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그니처 디저트 - 다쿠아즈부터 케이크까지 감성 베이킹 레시피
박지영(룸포케익) 지음 / 만개의레시피 / 2020년 4월
평점 :
오븐이란 내게 그저 안주용으로 먹을 만한 오징어를 맛깔나게 구워주는 용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그니쳐 디저트라는 이 책을 받아본 순간, 지금껏 나는 오븐의 인생(??)을 짓밟았고 학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 이렇게나 아름답고, 곱고 다채로운 형태와 빛깔의 디저트를 오븐으로 구워낼 수 있다니.. 나도 한번 따라해보자 마음먹었다.
먼저 책을 1회독했다. 쿠키에서부터 다쿠아즈, 마카롱, 마들렌, 스콘, 파운드 그리고 케이크까지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고퀄의 사진이 가득한 페이지를 한 장한장 넘길 때마다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감이 솟구쳐 올랐지만, 굉장히 디테일한 설명과 한 챕터가 시작되기 전에 소개하는 소소하지만 깨알 같은 팁을 정독하니 용기가 샘솟았다.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유자마들렌이었다. 계량스푼조차 갖고 있지 않은 나였기에 반죽을 너무 많이 만들었나보다. 내가 의도한 마들렌은 이런 모양이 아니었는데,,,,, 유자를 품고 있는 호빵이 완성되었다. 책에는 분명 ‘마들렌 틀의 80%까지만 반죽을 채워주세요’ 라고 쓰여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듬뿍듬뿍 쏟아부은 결과다. 좋은 교훈을 하나 얻었다. 책을 의심하지 말자. 무조건 따라해라.
다음날 계량컵과 미니 전동 거품기가 도착했다. 아이템들에 용기를 얻어 바로 다음 작품으로 뛰어들었다. 내가 선택한건 말차 초코칩 쿠키. 재료가 몇 개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지만..
이번엔 책이 시키는 대로 했다. 오븐에 반죽을 넣고 기다리는 시간이 일년 같았다. 역시 처음으로 얻은 교훈 빨이 제대로 먹혔나보다. 책대로 했더니 이번엔 아주 빛깔 좋은 누가봐도 먹음직스러운 잘 구워진 빵 색깔과 질감이 나왔다.
책을 받은 후 좋은 취미가 두 개나 생겼다. 첫 번째는 자기 전 다음에는 어떤 걸 만들지 고민하는 것인데, 따라해볼 수 있는 디저트 종류가 굉장히 많아서 목차만 봐도 굉장히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들여다보다가 잠에 드는 습관을 n년 째 하고 있는데 드디어 자기 전에 책 읽는 습관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두 번째 새로 생긴 취미는 당연히 베이킹이다. 책을 따라하며 하루하루 늘어가는 내 베이킹 실력이 자랑스럽다(?)
내 마지막 목표는 딸기가 듬뿍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일 것이다. 생크림 케이크를 정복하는 그날까지 [시그니쳐 디저트]는 내 곁에 있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