쟁대로 작품 내내 저러한 논쟁과, 그것을 파헤치려는 그들의 여정이 주류를 이루기도 하지만, 로마시대때부터 18세기까지 계속 이어지는 인물간의 관계와 이야기의 관계는 어찌 보면 환상문학에 가깝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철학적인 이야기, 수많은 인간들이 꿈꿔왔던 시간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SF가 혼재된 이 작품은 양산형 찍어내기와 끊임없는 도용과 표절로 물들어가고 800원짜리 저질 양산소로 변해가는 장르시장에 참으로 아깝기도 한 작품이고, 이러한 괜찮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신예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희망적인 일이기도 하다.


 

 다만 이 여담으로 이 작품이 판매고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철학과 시간이라는 소재로 이정도로 잘 버무린 작품이 이런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건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하면서 본 것은 시간을 걸쳐서 내려오던 그들의 관계를 보면서, 몇차례 보았던, 크로스 채널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같은 일본 SF물이 떠올라서 A세계 B세계 이런 식으로 시간과, 그 이동을 한 세계와 다른 세계와의 관계를 따져가면서 작품을 접근해서 이 작품에서의 18세기 볼테르의 현실과 그가 떠나는 시간 여행 세계의 작품 전체적인 흐름을 가늠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말이 좀 꼬였는데 그냥 이리저리 분석을 해서 보시면 될 듯하다.)


 

 이미 수많은 작품들에서 다뤄온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지만,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매력과 느낌은 확연히 틀리다.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인 ‘로스트 스페이스’에 경우 인류의 미래와 우주라는 SF소재를 이용해 과학적이고 할리우드 다운 블록버스터를 보여주는 반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라이트노벨로 출간된 타임리프같은 작품에선 충분히 만화나, 애니로 재 생산될 수 있는 친숙한 로맨스라는 소재를 곁들여 오락성을 추구하고 있고, 볼테르의 시계에서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인간의 절대 이성이라는 논제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고, 아이작이라는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한 소재로 쓰였다는 점에서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었다고 본다. 허나 아쉬웠던 것은 조금 더 시간여행에 대한 마무리가 매끄럽게 마무리 되었으면 하고, 약간은 부실한 과학적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가 되었다면 훨씬 더 풍족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미 이 작품에서의 그 가치만으로 평가해도 모자람이 없기에 여운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약간은 독특하게 한 큰 에피소드에 여러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모여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찌 보면 꽁트들이 모여서 큰 이야기를 이룬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여행 중에는 호흡이 긴 부분도 있어서 꽁트가 모여서 이야기를 이룬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는 듯하다.) 그리 흔하지 않은 이야기 스타일이였달까, 이것에 대한 평가는 읽는 독자마자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총체적인 느낌.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일차적으로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대중성과 작품성이 모두 충족되는 작품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끼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만, 작품 내내 끊이지 않는 위트, 그리고 짜임새 있는 구성. 작가는 모티브는 그 실종이라는 책에서 얻었다고 했지만, 로마, 프랑크 시대. 중세 시대를 한국이라는 동양적 정서에서 나온 작품치고 큰 유럽에 관한 지식이 없는 내게, 충분히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 한 고증에 대해서도 만족스럽고, 전혀 공부가 되지 않은 요즘 양산형 중세 히로익 작품들에 비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볼테르의 생애까지 충분한 공부를 통해서 시간여행에 불어넣고 있다는 점은 별을 열 개를 줘도 모자랄 판이다.


 

 저번에 읽었던 ‘줄리오 레오니’의 단테의 살인 시리즈처럼 충분한 실존인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을 곁들여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일이고, 작품을 보는 내내 흐뭇함이 절로 베어 나오게 한다. 단테 시리즈와 비슷한 시기를 역사적인 소재가 도입된 ‘장미의 이름’도 수도사 같지 않는 수도자인 괴짜같은 윌리엄이 없었다면 재미가 반감되지 않았을까? 지금 전혀 소재와 캐릭터에 대한 공부가 거의 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작품을 찍어대는 이들은 이 작품이나 외국의 중세나, 고대를 다룬 작품들을 보며 충분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장르의 틈바구니 틈에서 라크리모사에 이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브랜드인 노블레스에도 상당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 몇몇 출판사나, 미스테리 추리를 포함한 쪽에서 국내의 척박한 장르의 터전에도 불구하고 계속 질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보이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보고, 이러한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일반 대중들에게 계속 어필이 되어서 10000원의 값어치를 하게 된 그 순간부터 기성세대들의 판타지 무협에 대한 편견도 조금이나마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 다빈치 코드에게는 사회적인 이슈를 가져다준 책으로 보고, 우리의 드래곤 라자는 공부하는 애들이 읽어선 안될 판타지 책이 되어 있던 우리의 수많은 기성세대들에게 이러한 정말로 충분히 살만한 값어치의 브랜드들은 계속 그들에게도 어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번에 처녀작이라고 밝힌 ‘강다임’이라는 작가분도 앞으로 계속 이런 괜찮은 철학과 SF가 접목된 하이브리드틱한 작품을 내주기를 바란다.


 

 노블레스에게도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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