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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맨 처음 책을 들었을 때 작가의 말을 보는 순간 약간 충격을 받았다. 2008년 처음 한국작가론 처음 출간되는 추리소설. 지금도 서점에 외국 장르서점들은 매일 매일 쏟아지는 마당에 국내의 추리 미스테리 시장은 아직도 찬밥신세이니, 그만큼 이 작품은 더욱 반가웠었다. 현대인들의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와, 내면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두려움을 다룬다고 말한는 이작품은 한 레이져 킬러라는 살인마를 취조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연 이들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사건은 이렇다.
사건의 시발점은 한 최고의 연예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장안의 화제의 연예인 메구리 이진수에게 온 괴 메시지로부터 출발 한다
‘ 너는 열흘 후에 죽는다. 반드시.D’ 라는 내용의 이 문자는 처음에는 그저 기분 나쁜 메시지일 뿐이었다. 장안의 최고의 연예인 이진수는 단지 이것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자기가 원한 살만한 사람의 장난으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뭔가 불안함을 느낀 그는 그들을 한명씩 찾아가게 되고, 주위 사람들을 이리저리 의심하게 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이상한 환각과 환상들 뿐 진실의 실타래를 빙글빙글 돌게 되고, 어느새 D로 부터의 문자는 더욱 날짜를 좁혀가며 그의 목을 옥죄기 시작하는데…….
2. 여러 인간들의 모습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메리 이진수를 비롯하여, 그에게 버림받았지만 착한 선배 김웅, 그리고 그의 전 애인이었던 오미영, 그의 친한 동료인 듯한 그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톰 배우 스티브 등.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그리면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안감, 공포, 불신 등을 다루면서 효과적으로 그들의 캐릭터를 들어내고 있다.
이런 중심축에서 이들을 관찰하고 저 괴문자의 향방을 찾는 이진수는 돈, 코미디언으로써의 명예, 그리고 그다지 큰 문제가 없는 인간성을 가지고 있지만,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는 저 괴문자에 이러한 주위 인물들과 점점 파괴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고, 점점 자아의 붕괴를 통해 현대인의 추악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심리 추리소설이라는 작가의 설명을 보자고 하면 사람의 심리를 통해서 점점 파괴적이고 무너져가는 보이지 않는 심리를 다룬 점은 매우 성공적이고, 이 과정이 자칫하면 재미없고, 자전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코미디언이라는 천의 얼굴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서 여러 모습을 가진 광대의 모습으로 풀어간 것은 독자들의 책장을 넘기기 좋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3. 작품속의 여러 사회의 모습들.
이 작품은 단지 추리소설이라는 고전적인 사건의 발생, 전개, 반전, 결말 이라는 구조에 충실하기보다는 이진수의 개인의 심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에, 그의 심리 밖에는 연예계의 현실이라거나, 개그맨들의 대한 인식, 각박한 이 사회에 대한 묘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나, 레이저 킬러라는 살인범을 등장시켜서 그를 통한 트릭은 단지 사건을 흥미롭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대인들의 모습들과 이런 묻지마 살인들이 자행되는 점점 알 수 없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에서도 보다시피 트릭보다도 문자 한통에 점점 무너져 가는 인간의 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처럼 저런 사회적이면서도 현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소재들도 이 작품이 단지 고전적인 추리소설로 치우는 치는 것을 막는 또 다른 소재라고 본다.
4. 아쉬운 점들과 전체적인 느낌.
이 작품에서 작가는 현대인들이 단지 귀신이 등장하거나, 뭐 그로테스크한 장면들로 오는 공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오는 알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물질적으로, 또 이 작품에선 최고의 코미디언이라는 명예마저 가진 현대인들의 정신적 공허를 다루면서, 그에 따른 자의 붕괴를 보여주고 있다. 이진수라는 인간을 통해 한 인간이 문자 한통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과정들, 심리적으로 점점 공황상태에 이르러 환각과, 현실을 망각하는 그의 모습과, 레이져 킬러나 그 주위의 캐릭터들에 대한 의심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까지의 과정은 뭐하나 나무랄 때 없이 참으로 깔끔하다고 할 만하고,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심리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아쉬움을 느낀 건 클라이막스에서의 사건 종결부분이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최대한 조심해서 말하겠지만, 이 모든 캐릭터와 한 영혼의 심리, 그리고 마지막 열흘째가 되는 날에 이진수의 상황은 가장 큰 일이 외부적으로 종결되는 상태에서 그에 대한 마무리는 뭔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작가는 끝의 작가의 말에서 사건에 중점을 두기보다, 이진수의 심리를 통해서 한 인간이 점점 궁지에 몰리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데, 일단은 환각이나, 현실을 적절히 교차시키므로 써, 독자들의 긴장감을 더욱 조성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말을 향해 치닫는 순간에서 과연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광장에서나, 그가 비정상적인 공황 상태에서 어떻게 아무런 제지도 없고, 그런 공황 상태의 사람에게 그냥 생선을 맡긴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과연 한 최고의 연예인이 그렇게까지 비정상과 정상을 왔다 갔다 하는데, 수많은 군중이나 관계자들이 목격했을 그 장면들과, 충격적 이여야 결말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무엇일까? 물론 그가 그의 정신적인 붕괴나, 우발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말에 대한 개연성은 어딘가 꺼림칙하기 짝이 없다. 분명히 작가의 말대로 모종의 복선이나, 다 읽고 보면 그것이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 과정이 자연스럽기보다, 결말을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일 뿐.
조금 더 부드러운 결말을 위해서라면 그 전에 이진수의 정신적인 상태를 명확하게 레이저 킬러라는 소재를 대조시키면서 끝까지 어떤 것이 진실인가 라는 질문을 결말까지 하면서 왔으면 심리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사건의 흐름도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싶다. 물론 내가보기에 현 결말도 큰 문제가 있다거나, 완전한 판타지를 그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진수가 나날이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어가고, 레이저 킬러라는 소재가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대조가 되어서, 중요한 반전이 되어서 쉽사리 말할 수는 없지만, 이진수의 상태를 조금 더 정확히 독자에게 전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한 유명 코미디언의 끝없는 추락, 그리고 현대 사회의 여러 보이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오는 공포, 그리고 맹목적인 발전과 황금만능주의와, 쾌락주의가 가져다주는 재앙의 공포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그것만으로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심리추리 스릴러에 충분히 부합하지 않을까?
한번쯤 독특한 추리소설에 빠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한번 권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