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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집에 오는 길에 양재 꽃시장에 들렀다. 몇 안 되는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데 시장 안에 들어서면 온갖 식물들의 꽃향기에 마음이 설렌다. 축축하고 습한 공기와 비닐 천막을 뚫고 쏟아지는 밝은 햇빛,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꽃과 나무들이 마치 숲속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건물에 둘러싸이고 앞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가 있는데도 나는 이곳에서 상쾌하고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착각에 빠진다.
꽃시장에서 사온 수국을 마당에 심어놓았다. 유난히 파란빛을 뽐내던 아이를 데려왔는데 싱싱한 초록색 잎사귀와 대비되어 작은 꽃망울들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집안에 있다가도 일부러 햇빛이 쏟아지는 마당으로 나와 꽃들이 오늘은 얼마나 더 커졌을지 물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펴보게 된다. 따사로운 햇빛을 등으로 흡수하며 파란색 수국을 보고있자니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다.
책 「힐링 스페이스」는 우리가 왜 특정한 장소나 건축물 안에서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온화해지며 심지어는 질병까지 치유될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신경학적으로 철저히 분석한다. 건축과 심리학을 연계시켜 상호 작용하는 방법을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병원과 집에 왜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창이 꼭 필요한지 우리는 왜 초록색과 파란색을 인지하면 마음이 차분해지는지 알려준다. 건축가들은 공간과 몸과 마음의 질병 치료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어쩌면 수세기 전부터 깨닫고 현대인들이 힐링 스페이스로 즐겨 찾는 랜드마크들을 건축하기도 하였다. 현대 건축가들은 디자인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채광을 더 높이기 위하여 전면을 유리로 만든 유리 집을 건축하기도 한다. 건축과 심리학, 신경학은 이제는 뗄 수 없는 복합융합 학문인 것이다.
몇 달 후면 새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벌써부터 도배는 무슨 색으로 할지, 바닥은 어떤 재질로 마감할지 고민하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 새집이 나의 또다른 힐링 스페이스가 될 수 있도록 습득한 지식을 유용하게 써먹어야겠다.